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정공희 신엄리부녀회장

[어떵살암수과]정공희 신엄리부녀회장
"땅의 정직함 믿으며 고단함 잊죠"
  • 입력 : 2010. 07.22(목) 00:00
  • 진선희 기자 jin@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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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떵 살암수과'란 이름으로 평범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매주 한차례씩 소개한다.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 이모, 삼촌 같은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제주인의 진솔한 모습을 들여다 본다.…○

30년 가깝게 수박 농사…농한기 없이 사계절 분주
농산물 가격에 울고 웃어

며칠간의 비날씨 끝에 따거운 햇살이 이어지는 나날이었다. 사람의 피부만 그을리는 게 아니다. 밭에 누워있는 농작물도 타들어간다.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새마을부녀회장 정공희(51·사진)씨는 해가 뜨자마자 밭으로 향했다. 익어가는 수박을 신문지로 감싸는 일을 하기 위해서다. 오래도록 햇볕에 노출되면 껍질 색깔이 변해서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탓이다.

"새벽 4시30분이 되면 밭으로 갑니다. 한참을 일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침 겸 점심을 먹습니다. 한낮엔 밭일을 못하지만 쉴 틈이 없어요. 못다한 집안일 하다보면 금세 해가 떨어집니다. 그리곤 다시 밭으로 가서 밤 9시 무렵까지 일을 하다 돌아옵니다."

스물네살에 결혼한 정공희씨는 그 때부터 남편과 함께 농사를 지었다. 그에겐 농한기가 없다고 했다. 여름엔 수박 농사를 주로 짓지만 양배추, 브로콜리, 비트, 칼리 등 봄에서 겨울까지 바삐 몸을 움직여 여러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1년마다 농작물 수확이 되풀이되지만 매년 기분이 다릅니다. 농산물 가격에 따라 울고 웃기 때문입니다. 가격이 좋으면 몸이 고단한 것도 모르고 사는데 그렇지 않으면 힘이 들죠."

지난 18일 첫 수박축제가 열린 신엄리는 수박 주산지다. 제주에서 팔리는 수박의 대부분은 신엄리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봐도 된다. 정씨도 30년 가깝게 수박농사를 짓고 있다. 다행히 올해는 수박시세가 좋다고 했다. 농사꾼으로 살아가며 뼈마디가 성할 날이 없지만 땀을 흘린 만큼 좋은 가격으로 대가가 돌아오면 고통도 잊는다.

"예전에는 농사짓는다고 말하는 걸 꺼렸던 것 같지만 요즘엔 달라졌습니다. 젊은 날에 고향을 떠났다가 귀농하는 경우도 있고, 직장 생활을 하던 사람이 어느날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도 봤습니다. "

땅이 주는 정직함을 믿으며 묵묵히 밭을 일구고 있는 정씨도 잠시 일손을 놓고 여가를 즐기고 싶은 바람이 있다. 하지만 한시라도 한눈을 팔면 표시가 나는 게 농사다. 햇살이 뜨거울 때 그늘에서 잠시 몸을 쉬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없다.

정공회 부녀회장과 만난 시간은 오전 8시. 이야기를 마친 그는 서둘러 밭으로 향했다. 농사꾼들에겐 그 때가 '한낮'이다. 농사용 트럭에 오르는 발걸음이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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