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초기 맘고생이 심했던 김지선 씨는 줌바댄스가 삶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했다.
[한라일보] 그녀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지선(42)씨는 "남편을 따라 억지로 끌려서" 제주에 왔다. 원하지 않던 제주살이에 모든 것이 갑갑하기만 했던 일상 생활은 6개월 만에 확 바뀌었다. 그는 제주에서 여태껏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8년차 이주민이다. 2017년 1월 두 자녀와 함께 제주에 왔다. 전라북도 군산시가 고향인 그는 2010년부터 서울에 있는 한 무역회사에서 일하다 첫째를 낳으며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남편이 너무 바빠 육아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며 "내가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둘째를 낳은지 얼마되지 않은 지난 2016년 9월쯤에는 남편이 제주에 있는 한 관광사업체로 직장을 옮기면서 주말에만 만나는 기러기 부부 생활을 했다.
남편은 "더 이상 이렇게는 못 살겠다"며 가족 모두 제주로 가자고 설득했고, 그는 마지 못해 친인척 하나 없는 제주로 이주했다. 그는 이주 초반 제주 생활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그는 "제주는 섬이다보니 이동하는데 제약이 커 갇혀 있는 느낌이 강했다"며 "제주를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계기가 찾아왔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집 근처 길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경쾌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단다. 소리에 이끌려 한 건물에 들어간 그는 그 곳에서 레깅스에 운동화를 신고 격렬하게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봤다. 그 곳은 줌바댄스 교습소였다. 그날 처음 줌바댄스를 본 그는 무엇엔가 홀린듯 바로 수강 신청했고, 금세 줌바댄스에 빠져들었다.
그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 한바탕 땀을 흘리고 나면 모든 스트레스가 풀렸다"며 "삶의 활력소를 찾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친 김에 그해 줌바댄스 강사 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2020년부터 제주시 외도동의 한 교습소에서 줌바댄스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내가 줌바댄스 강사로 일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그야말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가르치는 수강생은 30여명으로 '모두가 신나야 한다'는 것에 수업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수업 목표를 달성하려 집에서도 음악을 고르고 안무를 개발하는데 여념이 없다. 남편의 응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삶이 바뀌니 제주의 매력이 그제서야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주말엔 남편과 함께 올레길을 걷고, 아이들과 함께 바다로 나가 수영을 즐겼다.
그는 "제주의 사시사철이 이렇게 아름답고, 즐길 것이 많다는 걸 이주 초반에는 몰랐다"며 "제주는 내게 희망의 섬이 됐고, 나 또한 제주를 즐기는 이주민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제주서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수강생들과 함께 소아 환자를 돕기 위한 제주줌바페스티벌에 2년 연속 참가해 재능기부를 하고 수익금도 모두 병원에 전달했다. 그리고 앞으로 더 큰 자선 행사에 참여하고 싶단다. 그는 "회원들과 함께 제주를 알릴 수 있고 봉사할 수 있는 더 많은 행사에 참여하고 싶다"며 "현재로선 그게 제 작은 소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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