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1)아프리카 박물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1)아프리카 박물관
‘문화의 다름’ 껴안는 황토빛 아프리카
  • 입력 : 2006. 01.01(일) 00:00
  • /진선희기자 jin@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보보 부족의 ‘쌍둥이상.

서울 대학로서 지난해 4월 제주로

가면·조각상·장신구 3백여점 전시

미술 체험교실 등 사회교육기능도


 얼마전 쏟아내린 폭설의 잔해가 흩어져있는 한라산. 숱한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한 짙푸른 겨울 바다. 서귀포시 대포동에 있는 아프리카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맞닥뜨린 풍경이다.

 빼어난 제주섬의 풍광을 곁에 두고 있는 박물관은 2005년 4월 정식 개관했다. ‘제주시대’ 이전에 1998년부터 5년여간 서울 대학로에 들어섰던 박물관이다. 한종훈 관장은 30년 넘게 수집해온 아프리카 미술품을 들고 제주에 정착했다. 서울의 박물관을 처분하고 전 재산을 쏟아부어 ‘생면부지’의 제주땅에 박물관을 다시 지었다.

 제주로 옮기면서 외연을 넓혔다. 박물관을 찾으면 황토빛의 독특한 외관이 눈길을 끈다.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젠네대사원을 토대로 설계됐다. 전네대사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진흙건물로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다. 박물관은 실제 진흙으로 지어지진 않았지만 섬세한 기술적 처리로 젠네대사원의 느낌을 충분히 살렸다.

 소장품은 7백점 가량. 아프리카 30여개국 70여개 부족 사람들이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만들어낸 것들이다. 이중 절반이 전시장에 나왔다. 각종 의식과 축제때 사용하는 가면과 악기, 일상 생활을 지배해온 생활용품과 장신구, 전통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조각 등이 3백여평 규모의 2층 상설 전시실을 채우고 있다. 여인들의 출산을 기원했던 보보 부족의 ‘쌍둥이상’, 아프리카 민중들의 건강성이 엿보이는 군상 ‘우마자’, 현명함과 판단력이 숨겨져있다고 믿었던 ‘응키시 응큰디’ 조각상 등은 그중 빼놓을 수 없다.

 때로는 추상적이고 때로는 화려한 아프리카인들의 색감과 형태를 만나고 싶은 이들은 1층 전시실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진가 김중만씨의 ‘아프리카’전이 펼쳐지고 있다. 절벽에 거주하는 도곤 부족의 가면축제 사진은 쉬 잊혀지지 않는다. 1층 전시실 한켠에는 프랑스 작가 엘로디 도흐낭 드 루빌의 흑백 드로잉 작품이 걸렸다. 박물관 개관에 즈음해 제주를 찾았던 작가는 방사탑, 돌하르방을 그려넣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린이 미술체험교실을 비롯해 아프리카 민속공연, 동영상물 상영도 박물관의 능동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박물관을 평생교육터전으로 가꿔나가자는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이곳의 미술체험교실 등은 지역사회에 뿌리내리려는 노력의 하나다.

 아프리카박물관은 ‘미개와 야만의 대륙’으로 여겨지는 아프리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루기 위해 생겨난 곳이다. 그들의 ‘원시성’에 담긴 자유분방함, 활력, 강한 생명력을 읽어내자는 뜻이겠다. 거친 환경과 싸워온 제주섬의 문화가 그것과 다를까. 박물관의 전시품은 그런 질문을 던진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동쪽 3백m에 위치했다. 찬찬히 둘러보려면 3시간 정도 걸린다. 별도의 관람 안내를 원하는 사람은 입장권 구입때 신청하면 된다. 큐레이터, 에듀케이터(교육전문가) 등이 도슨트(전시해설가)로 나선다. www.africamuseum.or.kr. 연락처 738-6565.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49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