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떵살암수과]김재호 서귀포시어린이집연합회장

[어떵살암수과]김재호 서귀포시어린이집연합회장
"아이 돌보는 일은 꿈을 키우는 일"
  • 입력 : 2012. 05.05(토) 00:00
  • 이효형 기자 h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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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회장'이라는 상징적 의미 때문에 어린이날 유공자 표창자로 선정됐다며 공을 돌리는 김재호 회장은 어린시절 꿈을 이야기해준 사람으로 어린이들 마음속에 기억되기를 바란다. /사진=강희만기자

어린이집 운영 노하우 대가 없이 나눠줘
어린이날 유공 국무총리 표창자에 선정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원장님은 아이들하고 소풍 나갔다 돌아오고 중이예요. 금방 오실거예요." 한 선생님이 말했다. 찬찬히 어린이집을 둘러보고 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버스 한대가 도착했고 만나기로 했던 김재호(46) 서귀포시 어린이집 연합회장이 보였다.

그는 먼저 차에서 내린 후 아이들이 조심히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쪽으로 오세요. 그렇지." 큰 몸집과는 달리 나긋나긋한 목소리였다. 몇몇 아이들은 바지자락을 잡고 놓지 않았다. '신뢰받고 있구나.' 김 회장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김 회장은 본래 서울 사람이다. 대학교를 제주로 오며 제주와 인연을 맺었고 15년 전 서귀포시에 '한사랑 어린이집'을 열었다. 중간에 1년반 정도를 제외하고는 8년 전부터 서귀포시 어린이집 연합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제90회 어린이날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자로 선정됐는데 그 공적 서류를 살펴보면 내용이 빼곡하다. 2004년부터 서귀포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날 행사 운영과 교통안전교육 등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또 보육원 시설 후원과 어려운 아이들에게 매달 조금씩 돈을 보태고 있다. 특히 교통안전교육은 전라도 등 타 지역에서 배워가는 정도다. 표창 수상자로 선정돼 축하한다는 말을 건냈다.

"국무총리 표창은 제가 서귀포시 어린이집 연합회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받는 것이지. 이 상은 서귀포시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함께 받는 상이예요. 개인이 받는게 아니죠." 우문현답이었다. 하지만 겸손함과는 달리 한사랑 어린이집은 정부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98.88점을 받을 정도의 전국 최우수 어린이집중 한 곳이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평가를 받는 어린이집이라면 그 자리를 유지하고 싶을 법한데 김 회장은 어린이집에 관한 모든 노하우를 다른 어린이집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나눠줬다. 그 결과 서귀포시내 136곳의 어린이집 중 75곳이 평가점수 90점 이상인 우수인증 어린이집이 되는데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었다. 절반 가까이 우수인증 어린이집인 경우는 전국적으로도 상위권에 속한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모두 다 공개하는 것은 아깝지 않느냐는 주변의 우려도 있었던 것도 사실이예요. 그래도 어린이집 전체를 위해 모든 것을 공개했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한사랑 어린이집에게도 도움으로 되돌아왔다. "몇 년전 어린이집의 모든 컴퓨터 파일이 날아간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의 모든 파일을 다른 어린이집에 줬기 때문에 거기서 다시 받아 금새 복구할 수 있었답니다."라며 아찔했지만 훈훈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김 회장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그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못 막아요. 최근 몇 달만해도 눈에 띄게 원아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영·유아에 대한 지원이 늘어난 반면 어린이집은 보육료가 3년째 동결됐습니다"라며 "보육표준단가라는 것이 있는데 이를 100으로 한다면 우리는 70~75정도만을 받고 있어요. 선생님들의 근무 여건이나 어린이집 운영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이들 곁을 지킨다.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 보는 낙으로 해요. 이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랐으면 합니다. 이 아이들이 자란 뒤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때 꿈을 이야기해준 사람으로 기억해 줬으면 해요. 아이들을 돌보는 일은 아이들의 동심과 꿈을 키워주는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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