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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섬에서 만난 어머니들 얼굴 붓으로 기록
이명복 개인전 '삼촌의 초상' 10월 23일부터 갤러리 노리
약 30년 만에 재개한 인물화 작업에 여신 같은 제주 여성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입력 : 2021. 10.20. 09:4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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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복의 '해녀 삼춘-1'

그는 화면 안에 담긴 그들을 "여신"이라 칭했다.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더라도 만나게 되는 일하는 여성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는 그들에게서 척박한 제주 환경을 딛고 일어서 공동체를 살리고 보호하는 현자의 모습을 봤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여신들의 이야기는 오늘날 바다와 들에서 일하는 제주 여성들의 삶으로 되살아난 듯 했다. 그가 약 30년 만에 제주에서 인물을 그리게 된 배경이다.

제주에 정착해 제주4·3, 곶자왈 등을 주제로 작업을 이어온 이명복 작가가 이 땅에서 마주한 우리네 어머니들의 얼굴을 담은 회화 20여 점으로 개인전을 연다. 저지문화예술인마을에 있는 갤러리 노리에서 이달 23일부터 진행되는 '삼촌의 초상'전이다.

삼촌은 제주에서 가까운 이웃을 부르는 이름이다. 이 작가는 제주시 한림읍 어느 마을에 둥지를 틀고 그곳에서 본 '옥순 삼촌'을 그리기 시작했고 이는 인물화 작업을 지속하는 계기가 되었다. 뜨거운 햇빛에 검게 그을리고 세파의 흔적을 안은 옥순 삼촌이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을 간직한 얼굴은 작가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명복의 '좋은 아침'

그의 인물화는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네"를 보여주는 시대의 표정이다. 80년대 중반 농촌이 도시로 변해가는 서울 변두리에 살던 작가는 그 시절에 도시 빈민으로 전락해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화폭에 담았다. 하지만 그곳에 아파트 단지가 세워지고 지하철역사가 만들어지면서 익숙한 풍경도, 사람도 사라졌다. 이 작가의 인물화도 거기에서 멈췄다.

제주에서 다시 인물화가 살아난 건 고된 삶 속에서도 희망을 건져내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나의 붓은 그녀들의 고단한 표정과 자세를 단순히 그려내는 기록을 넘어서 그녀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에 대한 존경과 애정, 감동을 담아서 기록하는 일"이라고 했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 갤러리 연락처 77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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