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주민투표에 대한 단상

[이영웅의 한라시론] 주민투표에 대한 단상
  • 입력 : 2024. 07.31(수) 23: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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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를 정부에 건의했다. 최근 오영훈 지사는 '도민들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오랫동안 도민사회 통합을 저해해 온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논의는 이번 주민투표를 통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민투표와 관련해 중첩되는 현안이 또 하나가 있다.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의 도민결정권 행사를 위한 주민투표 실시 요구다. 제주도는 국토부가 주민투표 시행을 반대한다며 주민투표 실시를 건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에 신중론을 펴는 정부에는 적극적으로 주민투표 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제주도정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2015년 제주 제2공항 건설계획이 발표되고 이제 10년 가까이 도민사회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제주도는 도민의견에 반하는 정책결정과 무리한 건설계획을 강행해 왔다. 2021년 국토부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진행된 도민여론조사 결과 제2공항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왔지만, 이는 약속과 달리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가 도민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제2공항 계속 추진을 건의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반려 결정도 마찬가지다. 항공기 조류 충돌에 따른 항공 안전과 조류 서식지 보존 문제, 숨골 보전 방안 부재, 소음 문제 등 환경적으로 입지가 부적정하다는 취지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됐다. 하지만 이러한 반려 사유가 전혀 보완되지 않은 채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다시 제출됐고, 환경부는 그대로 협의 결정을 하고 말았다.

제2공항 건설계획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여론이 큰 이유는 정부의 비민주적인 절차나 무리한 강행에서 초래하는 것만은 아니다. 제2공항 건설의 명분이었던 항공 수요예측이 크게 줄어 제2공항 추진의 근거가 사라졌다는 점도 한 가지다. 2015년 사전 타당성 조사 당시 2055년 기준 항공수요는 4557만 명으로 예측했으나 현재 기본계획에서는 3970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더욱이 현재 예측치는 고령화 추세를 반영하지 않은 과다 예측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토부가 수립한 현 제주공항 확충사업으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규모라는 지적이다.

또한 일부에서 제2공항 건설로 수만 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는 대부분 공사 기간 투입되는 전업 근로자 총수를 이르는 것이다. 특히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추산한 고용창출 숫자는 운영 기간 30년 동안 고용되는 연인원에 불과하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고용영향평가 가이드라인 산출식에 따르면 제2공항 운영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고용효과는 6~7백여 명에 그친다.

공항 건설은 백년대계 사업이다. 제주 미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으로 그 추진 여부는 제주도민이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맞다. 오랫동안 도민사회 통합을 저해해 온 제주 제2공항 건설 논의는 주민투표를 통해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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