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하고 있다.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우리가 이겼다" "광장이 이겼다"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제주시청 일대는 시민들의 우뢰와 같은 함성 소리로 가득찼다. 시민들은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탄핵소추안 가결에 환호했으며 일부는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윤석열정권퇴진·한국사회대전환 제주행동' 주최로 제주시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1만 여명이 운집했다.
간간이 떨어지는 빗방울과 칼바람이 몰아치는 악천 후에도 제주시청 주차장과 민원실 앞 왕복 2차선 도로는 오후 3시부터 인파로 가득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시청 본관 화단 위에 올라가 국회 표결 상황을 지켜봤다.
집회 참가자들은 청소년, 노인, 어린 자녀 손을 잡고 온 가족 단위 등 다양했다. 이들은 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피켓을 연신 흔들며 구호를 외쳤고,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그림이 그려진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14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퇴진 구호를 외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강희만 기자
오후 5시 무렵 탄핵소추안 투표 결과 발표가 임박하자 참가자들은 긴장한 모습으로 대형 스크린을 응시하며 숨을 죽였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와"하는 함성과 함께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기쁨을 나눴다.
탄핵소추안 가결 후 참가자들은 풍물패 공연과 함께 제주시 광양로터리에서 옛 세무서사거리를 오가며 행진한 뒤 다시 제주시청 민원실 앞에 모여 집회를 이어갔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서선아(41·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씨는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도 않아 개표도 못한 것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며 "역사적인 순간에 함께 목소리를 내고, 힘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들도 이번 사태에 대해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고 역사적인 순간을 꼭 보여주고 싶어 처음으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여한 문정현(29·제주시 영평동)씨는 "결정적인 순간 (탄핵소추안 가결에) 힘을 보태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탄핵 소추안이 통과돼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씨는 탄핵소추안 반대표가 85표 나온 것에 대해선 "아쉽다"며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에 대해선 선거로 심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휠체어를 타고 집회에 참가한 시민도 있었다.
지체장애인인 이연희(45·제주시 이도1동)씨는 "1차 탄핵소추안 표결 때 집회에 참석했었는데, 한 할머니께서 방에 앉아 TV만 보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는 걸 들었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오늘(2차) 탄핵소추안이 무산되도 가결 될때까지 집회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것은 너무나 상식적인 일로, 그 상식을 지키는 일에 장애인과 비장애인, 연령, 계층 등을 구분 지을 수 없다"며 "오늘은 다행히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되긴 했지만, (반대표도 85표가 나오는 등) 여전히 비상식적인 일들이 벌어져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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