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마축구단
"충격입니다! 축구강국 이태리가 북한에게 한골을 먹히다니! 전반종료 5분전 박두익의 선취골!" '천리마축구단'은 66년 영국 월드컵. 유럽의 강력한 우승후보 이탈리아를 1:0으로 이기고 월드컵 8강신화를 이룩한 북한 축구팀 이른바 천리마축구단을 소재로 한 영국 BBC다큐멘터리이다.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이들의 활약은 동서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절 서방세계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미들스로브에서 영원한 우승후보인 이탈리아를 꺾으면서, 파란을 예고한 미지의 축구선수들은 이후 수많은 팬들을 몰고 다니며, 영국월드컵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비록 포루투칼과의 경기에서 3골의 선취점에도 불구하고 후반 역습을 당해 한골차로 패배했지만, 이들은 월드컵의 신화가 되었다. 일약 국민영웅으로 부각되어 금의환향한 이들이 이제는 백발의 노인으로 다니엘 고든의 카메라 앞에 선다.
고든 감독은 당시 8강신화의 주역이었던 선수들과 북한을 상대로 경기를 벌였던 호주, 이탈리아, 선수들 당시 스포츠전문기자 그리고 돌풍을 일으킨 북한팀을 응원했던 영국인들을 인터뷰했다. 4년간의 협상 끝에 촬영허가를 얻어낸 감독은 9개월간의 촬영으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이후 역시 북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어떤나라'(a state of mind, 2004)로 평단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
'천리마축구단'은 월드컵 당시 자료화면과 오늘날의 북한의 모습을 교차한 빠르고 경쾌한 편집으로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속성을 살려 리듬감있게 그려진다. 특히 BBC 다큐멘터리 특유의 안정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다니엘 고든 감독, 다큐멘터리, 영국, 80분, 2002)
▶깃
연인과 다시 만나자던 약속의 날 현성은 우도로 향한다. 이미 독일에서 다른 사람의 아내로 살고 있는 그녀를 떠올리며 우도에서의 추억에 잠긴다. 그녀와 묵었던 민박집에 방을 잡고 어색한 첫만남의 인사를 거울을 보며 연습하는 현성. 아무래도 그녀는 오지 않을 것 같지만 기대감은 버리지 않는다. 민박집에서 삼촌의 일을 돕고 있는 소연은 한가한 일상속에서 탱고의 몸짓은 꿈꾼다. 그녀의 삼촌은 사랑하던 아내가 떠난 뒤 입을 닫고 매일 아내를 기다리고 있다.
송일곤 감독은 여행, 기다림, 꿈이 엉킨 이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우도의 풍광도 영화의 정서와 제법 잘 어울린다. 특히 바람과 파도가 세차게 몰아치는 바닷가에서 탱고를 추는 인트로 장면은 인상적이다. (송일곤 감독, 장현성, 이소연 주연, 2005, 79분)
<비디오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