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입동 소회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입동 소회
  • 입력 : 2024. 11.06(수) 01:30
  • 임지현 기자 hijh52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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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내일은 겨울이 드는 날, '입동(立冬)'이다. 기세가 등등하던 열기가 주춤하더니 어느새 겨울이 문턱까지 왔다. 여름이 사나웠던 걸로 보면 이 겨울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도 겨울이 반갑다. 추위가 더위보다 더 좋아서가 아니다. 바뀌는 계절이 일상에 안겨줄 새로운 변화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올여름은 지루하고 힘들었다. 더위는 왜 이 모양이냐. 왜 이렇게 비만 오느냐. 사람들은 철이 이상하다고 하늘에다 하소연하고 불평도 표현했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선선해진 날씨는 시나브로 지난여름의 고초를 잊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과 케이팝 '아파트'의 세계 시장 선전 소식도 반갑다.

계절은 우리에게 새로움으로 생기를 북돋우고 적응력을 키워준다. 달로 치면, 양력 11월이니 만추요, 음력 10월이니 맹동이다. 지금은 두 계절을 아우르는 좋은 시기다. 아름다운 모습으로 돌아온 자연과 풍광 속에서 사람들은 활력을 되찾고 있다. 여러 마을과 단체, 기관들이 '한마음' 대회, 동호회와 친목회의 행사, 문화, 스포츠, 자연과 함께하는 축제를 치르면서 힘든 여름을 견뎌낸 보람을 즐기고 있다. 계절은 철 따라 모습을 달리하고 그에 맞는 기온과 환경으로 우리를 대한다. 자연은 '스스로 휘어짐'과 '오르내림'의 지혜와 교훈도 보여준다. 굴곡이 없는 삶이나 오르막만 있는 길이 있을까. 더워야 여름이고 추워야 겨울이다. 계절에 맞는 기후는 아무리 혹독하다 해도 감내해야겠다. 그래야 봄과 가을도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 터이다. 신선하게 찾아오는 변화는 힘들어도 정성스럽게 맞이해야 하겠다.

계절은 이처럼 오가는데, 나라 안 정국에는 이런 새로운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래 이어지는 열대야와 지루하게 내리는 비랑 많이 닮았다. 나라 밖에서는 전쟁으로 수많은 병사와 시민들이 죽어가고, 무고한 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적대 세력의 도발과 위협, 그리고 다른 나라의 불확실한 정정으로 국민은 불안하다. 쌀 소비의 감소에다 과일과 채소의 흉작, 그리고 어획량의 감소로 농어민과 소비자는 시름이 크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이런 현실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저들은 오히려 가짜 정보와 억지 주장이 국민을 기만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을 방관하거나 조장하고 있는 것만 같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한다. 기억만 하는 역사가 무슨 의미가 있나. 사실에서 교훈을 얻고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게 써야 그게 역사의 가치가 아닐까. 혹여 기억되는 역사가 과거사와 함께 정치적 편향에 따라 상대를 징치하는 데에만 이용된다면 이것은 역사의 큰 악폐다. 현재가 미래까지 물고 과거에 매몰돼 버린다면 이는 혼돈의 시대다.

스스로 휘어지기도 하고 오르내림도 있는 신선한 정치를 보고 싶다. 입동에 즈음해 가져 보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종실 제주문화원 부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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