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현장]대도시 감귤유통현장을 가다

[이슈&현장]대도시 감귤유통현장을 가다
품질 좋은데도 잘 안팔려 발만 '동동'
  • 입력 : 2009. 11.16(월) 00:00
  • 김기현 기자 ghkim@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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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감귤유통명령제를 도입해 비상품 출하를 차단하고 있으나 소비부진으로 감귤농가들을 애태우고 있다. 사진은 지난 14일 서울 가락도매시장 경매 모습.

소비부진 영향 가격 하락세 지속
"올해처럼 감귤 매기 없기는 처음"
조생 출하로 물량이 늘면 더 걱정


"올해처럼 제주감귤 매기(買氣)가 바닥인 해는 장사 40여년만에 처음이다. 예년보다 품질도 좋은데 신종 플루 탓인지 손님들의 발걸음이 너무 뜸하다."

올해산 조생감귤 출하 시작을 계기로 지난 13~14일 찾은 서울 영등포·남대문시장과 가락동도매시장. 상인과 도매인들은 의외로 심한 감귤 소비부진현상을 한결같이 지적했다.

감귤유통명령제 도입을 통한 비상품 출하 차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심지 유통현장에서 발견되는 1번과 이하 극소과와 결점과 등 비상품감귤의 유통 문제점도 현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었다.

지난 14일 새벽 2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내 감귤경매장은 김태환 도지사와 신백훈 농협 제주본부장 등 도청·농협 관계자, 조합장, 농가 그리고 언론사 기자 등 40여명이 현장을 방문하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김 지사와 신 본부장은 경매에 앞서 "올해 감귤 풍년으로 물량이 많지만, 품질은 예년보다 좋다. 여러분들이 제주지역을 살린다는 심정으로 가격지지에 도움을 달라"고 호소했다.

그럼에도 이날 농협가락공판장 평균 경락가는 10kg 상자당 6900원. 올 출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데다 전국에서도 최저 수준이었다. 도매시장 관계자가 간담회 자리에서 "지사가 방문하는 날 낮은 경락가를 기록해 죄송한 마음이 든다"며 "앞으로 좋은 수취가를 받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날 경락가는 다른 시장보다 거래물량이 157톤으로 많은데다 주말이라는 특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지속되는 소비부진으로 나타난 가격 하락세도 원인으로 꼽혔다.

그러나 앞으로 감귤유통의 더 큰 문제는 조생 온주의 본격 출하로 물량이 늘어날 경우다. 현 시점에서도 상인들이 소비부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기자가 지난 13일 낮 시간대에 찾은 영등포도매시장 인근에는 부분적이지만 노점상과 가게에서 판매되는 1번과 이하 극소과와 결점과 등 비상품감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도심지에서 판매되는 감귤로는 이해가 안될 정도로 심한 비상품이었다. 유통명령제 발령을 통한 소비지 단속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들었다.

이날 만난 한 도매상인은 "올해처럼 감귤 매기가 없는 경우는 장사 40여년만에 처음이다. 품질은 좋은데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올 감귤의 품질은 좋지만 사회 전반의 매기 부족이 가격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른 상인도 "예년의 경우 이맘때면 시장 전체가 감귤을 싣고 드나드는 차량과 상인들로 북적대는데 보시다시피 너무 한산하다"며 "그러니 가격도 작년 10kg 상자당 27000원대 내외를 보였는데 올해는 1만2000~1만3000원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남대문시장 한 상인은 "소비자들의 취향변화로 이 곳은 과일가게가 몇 개 없다"며 "올해 감귤은 맛있고 가격도 싸서 그런대로 팔리는 편"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결국 올해산 감귤 유통처리의 '성패'는 조생온주의 본격 출하기를 앞두고 현 소비지 현실을 '비상 상황'으로 인식, 특단의 소비진작 시책과 함께 출하물량 조절· 비상품 출하 차단 등에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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