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환점 모색 제주비엔날레... 지역, 도민과 소통 강화

새 전환점 모색 제주비엔날레... 지역, 도민과 소통 강화
오는 11월 26일 개막 83일 여정... 제주 비롯 14개국 39명(팀) 참여
메타버스, AI 등 하이테크 뉴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장르 선봬
제주시·서부지역 쏠린 전시장... 접근성 및 도민 관객 확보 과제
  • 입력 : 2024. 07.29(월) 18:18  수정 : 2024. 07. 29(월) 19:46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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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제4회 제주비엔날레 전시 개요, 주제, 공간, 참여작가, 프로그램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 이 관장은 올해 제주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고 있다. 제주비엔날레 사무국 제공

[한라일보] 부침 속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제주비엔날레가 새로운 전환점을 준비하고 있다. 차별성 및 도민 관객 확보와 인지도 제고 등 여러 과제를 안고 있는 가운데 대안으로 관객 참여형 전시와 지역 커뮤니티 협력 강화에 보다 초점을 두고 도민과 지역예술인들과의 소통, 공감대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미술행사지만 올해 주제는 '지역'을 바라보며 '제주의 정체성'에 방점이 찍혔다. 도약의 돌파구를 모색하는 제주비엔날레가 도민 공감대 속 대중성과 새로운 이슈·담론 형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9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회째 맞는 제주비엔날레 전시 주제 '아파기 표류기: 물과 바람과 별의 길'(The Drift of Apagi: The Way of Water, Wind, and Stars)과 참여작가 및 프로그램이 발표됐다.

제주비엔날레는 올해도 여전히 독립된 조직위원회 없이 제주도립미술관이 주관을 맡고 있다. 상설팀 부재 속 매번 용역으로 사무국을 꾸리고 있다.

오는 11월 26일 개막하는 제주비엔날레는 내년 2월 16일까지 83일간의 여정을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제주아트플랫폼(옛 아카데미극장) 등에서 펼쳐보인다.

다만 전시장소가 제주시 북부와 서부지역에 치우쳐 있어 서귀포시 남부와 동부지역 도민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 관객 확보를 위한 체계적인 홍보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 최대 규모의 국제미술행사인 제주비엔날레는 올해 예산이 줄면서(제3회 18억5000만원→제4회 13억 원) 총감독은 공모 없이 이종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맡고 있다. 참여 작가는 14개국 39명(팀)이다. 3회때는 16개국 55명(팀)이 참여했다.

29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제4회 제주비엔날레 기자간담회에서 출입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강제욱 전시감독(오른쪽).



올해 제주비엔날레가 던지는 화두는 '표류'다. 문명의 여정 속에서 표류가 우리의 인식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조명하고, '표류'가 만든 우연과 필연적 교차점에서 만남과 충돌, 융합의 경계를 예술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당나라 교역 중에 표류해 탐라국에 도착한 왜국 사신과 조우한 탐라국 왕자 아파기(阿波伎)의 역사적 일화에서 상상으로 더 나아간 가상의 표류기로 세계를 확장한다.

아파기 표류기는 가상의 섬 '운한뫼'에서 시작해 풍랑을 만나 새들이 쉬고 가는 낙도 '사바당'을 거쳐 물과 바람과 별이 이끄는 항해를 통해 성숙해가며, 마침내 이상향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다. 아파기의 항해는 우리의 삶 자체가 하나의 항해이자 표류임을 나타낸다.

# "탐험선에 승선해 독특한 탐험의 과정 체험"

간담회에 자리한 강제욱 전시감독은 이번 전시의 특징으로 '탐험의 과정 체험'을 강조했다.

강 감독은 "입구에 들어왔을때 전시장이 아니라 마치 표류라는 주제를 연구하는 연구소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을 것"이라며 "탐험선에 같이 승선해서 탐험을 하듯 소주제별로 나눠진 섬들로 단계별로 하나씩 거쳐가 마지막에 결과에 이르는 독특한 체험을 하는 연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무엇보다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은 레지던시형, 리서치형, 커뮤니티 연계형 비엔날레"라고 피력했다. 많은 물류비용을 지불해 작품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참여 작가들이 개막 전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달 정도 머물면서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동화되고 제주 신화, 삶, 환경, 역사가 녹아드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전략이라고 했다.

전시작은 회화, 설치,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의 작품들로 구성될 예정인데, 리서치 기반의 아카이빙 작품과 하이테크 뉴미디어 아트(메다버스, AI, 프로젝션 맵핑), 커뮤니티 아트까지 폭넓은 형식의 작품들이 선보여질 예정이다.

퍼포먼스, 학술 프로그램, 전시 연계 워크숍과 같은 체험프로그램과 아티스트 토크 등 부대행사도 눈길을 끈다. 특히 비엔날레 기간 중 제주에 방문하는 국내외 미술계 전문가들, 관람객이 도내 작가 작업실 및 레지던시 등을 탐방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작가들이 소개되고,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기대를 모은다.

이종후 총감독은 "이번 전시의 화두인 '표류'를 통해 제주의 정체성이 국제적 맥락과 얽혀 형성되고 변화하는 문명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한다"며 "어려운 미술 비평언어가 아닌 일상과 맞닿아 모두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비엔날레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제주비엔날레 구조적 문제... 미술인-행정-의회 공론장 계획

이종후 총감독은 4회 제주비엔날레가 끝나면 상설팀 부재를 비롯 예산이 비엔날레 개최 해에 확정되고 이후에야 사무국이 꾸려지면서 준비 기간이 빠듯한 제주비엔날레의 구조적, 절차적 문제를 공론화하는 자체 컨퍼런스 개최 계획도 밝혔다. 컨퍼런스엔 지역 미술인뿐만 아니라 행정, 도의회가 함께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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