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등록문화유산인 '구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한라일보 DB
[한라일보] 국가등록문화유산인 서귀포시 토평동의 '구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이하 제주도 시험장) 일원을 제주특별자치도의 매입 취지에 맞게 석주명기념사업 용도로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가유산인 제주도 시험장 청사만이 아니라 석주명이 머물던 관사, 창고 등도 시급히 복원·재현해 교육, 전시, 체험 공간 등으로 활용하자고 했다. 이는 제주도 시험장 관리자인 서귀포시에서 (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석주명기념사업 기본구상 용역'에 담긴 내용이다.
최근 공개된 결과 보고서를 보면 그간 석주명기념사업에 대한 많은 논의와 용역이 진행됐지만 오랜 기간이 지나도록 뚜렷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석주명기념사업을 표방해 놓고 영천동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에 치중하면서 본의 아니게 석주명기념관 건립 등 중점 사업 등이 배제된 점을 그 배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또한 제주도에서 2017년 2월 제주도 시험장 청사를 포함 4필지 1만 6769㎡(5081평)를 매입했고 2020년 6월엔 국가유산으로 등록됐으나 복원이 지연되면서 점점 쇠락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석주명기념사업과 관련해 매입한 부지가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고 짚었다.
이번 용역에서는 제주도 시험장이 '제주학의 발상지'라는 점을 강조했다. 석주명이 2년 남짓 근무하는 동안 제주의 자연과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제주의 방언, 전설, 인구, 곤충 등을 수집하면서 제주도 연구의 중요성과 제주도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를 제공하면서다.

구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배치도(1940). 석주명기념사업 기본구상 용역 보고서.
제주도 시험장 청사는 현재 국가유산으로 등록된 건물이고 그 맞은편에 석주명 가족이 살던 판임(判任)관사, 그 왼편에 고용원들이 쓰던 고원관사가 각각 있었다. 용역진은 제주도 시험장을 복원할 경우 1940년대 배치도를 참고해 청사, 관사, 창고 등을 되살리고 시험포와 수목원 일부를 재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급속한 노후화로 조속한 복원이 요구되는 청사는 거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고 관사와 창고 등도 일제 강점기 원도가 남아 있고 당시 배치도와 사진 등이 있어서 재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기념사업 기본구상 대상지에 있는 신규 조립식 건물(자연놀이교실)은 새롭게 복원될 제주도 시험장 청사와 시대적 부조화를 이루고 향후 시험포와 수목원 재현을 위해서도 우선적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장기 과제로 석주명의 나비 연구, 제주도 연구, 에스페란토 운동 등과 관련된 유품, 사진, 문헌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만큼 그것들을 전시·체험·교육할 수 있는 별도의 석주명기념관 건립을 꼽았다. 또 다른 장기 과제로는 제주도에서 제주도 시험장 전체 부지를 확보해 약용식물 자원을 주제로 한 약용식물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서귀포시는 올해 제주도 시험장 종합 정비 사업비로 12억 8000만원을 확보했다. 서귀포시에서는 "1980년대 제주도 시험장 건물을 보수한 이후 관리가 되지 않았다"며 2025년 제주도 본예산에 시설비 등 반영을 요청한 바 있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용역에 언급된 신규 건축물 철거 여부 등은 제주도 시험장 정비 사업을 완료한 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와 협의하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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