제주지역 발달장애인 부모들로 구성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제주지부가 지난달 28일 제주도청 앞에서 '발달장애인 생명 보호 정책 및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하고 있다.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속보=제주도내 장애인거주시설 '사랑의집' 폐쇄를 둘러싼 논란(
본보 5월 30일자 1면 '발달장애 사랑의집 시설 폐쇄 후폭풍') 뒤에는 대기 인원이 370명이 넘을 정도로 부족한 '시설 수용력' 문제가 있다. '탈시설'이 멀기만 한 현실적인 문제까지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도내 장애인거주시설은 사랑의집까지 포함해 모두 14곳(제주시 10곳·서귀포시 4곳, 단기거주시설·공동생활가정 제외)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은 가정에서 생활하기 어려운 장애인에게 일정 기간 거주, 요양,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을 말한다.
이들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은 지난 4월 기준 435명이다. 이는 총 정원(480명)보다 적은 수이지만 이용자의 남녀 정원·시설 종사자 수 등으로 인한 차이일 뿐 사실상 '포화 상태'다. 같은 기간 대기 인원만 봐도 376명에 달한다. 예정대로 2026년 7월 사랑의집이 문을 닫으면 시설 대기 문제는 더 심화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같은 시설 부족 문제에 대비해 제주시는 이르면 2025년 말까지 제주시 구좌읍 덕천리에 신규 장애인거주시설을 짓기로 했다. 올해 사업비 35억원을 들여 설계를 거친 뒤 내년 1~2월쯤 착공을 목표하고 있다. 하지만 시설이 완공돼도 수용 인원은 법으로 정해진 30명에 그친다. 현재의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인 상황이다.
장애인 부모들은 시설 대기 문제 뒤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한다고 꼬집는다. 장애인 정책 방향이 '탈시설'로 바뀌고 장애인 자립을 강조하지만 제주에선 이를 뒷받침하는 시설이나 지원이 열악하다는 지적이다.
김덕화 전국장애인부모연대제주지부 준비위원회 공동준비위원장은 "정부 정책은 '탈시설'과 지역사회 돌봄을 말하고 장애인이 원하는 맞춤 시설에 살 수 있도록 하겠다지만 도내 인프라는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에서의 돌봄이 더이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설 수요가 있는 것이지 시설이 좋아 아이를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자녀를 안전하게 믿고 맡길 곳도 부족하고, 그만큼의 수요를 받아줄 인프라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탈시설 기반이 부족한 현 시점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를 진단하고 운영 방안을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와도 맞물려 있다. 이에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는 올해 11월까지 '제주도 장애인 거주시설 실태조사 및 향후 발전방안 연구'를 통해 제주에 적합한 장애인 거주시설 모형 개발하고 운영 개선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오윤정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장은 "제주는 (타 지역 시설 이용이 어려운) 섬이라는 점에 육지권에서 이주해 오는 수요 등도 있어 전국에서도 입소 대기가 많은 곳이지만 이전까지는 장애인거주시설에 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설 수, 장애 유형 예측 등까지 포함해 도내 장애인거주시설이 어떤 모델로 가야 하는지 연구를 진행해 향후 주거서비스 모델 로드맵을 만들자는 것"이라며 "연구 결과가 나오면 행정시에선 이를 반영해 중장기적 시행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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