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해변의 여인
  • 입력 : 2006. 09.02(토) 00:00
  • /문미숙기자 msmoo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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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남녀의 유쾌한 사랑 줄다리기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지녔지만 인간의 본능적 욕망에는 충실한 30대 네 남녀가 있다. 이들이 일상속에서 풀어내는 사랑과 욕망의 세세한 심리묘사가 때론 달콤하고, 가벼움에 때론 씁쓸하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해변의 여인’이 지난달 31일 관객을 찾아왔다.

 영화감독 중래(김승우)는 후배인 미술감독 창욱(김태우)과 창욱의 연인 문숙(고현정)과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난다. 낯선 여행지에서 적당히 술이 들어가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고, 눈맞은 중래와 문숙은 창욱 몰래 하룻밤을 같이 지내게 된다.

 하지만 아침이 되자 중래는 볼일 다봤다는 듯이 ‘산뜻해지고 싶다’며 태도를 확 바꾼다. 그리고 다시 찾은 여행지에서 이혼위기에 놓인 유부녀 선희(송선미)에게 시선을 돌린다. “아는 여자랑 닮았다”며 시작된 중래의 수작은 또 성공하고 선희와 하룻밤을 보내지만 문숙이 “나야, 문열어”라며 현장을 덮친다. 이렇게 중래와 문숙, 선희는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영화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나 ‘오! 수정’ ‘생활의 발견’ ‘강원도의 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등 여섯 편에서 보여준 홍 감독의 영화와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훨씬 생기넘치고 유머도 풍부해져 지루하지 않다. 낯선 여행길에 오른 네 남녀의 겉다르고 속다른 심리를 하나씩 펼쳐놓으며 대중속으로 한걸음 더 친밀하게 다가선다.

 배테랑 연기자들의 무르익은 개성넘치는 연기력도 영화와 관객의 소통을 부드럽게 하는 요소다. 사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상적 인물의 면면들을 잘 소화해냈다.

 특히 영화에 처음 출연한 고현정은 고전적이고 단아한 이미지에서 푼수같고 능청스런 문숙 역으로 변신에 성공하며, ‘고현정에게 저런 면이 있었나’는 놀라움을 갖게 한다. 홍상수의 영화로는 처음으로 15세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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