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박물관 순례Ⅱ](7)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제주섬 박물관 순례Ⅱ](7)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그것은 자동차가 아니라 예술품
  • 입력 : 2009. 04.02(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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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 70여대를 소장하고 있는 안덕면 상창리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은 세계의 자동차 역사를 한눈에 꿸 수 있는 곳이다. /사진=강희만기자

목제 '힐만 스트레이트 8' 등 클래식카 70여대 소장

아이들이 그려갈 미래 꿈꾸며 세계 자동차 역사 담아



뉴질랜드 왕가누이 지방에서 자라는 삼나무를 썼다고 했다. 몸체 대부분이 목제인 '힐만 스트레이트 8'. 전 세계에서 6대밖에 없다는 '나무 자동차'다. 김영락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회장은 그앞에서 오래도록 걸음을 멈췄다. 1928년 제작된 자동차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반짝반짝 윤이 났다.

양쪽 문을 활짝 열었을 때의 모습이 마치 갈매기가 날개를 펼친 형상을 닮았다해서 '걸윙 쿠페'란 별칭이 붙은 '벤츠 300SL'. 전시관 입구에 멈춰선 이 차는 지금 내놓아도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역사상 명차로 손꼽히는 300SL. 갈매기 날개로 불리는 문이 달렸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의 세계자동차제주박물관. 내부 전시기법을 바꾸느라 지난 겨울 잠시 휴관했다가 3월 15일 새롭게 문을 열었다. 세계 자동차의 역사를 한눈에 꿸 수 있는 박물관에는 20세기 자동차 시대의 서막을 열게 해준 1886년 독일 벤츠 페턴트카에서 1990년대 영국의 롤스로이스 실버 스퍼까지 나와있다. 오래된 자동차라고 '전시용'으로만 여기면 곤란하다. 소장품 열대중 일곱대는 시동을 켜면 지금이라도 달릴 수 있다.

박물관을 세운 김영락 회장은 경북 구미공단에서 화학회사를 운영하던 이였다. 2001년 회사일을 접고 미국 여행중에 들른 항공기박물관에서 진지한 표정의 어린이 관람객을 보고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저 아이들이 20~30년후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라는. 자동차박물관 건립 계획은 그때 구상했다. 손꼽히는 자동차 기업들이 더러 자동차박물관을 운영하지만 개인이 끌어가는 사례는 드물다. 물론 한국에서는 첫 자동차박물관이다.

▲롤스로이스 실버레이스. 롤스로이스는 영국 최고의 귀족 전용 자동차의 이미지가 강하다.

▲영화 '백 튜더 퓨처'에서 타임머신으로 개조된 스포츠카로 등장했던 드로리안 DMC12.

세계의 클래식 자동차 70여대를 모아놓은 박물관은 한편으로 미술품 전시장 같다. 색감을 딱히 꼬집어 부르기 어려운, 깊은 톤의 빛깔을 몸에 입은 자동차들은 저마다 디자인을 겨룬다. 어떤 차를 타느냐는 마치 그가 어떤 옷을 입고 거리를 걷고 있는가를 묻는 일 같다. 전쟁중에 설계된 스투드베이커사의 생산품이 비행기를 모티브로 했듯 자동차에 그때 그 시절의 정서가 반영된다는 점도 예술 작품과 닮았다.

독일 영국 미국 프랑스 등지에서 생산된 클래식카가 하나 둘 스칠 때 문득 드는 생각은 '세계 자동차 생산 5위국'이라는 한국의 차는 없을까란 점이다. 그 무렵 눈에 들어오는 게 1955년산 '시발택시'다. 국제차량공업사의 3형제가 드럼통을 두드리고 펴서 만들었다는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꿈은 그렇게 시작됐다.

'힐만 스트레이트 8'등 박물관의 소장품 일부는 오늘(2일)부터 12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리는 2009서울모터쇼로 향한다. '세계 자동차 역사관'에 전시되는 것이다. 새삼 세계 자동차의 역사를 알려면 제주로 와야 한다는 점을 일깨운다.

▲세계에서 6대밖에 없는 희귀목제 자동차인 힐만 스트레이트8.

박물관은 아이들에게도 인기다. 꼬마 자동차를 운전하고 타이어를 교체하며 자동차를 가깝게 만날 수 있는 어린이체험장은 한국 자동차의 미래를 열어나갈 아이들에게 열려 있다. 박물관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www.koreaautomuseum.com.792-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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