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예술중·고등학교를 만들자

[고영림의 현장시선] 제주예술중·고등학교를 만들자
  • 입력 : 2024. 08.09(금) 04:30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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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예술을 좋아하고 피아노를 즐기는 아마추어 음악인으로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른 지역에는 있지만 제주에는 없는 예술중학교와 예술고등학교가 바로 그것이다. 예술적 재능을 타고난 청소년들이 전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학교에서 집중적으로 교육 받을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조형예술(미술), 음악, 무용, 연극·영화 중심의 공립 예술중·고등학교(이하 예술중·고)를 설립하는 것이 과연 어려운 일인가.

제주도민이 일상에서 예술을 누리고 있는 환경은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이라 자부할 만하다. 이런 자부심에 걸맞은 예술중·고가 없음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제주의 청소년들이 갖고 있는 뛰어난 예술적 역량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이런 특수목적의 학교를 제주에 설립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프랑스에는 전국 곳곳에 콘서바토리가 설치돼 있다. 청소년들이 콘서바토리에서 무상으로 음악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선택해서 전문음악인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국과 비교하면 부러운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시스템에서 길러진 청소년들이 전문연주자가 되고 세계적인 음악가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예술 강사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서 가르치고 있지만 전문연주자를 길러내는 체제는 아니다.

자녀를 육지의 예술중·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제주의 학부모들이 투자하는 교육비는 적지 않다. 만일 제주에 예술중·고가 생긴다면 이런 경제적 부담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예술을 전공으로 삼아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려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지출하고 있는 교육비는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 밴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선우예권과 임윤찬을 이을 미래의 피아니스트를 제주에서 일찍 길러낼 수는 없는가. 파리국립오페라발레단의 에투알 박세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김기민과 전민철을 이을 무용수를 제주에서 키워내지 말란 법은 없다.

불가능하지 않은 이런 꿈을 이루려면 제주에 예술중·고를 설립해야 한다. 이 학교에서 공부하는 청소년들은 제주 예술의 미래를 꽃피울 단단한 토대가 될 것이다. 그들이 제주의 독특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예술적 결과물로 세상에 알린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자.

제주는 국제자유도시다. 국제적으로 성장하고 자리 잡기 위해서는 경제적 경쟁력이 중요하다. 하지만 21세기에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려면 경제 못지않게 문화·예술적으로도 내실을 갖추어야 한다. 문화·예술의 섬을 자부하는 우리에게 제주예술중·고의 설립은 시급한 사안이 다. 제주도, 제주도의회, 제주도교육청이 협력해 제주예술중·고등학교를 설립할 것을 촉구한다. <고영림 (사)제주국제문화교류협회장·언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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