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무수천 전경. 제주자치도 블로그 갈무리
[한라일보] 최근 제주도내 한 계곡 탐방로에서 일부 관광객들이 암벽등반(클라이밍)을 위해 바위에 고정용 나사못을 설치하고 인근에서 불을 피우는 등의 행위를 하면서 훼손 논란이 일고 있다.
10일 제주서부경찰서와 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33분쯤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 무수천 탐방로에서 동호회 회원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암벽에 클라이밍용 나사, 로프 등을 설치하고 인근에서 불을 피우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즉시 현장으로 출동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암벽등반 행위 등 별다른 특이사항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소방대원들은 현장에서 5~6명의 사람들이 불을 피워 군고구마 등을 구워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 관계자는 "불 피운 정황은 확인했지만, 당시 이미 상황이 정리가 돼가는 점을 감안해 과태료 부과 등의 처분 대신 계도 및 귀가 조치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화재로 오인할 만한 우려가 있는 불을 피우거나 연막소독을 실시하려는 자는 관할 소방본부장 또는 소방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만약 이를 어겨 소방차가 출동하게 될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질 수 있다.
행위가 이뤄진 장소가 지자체가 관리하는 하천이고 절대보존지역으로 지정된 무수천인 점을 감안할 때 하천법과 제주특별법(절대보전지역) 저촉 여부도 살펴볼 수 있다.
하천법 제46조에 따르면 시·도지사가 지정·고시한 지역에서 야영행위 또는 취사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불을 피워 고구마를 먹는 행위가 취사행위라고 명확히 볼 수 없을뿐더러 무수천은 시·도지사가 지정·고시한 지역에 해당되지 않는다. 현재 제주도내에서 별도로 지정·고시된 하천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시 관계자는 "하천에서 어떠한 행위를 할 경우에는 관련법에 따라 하천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클라이밍의 경우 법령에 나와 있는 허가 대상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만약 해당 행위를 현장에서 적발한다 하더라도 단속 근거가 부족해 계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 관계자는 "무수천의 경우 1차로 하천법이, 2차로 제주특별법 저촉 여부가 검토된다"면서 "클라이밍의 경우는 하천법과 마찬가지로 법령 위반 행위로 보기에는 애매한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시민 A씨는 도내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오랜만에 트레킹을 하러 무수천에 갔다가 일부 사람들이 바위에 나사를 고정해서 클라이밍을 즐기고, 심지어는 불까지 피워 고구마를 구워먹고 신발을 말리는 것을 보는데 이건 아니다 싶었다"면서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아름답게 지켰으면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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