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질병 50선](3)만성 경막하 혈종

[제주의 질병 50선](3)만성 경막하 혈종
가벼운 외상 후 증상없어도 방심은 금물
  • 입력 : 2011. 01.13(목) 00:00
  • 조상윤 기자 sycho@hall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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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경막하 혈종 환자의 경련발생 한달후 촬영한 MRI(사진 1) 및 CT(사진2)에서 혈종의 크기가 증가한 소견이 나타났으며, 수술후 촬영한 CT(사진3). /제주대학교병원 제공

초기 지속적 두통·구토증상
머리 외상입으면 진단 필수

▶시술증례= #1. 59세 B씨는 평소 고혈압, 당뇨로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으며 술을 자주 마시는 병력을 갖고 있었다. 과음 후 경련을 동반한 의식 소실이 한차례 있어 신경외과 외래에 내원했다. 신경학적 검사 소견상 의식상태는 명료했으며 신경결손의 증상(운동기능 마비, 언어장애 등)은 없었다. 경련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뇌전산화 단층 촬영과 뇌파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실시했다. 뇌전산화 단층 소견에서는 좌측 두정부(頭頂部=머리의 꼭대기 부분)의 경미한 만성 경막하 혈종이 발견됐으며, 혈종의 양이 많지 않고 신경학적 결손이 없어 경련에 대한 항간질약을 복용하고 통원 치료를 시행했다. 한달 뒤 확인한 뇌자기공명영상소견상 소량의 경막하 혈종의 양이 증가해 좌측의 대뇌를 압박하는 형태로 출혈량이 늘어났다. 혈종의 양이 증가한 것에 비해 환자의 신경 결손 증상은 동반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혈량이 증가하는 소견이 있어 수술적으로 혈종을 제거해야 할것으로 판단돼 두정부 위치에 천두술을 통한 만성 경막하 혈종 제거술을 시행했고 경과를 관찰 중에 있다. 평소에 술을 자주 마시던 환자는 과음 후 경미하게 머리를 부딪힌 경우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뇌내의 미세 혈관의 손상이 동반돼 천천히 발생하는 만성 경막하 혈종이 진행됐던 것으로 판단된다.

#2. 79세 K씨는 평소 고혈압에 대한 약물 치료를 하고 있었으며 혈전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적인 혈전용해제(아스피린/아스트릭스/프라빅스/와파린 등)를 복용하고 있었다. 약 2주전부터 환자는 기억력이 감퇴되는 증상과 소변을 지리고 서서히 진행되는 보행장애 증상으로 신경외과를 찾았다. 뇌졸중에 대한 감별을 위해 뇌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했으며, 좌측 대뇌의 전두부-두정부에 위치한 다량의 만성 경막하 혈종이 발견돼 뇌가 한쪽으로 2∼3㎝ 정도 밀린 상태였었다. 혈종 제거를 위한 천두술 및 혈종 제거술을 시행했다. 이후 퇴원해 통원 관찰 중에 있다. 환자는 고령에 혈전 용해제를 복용 중이었으며, 두부 외상의 병력이 없이도 경막하 혈종이 진행될 수 있는 경우로 판단된다.

▶수술치료 뇌출혈=신경외과에서 수술적으로 치료하는 뇌출혈에는 대표적으로 외상성인 급성 경막하 혈종과 급성 경막외 혈종이 있으며, 자발성 뇌출혈에는 고혈압성 뇌출혈과 혈관성 뇌출혈(지주막하 출혈), 동정맥기형 등이 있다. 그러나 외상의 병력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에도 만성 경막하 혈종이 발생하는데 특히 고령의 노인층에서 자주 발생한다.

노인층에서는 뇌의 탄력성이 감소돼 머리를 문에 부딪치는 등의 경미한 외상이 있었을때와 또는 부딪친 기억도 없을 정도로 사소한 충격을 경험한 뒤 빠르게는 2∼3일 후, 늦게는 1∼3개월 후에야 머리에 출혈이 진행되고 신경학적으로 이상이 생겼음을 알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더욱이 노인에게서는 가벼운 두통과 머리가 무거운 두중감, 단기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헛소리를 해 조기치매에 빠진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빈도는 적지만 젊은 연령층에서도 술을 많이 마시고 깬 뒤나 교통사고 또는 산업 현장에서 두부 외상을 겪은 뒤, 일례로 축구 경기 중 공중볼을 헤딩하고 난 뒤 충격을 받아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때도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 경막하 혈종이 진행되는 사례도 있다.

▶만성 경막하 혈종=만성 경막하혈종은 뇌와 척수를 둘러싸고 있는 경막과 뇌의 표면막인 지주막 사이에 혈종이 형성된 경우이며, 그 증상이 나타나는데 약 1~4주 정도 경과한 후 발생되고 대개 50세 이상의 고령에서 발생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약 4배 가량 많이 발생하고, 노년층이나 알코올 중독자 중에서 뇌가 작아지고 굳어지는 뇌위축 질환이 있을 경우에 머리에 경미한 두부 손상에서도 발생한다. 고령의 환자가 많은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노화 현상으로 뇌 용적이 조금씩 줄어들고, 두개골과 경막 사이가 벌어지면서 공간이 늘어난다. 이로 인해 그 틈에 위치하던 실핏줄이 늘어나 더욱 가늘어지고, 사소한 충격에도 파열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증상 및 치료=만성 경막하 혈종의 초기 증상으로는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두통이나 구토증상이 있으며, 시간적으로 경과하면서 반신 마비가 오기도 한다.

노년층이나 알코올 중독자에서는 정신 착란이나 기억력 장애가 주로 나타나고, 치매와 유사한 증상이 보일 수 있으며 혈종이 좌측 대뇌 반구에 있을 때는 언어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간과하고 그냥 둘 때에는 점차 두개강 내에 압력이 상승돼 숨골을 누르게 되는 경우에는 의식이 혼미해지고 동측의 동공이 커지며, 더 심해지면 뇌간 마비 증상을 일으켜 수술을 하지 않게 되면 사망하게 된다. 만성 경막하 혈종의 치료는 수술이 원칙이며, 수술 방법으로는 머리에 구멍을 내 혈종을 제거하는 천두술을 통한 혈종제거술을 시행하는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경미한 두부 외상 후에도 눈에 띄는 증상이 없을지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사고 직후에는 출혈량이 적어 CT나 MRI 검사를 해도 '이상 없음'이란 판정을 받기 쉽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지속적으로 출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노인 연령에서의 가벼운 두부 외상은 1~3개월간의 관찰이 필요하다. 고혈압 치료를 하고 있는 고령의 노인에서는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증을 예방할 목적으로 아스피린류의 항혈소판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은 혈액이 묽어져 출혈시 지혈이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외상성 만성 경막하 혈종은 진단과 동시에 두개골과 경막 사이에 발생한 혈종을 제거하는 것으로 쉽게 치료된다. 다만 가급적 초기에 이같은 처치가 이뤄져야 한다.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뇌세포 손상이 확대되고 이로 인해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때문에 외상 당시에는 두통 등의 가벼운 증상만 보여 무시하고 넘어가기 쉬우나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따라서 가벼운 머리에 외상을 입은 후 두통이 심해지거나 마비 등의 증상이 발생하거나, 뚜렷한 외상의 병력이 없더라도 두통이 지속되거나 기억력저하, 편마비가 발생하게 되면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전문의 의견/정유남 신경외과 ]신경외과의 질환들

우리 몸의 신경계는 고도로 전문화된 기관이다. 신경계에 발생한 질환을 수술하는 신경외과는 다른 분야보다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며 최첨단의 장비가 동원된다. 뇌와 척수를 포함하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에 발생한 질환의 수술을 포함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치료한다.

뇌혈관질환(뇌졸중), 뇌종양, 두부외상, 디스크를 비롯한 각종 척추질환, 척추 및 척수종양, 척추외상, 선천성신경계 기형 질환에 대한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신경외과적 수술 치료를 진행하는 질환의 대표적인 뇌졸중(중풍)은 자발성 뇌출혈과 외상성 뇌출혈로 구분될 수 있다. 이중 자발성 뇌출혈에서 가장 많은 원인은 고혈압성 뇌출혈로 볼 수 있으며 혈관성 출혈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출혈, 뇌동정맥기형에 의한 출혈 등으로 나눠질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해 유발되는 뇌지주막하 출혈은 고혈압성 뇌출혈과 더불어 출혈 발생시에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대표적인 뇌출혈이다. 뇌동맥류 파열의 원인은 뇌동맥의 혈관이 얇아지거나 기형적으로 생긴 경우 마치 풍선처럼 얇아지고 불룩하게 튀어나오는 부위가 생겨있는 경우 뇌내 혈압이 상승되는 문제(스트레스나 복압상승 등)가 생기는 경우 갑자기 혈관벽이 터져서 출혈을 일으키게 된다.

그 외의 수술이 필요한 질환 중 만성 뇌경막하 출혈은 서서히 진행되는 병변으로 특히 고연령에서 발병률이 높은 질환이다. 주 증상은 두통이나 편측 마비, 언어장애, 대소변장애 등으로 서서히 진행돼 나타나기 때문에 노인에서 발생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증상과 유사하게 나타날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정밀검사(뇌전산화단층촬영, 자기공명영상술)등 정확한 진단을 통해 수술적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

교통사고나 낙상 등의 두부 외상 이후 발생하는 외상성 뇌출혈은 응급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한 치료는 약물치료 및 수술적 혈종제거술이 필요하다.

두부 외상이 발생하면 초기 24시간 이내에 진행되는 병변이 많으므로 사고직후 검사 및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뇌 손상에 의한 치료는 조기에 이뤄질수록 치료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으므로 지체없이 즉각적인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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