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특별자치도제주]日 최북단 시레토코반도 샤리쵸의 교훈

[특집/특별자치도제주]日 최북단 시레토코반도 샤리쵸의 교훈
인구 13,000명에 공무원 무려 270명
  • 입력 : 2006. 04.21(금) 00:00
  •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샤리쵸 타운 중심부에 자리잡은 ‘공민관’은 제주도가 지향하는 주민자치센터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사진=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읍·면 규모…주민밀착 행정서비스 실현

자치센터 ‘공민관’ 600석 공연장도 갖춰

행정 지원·자치聯 협력 전시 강좌 활발


○… 일본의 북단 홋카이도(北海道)에서도 북쪽 끝자락에 있는 시레토코 (知床)반도. 칼바람이 불어닥치는 오호츠크해와 마주하고 있고 러시아 접경에 있는 이 반도는 2005년 7월 일본에서는 세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오른다.

 시레토코는 반도 양쪽에 두개의 마을을 거느리고 있는데, 오호츠크해 연안에 있는 마을이 샤리쵸(Shari Town, 斜里町)이며 반대편 북태평양을 끼고 있는 곳이 라우스쵸(羅臼町)이다. 일본의 행정조직에서 정(町)은 우리나라 행정조직으로 치면 읍·면과 비슷한 조직이다.…○


 취재진이 지난 3월 샤리쵸를 방문한 것은 시레토코반도의 세계자연유산 등재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 였는데, 뜻하지 않게 샤리쵸의 ‘자치’를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덤으로 얻었다.

 인구 1만3천4백여명의 샤리쵸는 농업과 어업, 관광을 기간산업으로 하고 있어 제주지역 읍·면의 인구규모는 물론 산업구조와 닮은 점이 매우 많다. 제주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려는 일출봉과 동굴지대가 성산, 조천, 구좌지역에 분포해 있음을 볼 때 샤리초의 지리적 위치가 특히 주목할만 하다.

 오호츠크해의 칼바람과 한대기후 등 열악한 환경 때문에 낙후성을 면치 못해 주민들이 집단 이주했던 불모지였으나 지금은 매년 국내·외 관광객 2백여만명이 즐겨찾는 세계적 명소로 탈바꿈한 시레토코의 중심 타운이 바로 샤리쵸다.

 샤리쵸는 1970년대 또 한차례 위기를 맞는다. 부동산 투기로 지역의 터전이 거대자본에 휘둘릴뻔 했었다. 주민들은 1977년부터 이른바 ‘1인당 1백㎡ 갖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 투기바람을 몰아내고 마을을 지켜냈다.

시레토코의 고봉들이 한눈에 들여다 보이는 샤리쵸 타운 중심부에는 샤리초 청사가 자리잡고 있으며 바로 옆에 ‘공민관(公民館)’이 들어서 있다. 샤리쵸 청사와 공민관,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이 곳 사람들의 고난과 극복의 역사를 웅변해주고 있으며 모범적인 자치의 사례를 보여준다.

 샤리쵸 타운의 행정조직은 우리의 상식으로는 그저 놀랍고 부러울 정도다. 4개 부(총무환경, 보험복지, 경제, 건설) 아래에 14개 과가 있는데 직원수만 무려 2백72명에 이른다. 제주의 읍·면·동의 공무원 수는 20∼30명 수준에 불과하다. 샤리쵸 행정조직의 ‘부’와 ‘과’는 우리 직제로 보면 시·군의 ‘과’와 ‘계’ 단위에 비교할만 하다.

 우리의 읍·면에 불과한 인구 1만3천여명의 인구 규모에도 불구하고 비대하다고 느껴질 만큼 공조직이 매우 활성화돼 있다. 이들 조직을 통한 주민밀착형 서비스가 얼마나 내실있게 전개되고 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샤리쵸의회의 의원은 모두 20명에 이른다.

 청사 바로 옆에 위치한 샤리쵸공민관은 복지회관의 개념이지만 제주도가 지향하는 주민자치센터가 어떤 비전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보여준다.

 6백석의 메인 홀을 중심으로 크고작은 공연이 이뤄지며 공연장 입구와 복도에서는 각종 전시회가 열린다. 각종 문화강좌와 레크리에이션은 물론 음악·미술·공예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공조직의 지원하에 ‘샤리쵸자치회연합회’가 주최가 돼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강시영기자 sykang@hallailbo.co.kr

[제주특별자치도 읍·면·동]조직 확대…주민자치 활성화

행정서비스·자치실현은 미완, 보육·문화인프라 등 확충해야


 7월 출범하는 제주특별자치도 행정구조개편에 따른 행정조직 재설계에서 강조된 것이 읍·면·동의 조직 편제 강화와 자치의 확대다.

 행정구조개편의 최종 목표가 시·군 자치단체를 폐지시키는 단일 광역체제 출범이기 때문에 최일선 읍·면·동의 조직과 기능 등 위상이 지금보다 훨씬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읍·면·동은 보완적 행정서비스에 그침으로써 새로운 주민행정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주민자치활동에 대한 지원기능도 미흡한 실정이다.

 조직개편에 따른 읍·면·동의 재설계는 기존 사무에 주민밀착형 생활서비스와 복지 민원사무를 강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과’ 조직을 신설하고 행정서비스 만족을 위해 기동봉사 기능을 신설한 것이 특히 눈에 띈다. 주민자치담당과 사회복지담당도 필수적으로 설치하도록 설계됐다.

 이에따라 읍사무소는 현행 6담당에서 2과·9담당으로 늘어나고 면사무소는 5담당에서 2과·8담당(추자·우도는 각각 2과·6담당)으로 확대된다. 주무과장인 주민자치과장이 부읍·면장을 겸임하는 것도 달라진 내용이다.

 동에는 인구규모(1만명 기준)에 따라 3∼4개의 담당이 신설된다.

 읍·면·동의 행정조직이 보강됨에 따라 공무원 수도 읍면은 최소(우도) 18명에서 최대(애월) 51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동사무소 인력도 각각 10∼20명 규모로 보강된다.

 전체적으로 읍·면·동의 공무원 수가 현재 7백50명에서 2백66명 늘어난 9백76명으로 조정됐다. 읍·면·동 행정조직개편은 행정서비스와 ‘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주민대표체계를 보완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개편안은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센터를 지원하기 위한 주민자치담당을 신설했다. 또 리·통장을 주민자치위원화함으로써 주민대표체계를 보완하고 주민자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를 지향하는 제주의 최일선 읍·면·동 행정조직과 자치는 아직은 멀게만 보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단기적으로는 연착륙을 지향한다. 여기에는 갑작스런 변화를 최소화한다는 명분이 있다. 궁극적으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 행정시를 폐지하고 특별자치도-읍·면·동 체제로 바뀐다. 그 시기는 아직 속단할 수 없다.

 7월 출범하는 특별자치도의 행정조직과 자치는 미완이다. 문화·여가·보육 등 21세기 인프라 시설도 우리의 읍·면·동은 매우 열악하다.

 일본 홋카이도 ‘샤리쵸’의 사례는 주민 밀착형서비스를 강화하는 행정조직과 자치실현을 위한 지원·시설보완 등을 위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967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