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열린 제주4·3희생자 故 양천종(1898년생)씨 신원확인보고회에서 유족들이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강희만 기자
[한라일보] 제주 4·3당시 영문도 모른채 광주형무소로 끌려가 생을 마감한 희생자의 유해가 75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4·3평화재단은 17일 제주4·3평화공원 내 평화교육센터에서 4·3희생자 故 양천종(1898년생)씨에 대한 신원확인보고회를 열었다.
이날 신원확인보고회에는 백발이 성성한 양씨의 딸 양두영(94)씨를 비롯해 유가족들과 오영훈 제주도지사, 박호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 김창범 제주 4·3유족회장 등 100여명이 참석해 고인의 넋을 기렸다.
양천종씨는 4·3 당시 토벌대에 의해 집이 불에 타자 가족들과 함께 제주시 노형리 골머리오름에서 피신 생활을 하다가 1949년 3월 "내려오면 살려준다"는 토벌대 선무공작으로 귀순했다.
이후 양씨는 4·3 당시 민간인 수용소로 쓰인 제주시 주정공장에서 한 달여간 수용된 후 풀려 났으나 같은 해 7월 농사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다시 체포돼 광주형무소에 수감됐다.
양씨는 광주형무소에서 재판을 기다리다 옥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은 1949년 12월 4일 사망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은 양씨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밭을 팔아가며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유해를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광주형무소 옛터에서 수습된 신원미상 유해 261구 중 1구가 DNA 대조 끝에 최근 양씨로 확인되면서 그리던 가족과 고향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됐다.
광주지법 판결문에 따르면 4·3당시 광주형무소에 수감된 제주도민은 179명으로, 형무소 옛 터에서 수습된 나머지 유해도 도민 희생자일 가능성이 있다.
유족 대표인 양씨 손자 양성홍 행불인유족협의회장은 "할아버지 유해를 수습할 수 있어 기쁘다"며 "4·3으로 희생된 모든 행불 희생자들이 하루빨리 고향으로 돌아와 가족 품에 안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추도사에서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통한의 세월을 견뎌온 모든 유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정부와 유전자 정보를 긴밀히 공유하면서 대전 골령골을 비롯한 경산 코발트 광산과 전주 황방산, 김천 등 4?3수형인의 기록이 남아 있는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과 신원확인에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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