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이 흘러간 김녕마을의 밭담·해안 따라 뚜벅뚜벅 걷는 길

용암이 흘러간 김녕마을의 밭담·해안 따라 뚜벅뚜벅 걷는 길
19~20일 '2024 김녕지질트레일'… 구좌읍 김녕 일대서
2개 코스 탐방하며 선조들의 삶과 역사·문화 체험 기회
  • 입력 : 2024. 10.18(금) 03:00  수정 : 2024. 10. 20(일) 18:43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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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3일간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일대에서 진행된 '김녕 지질트레일'행사 모습.

[한라일보] 가을빛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10월은 여행이든, 걷기든 야외활동하기엔 더없이 좋은 달이다. 살랑대는 바람엔 제법 시원함이 묻어나고, 울긋불긋 단풍도 서서히 물들기 시작해 눈을 즐겁게 한다.

이번 주말, 제주도 세계지질공원 트레일위원회가 주최·주관하는 '2024 김녕지질트레일'로 떠나보자.

제주시 구좌읍에 위치한 김녕리는 유네스코가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한 13개 대표 명소의 하나인 만장굴과 인접한 마을이다. 감녕마을은 만장굴과 김녕굴 등 거문오름 용암동굴계에 속한 동굴들이 마을 지하에 뻗쳐있는 지역이다. 지질트레일은 용암동굴과 연관된 지질·지형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과 마을의 역사, 문화를 느껴보기 위해 선보이는 행사다.

지질트레일은 총 6㎞로, 두 개 코스를 선보인다. 골라 걸을 수 있고, 두 코스를 다 걷기에도 큰 부담이 없다.

A코스는 김녕해수욕장 주차장에서 출발해 세기알해변~도대불~조간대~청굴물~게웃샘굴과 게웃샘물을 거쳐 다시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2.5㎞ 코스다. 약 40분이 걸린다. B코스는 김녕해수욕장에서 출발해 김녕밭담길~환해장성~두럭산~용암언덕~모래사구~성세기해변~주차장까지 3.5㎞ 구간이다. 약 1시간 40분 정도 소요된다.

행사 기간 해설사가 동행하는 탐방 프로그램과 전문가 탐방 프로그램이 사전예약제로 운영된다. 시간을 맞추지 못한 이들이라면 각 코스별 포인트를 알고 걸으면 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김녕리 매동산에 위치한 도대불은 제주의 민간등대였다. 바다로 나간 배들의 밤길을 안전하게 유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하다 1972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면서 지금은 유적으로만 남아 있다.

김녕마을 해안선 부근에는 용천수가 풍부하게 솟아났고, 사람들은 용천수를 중심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청굴물도 그 중 하나다. 맑고 시원하기로 유명해 옛 어르신들에겐 추억의 장소였다는 청굴물은 썰물 때는 걸어서 물통으로 갈 수 있지만 밀물 때는 바다 한가운데 놓인다. 청굴물의 물길은 마을안으로 250m쯤 떨어진 게웃샘물과 이어진다. 상수도가 보급되기 전, 물이 귀했던 시절 마을주민들이 식수로 이용했던 게웃샘물이 흘러 해안에서 용출하는 지점이 바로 청굴물인 것이다.

김녕지질트레일 코스에서 곡선의 미학을 잘 보여주는 얼기설기 쌓아올린 밭담은 화산섬 제주사람들의 지혜가 녹아난 농업유산이다. 밭에서 골라낸 돌을 쌓아 밭 사이를 경계짓고, 섬의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했다. 돌과 돌 사이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엉성해 보이는 밭담이지만 강한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다. 바람이 돌과 돌 사이의 틈을 통과하면서 세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선인들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기술이자 지혜의 결정체인 제주밭담에서 주어진 자연환경 속에서 일궈온 삶의 역사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그런 제주밭담은 2013년 한국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데 이어 2014년 4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김녕마을의 밭담은 밭담보전지역 중에서 핵심권역에 해당하는 곳이기도 하다.

지질트레일 코스에선 해안을 따라 빙 둘러쌓은 성담인 환해장성도 만날 수 있다. 고려시대 진도를 근거지로 대몽항쟁을 벌이던 삼별초가 제주로 들어오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 해안선에 돌로 쌓은 성이다.

행사가 열리는 이틀동안 부대행사로 토기무늬 열쇠고리 만들기 체험, 업사이클링 커피소품 만들기 체험도 준비된다.

기념품 제공 이벤트도 있다. 트레일 코스에 위치한 도대불·게웃샘굴·김녕밭담길·환해장성 중 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자신의 SNS에 #제주도 지질공원 #김녕지질트레일 키워드를 달고 업로드하면 행사 본부석에서 확인해 기념품을 제공한다. 또 본부석에서 생분해 비닐봉투를 받아 비닐 가득 쓰레기를 수거해 오는 탐방객에게 기념품을 제공하는 '쓰레기 없GEO(지오)' 이벤트도 진행된다.

트레일 코스에 그늘이 거의 없어 모자와 양산, 자외선 차단제를 준비하는 게 좋다. 또 갈증에 대비해 마실 물도 챙겨야 한다. 마을 골목길에서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걷고, 트레일 중 경작지가 속해있을 수 있어 주의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행사 기간 비 날씨가 예보되면 우산과 우비도 챙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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