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35)잠복결핵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35)잠복결핵
잠복결핵 감염, 결핵과 어떻게 다를까?
  • 입력 : 2024. 11.22(금) 03: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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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결핵, 증상 없지만 방치 시 전염 위험
고위험군, 조기 진단·치료 통한 예방 필수

[한라일보] 결핵은 기원전 고대 이집트 미라 화석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되고 치명적인 감염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했고, 130만명이 결핵으로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2023년 총 결핵 환자 수가 1만9540명 (10만명당 38.2명)으로 해마다 7.6% 감소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국 중 결핵 발생률 2위, 사망률 4위로 국가 위상에 비해 결핵관리 지표는 현저히 낮은 실정이다. 한편 제주도의 결핵 환자는 2023년 237명(10만명당 35.2명)으로 전국 평균보다는 적고 2022년에 비해 6.3% 감소했다. 이번주 제주인의 건강다이어리에서 제주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강지영 교수의 도움을 받아 잠복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강지영 제주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 내과 교수

▶결핵이란=결핵은 결핵균 (Mycobacterium tuberculosis, M.TB)이 인체로 들어와 일으키는 질병이다. 사람의 모든 장기를 침범하지만, 폐질환을 가장 많이 일으켜서 통상 결핵이라고 하면 폐결핵을 일컫는다. 폐결핵은 타인에게 전염이 가능한데,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비말핵을 공기 중에 배출하면 타인이 숨을 쉬는 과정에서 결핵균이 호흡기로 들어와 전파된다. 하지만 폐결핵 환자에 노출됐다고 모든 사람이 감염되는 것은 아니고 100명이 노출되면 이중 약 30명 정도가 결핵균에 감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감염 직후 1~2년 사이 결핵으로 발병하거나 대부분은 잠복결핵감염 상태로 있게 되는데 이중 약 10% 정도에서 살아가면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와 같이 잠복결핵감염은 소수의 결핵균이 우리 몸에 들어와 있지만 인체의 면역 방어 기전에 의해 질환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로, 특별한 증상이 없고 흉부 X선 검사도 정상이며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세계 인구 70억명 중 3분의1에서 4분의1가량이 잠복결핵감염 상태로 추정되며 국내에서 2017년에 시행된 집단시설 종사자 120여 만명 조사에서 잠복결핵감염자는 11.6%였고, 나이에 따라 검사 양성률은 증가해 20~29세는 5.5%, 40~49세는 23%, 60세 이상은 42%로 나타났다. 가끔 검진 흉부 X선 검사에서 비활동성이라는 문구에 대해 문의를 받는데 '비활동성 결핵'이란 말그대로 결핵균이 활동하지 않아 질병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흉부 X선 검사에서 치유된 결핵 흉터가 있을 때를 말하며, 이와 반대로 결핵균에 의해 질환이 발생한 경우를 활동성 결핵이라고 한다.

▶잠복결핵의 진단=결핵은 주로 미생물 검사로 결핵균을 확인해 진단하지만 잠복결핵감염은 체내에 소수의 결핵균만이 존재해 이를 직접으로 검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잠복결핵감염 진단은 인체의 면역체계가 결핵균에 노출된 후에는 균에 대한 면역력이 형성된다는 원리를 이용한 간접적인 검사방법을 이용한다. 현재 투베르쿨린 피부반응검사(Tuberculin skin test, TST)와 인터페론 감마 분비검사 (Interferon gamma release assay, IGRA)가 사용되고 있다. TST 검사는 피내에 결핵균에서 추출한 특정 단백질을 주입하고 48~72시간 뒤 피부의 팽진 크기를 측정하는 것이고, IGRA는 혈액을 채취해 결핵균 항원에 노출시킨 뒤 분비되는 인터페론 감마 혹은 인터페론 감마를 분비하는 림프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결핵 예방을 위해 생후 1개월 내 BCG (Bacillus Calmette- Guerin) 접종이 필수인데, BCG 접종자는 TST 검사에서 위양성이 나올 수 있어, BCG 접종을 2회 이상 했거나 1세 이후 추가 접종을 한 경우 혹은 BCG 예방 접종력이 불확실할 경우에는 IGRA를 우선적으로 권고한다. 5세 미만의 소아에서는 IGRA의 민감도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부족해 잠복결핵감염 진단을 위해 IGRA를 권고하지 않는다. 두 검사 모두 결핵균에 대한 면역반응을 확인하는 것이기 떄문에 잠복결핵감염뿐만 아니라 활동성 결핵 혹은 과거 결핵 치료를 완료한 경우에도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 잠복결핵감염 시 반드시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현재 이용되는 잠복결핵검사방법의 제한점이 있으므로 잠복결핵감염검사는 모든 일반인에게 일률적으로 시행하는 것보다는 결과가 양성일 경우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하는 특정 대상군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실시하도록 권고한다. 이러한 대상군에는 전염성 결핵 환자의 밀접 접촉자, 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HIV) 감염인, 장기 이식 시행자 혹은 예정자, 종양괴사인자(TNF) 길항제 치료 예정자, 과거 결핵 치료력 없이 흉부 X선에서 자연 치유된 결핵병변이 있는 경우, 규폐증 환자 등이 있다. 이외에도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결핵 예방법에 근거해 산후조리원,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아동복지시설 종사자들에게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잠복결핵 감염의 치료 필요성=잠복결핵감염 치료 여부는 활동성 결핵으로 진행 가능성, 결핵 발병 시 주위 파급효과, 약 부작용 발생 위험 및 대상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 치료 방법으로 리팜핀 4개월 요법, 이소니아지드와 리팜핀 병합 3개월 요법, 이소니아지드 6~9개월 요법 등이 권고된다. 과거에는 이소니아지드 9개월 요법이 우선적으로 사용됐으나, 치료 순응도 및 약제 부작용, 비용 대비 효과 등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현재는 리팜핀 4개월 요법이 일차로 추천된다. 하지만 리팜핀은 항응고제나 피임약, 부정맥약, 항경련제 등 타약제와 상호작용이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치료 시작 시 복용 약제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이외에 간기능 이상, 위장 장애 혹은 피부 증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잠복결핵감염 치료 시 활동성 결핵의 예방 효과는 최근 국내 연구들에서 입증됐다. 대규모 잠복결핵감염 검사 수검자를 대상으로 검사 양성자에서 치료한 경우 약 81% 의 결핵 예방 효과를 보였고, 결핵환자 가족접촉자 검진 사업 분석에서도 잠복결핵감염 진단자 중 미치료자는 치료 완료자에 비해 7.29배 결핵 발생 위험이 높았다.

결핵 치료 후에는 결핵균 음전, 영상 검사 및 증상 호전 등을 통해 완치여부를 판단하지만 잠복결핵감염은 치료를 완료해도 치료가 잘 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잠복결핵감염 진단 시 시행하는 TST 검사나 IGRA 모두 결핵균에 대한 인체의 면역 반응을 측정하는데 한번 형성된 균에 대한 면역반응은 치료와 관계없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한편, 잠복결핵진단이 됐지만 부작용 위험성이나 고령, 개인의 선호도에 따라 치료를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결핵 발병 시 생길 수 있는 증상인 '2주 이상의 기침, 야간 발열, 체중 감소' 등에 대해 숙지하고 증상이 있는 경우 내원해 흉부 X선 등의 검사를 진행하며, 증상이 없는 경우라도 최소 2년간은 1년에 2회 정도 흉부 X선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조기에 활동성 결핵을 진단 및 치료하고 더 나아가 주변 및 지역사회로의 전파를 줄일 수 있다. 어떤 질병이든 병이 진행된 후 잘 치료하는 것도 좋지만, 초기에 치료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더 나아가 병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따라서 개인의 건강증진뿐만 아니라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결핵 발생의 고위험 대상자는 잠복결핵감염을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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