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10)평화박물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10)평화박물관
가마오름에 아픈 역사 고스란히
  • 입력 : 2006. 03.22(수) 00:00
  • /진선희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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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고난사 생생하게 증언

지하진지 3백m 복원 일반에 공개…“이땅에 다시는 전쟁 없어야” 역설


“굴을 파는 현장엔 일본인, 조선인 할 것 없이 모두 동원됐지만 힘든 노동은 조선인 징용군이 도맡았다. 당시 손에 쥐어준 도구는 곡괭이와 삽이 전부였다. 장갑은 아예 없었고.”

 제주섬의 이국적 풍광을 만들어내는 오름. 섬 곳곳에 편안하게 누워있는 듯한 오름은 한없이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그 오름들엔 숱한 생채기가 나있다. 다름아닌 오름의 어디메쯤 있는 일본군 진지동굴을 말한다. 모두에 언급한 내용은 맨손이다시피 굴파기 작업을 했던 한 노인의 증언이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말기 연합군의 본토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제주에 대대적인 방어망을 구축했다. 진지동굴은 대표적 전적지중 하나다. 혹자는 제주섬에 흩어져있는 진지동굴이 7백여개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한다.

 북제주군 한경면 청수리 평화동에 들어선 평화박물관은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가마오름에 파놓은 지하진지를 복원한 체험 박물관으로 2004년에 문을 열었다. 개관 무렵 진지동굴 복원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일제강점기 당시 ‘가마오름 지하요새’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면서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박물관은 일제때 징용된 부친을 통해 역사의식을 깨친 이영근 관장의 노력으로 탄생했다. 똑같은 역사가 되풀이되어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고향에 터를 잡았다. 15년전부터 증언채록 작업을 했다는 이 관장은 박물관 개관 이후 전쟁 체험이 있는 노인들이 관련 자료를 여러점 기증해줬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영상관, 전시실, 지하진지 순으로 둘러보면 된다. 영상관을 찾으면 전쟁을 체험한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면서 진지동굴의 면모를 실감할 수 있다. 전시실에서는 군수품 수백점과 전쟁당시에 나온 책자 등을 선보인다. 굴을 파기 위해 사용했던 조명기구, 바닥을 다지던 철구, 측량기, 일본군 장교가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식기 등이 놓여있다.

 야외로 걸음을 옮겨놓으면 지하진지로 안내하는 간판이 보인다. 가마오름은 저 멀리 알뜨르비행장까지 눈에 들어올 정도로 탁트인 조망권을 확보한 곳이다. 일본군이 이 곳에 진지동굴을 구축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가마오름 동굴 길이는 약 2천m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물관측은 이중 3백m를 복원해 관람객에 공개하고 있다. 미로처럼 얽힌 진지 내부에는 사령관실로 쓰였다는 증언이 나온 10평 남짓의 방을 비롯해 숙소, 의무실 등을 재현해놓았다. 동굴을 팠던 곡괭이 흔적도 선명하다. www.peacemuseum.co.kr. 연락처 772-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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