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둘레길 시대 개막
▲한라산 둘레길 시대가 열린다. 한라일보사는 지난 2009년 창간 20돌 특별기획으로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숲길탐사대를 꾸려 '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란 제목으로 약 100km에 이르는 한라산 숲길탐사를 실시했다. 사진은 숲길탐사를 실시하던 당시의 모습. /사진=한라일보 DB
29일 1단계로 법정사 ~ 시오름 구간 9km 개통산림자원 풍부… 병참로·화전 등 역사문화 흔적산림휴양·역사문화 체험프로그램 활성화 절실
오는 29일 마침내 한라산 둘레길 시대가 열린다. 둘레길은 한라산국립공원 자락 해발 600~800고지를 빙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다. 한라산 둘레길은 사려니숲길에 이은 또하나의 명품 숲길을 예고하고 있다. 한라산 둘레길은 한라일보사와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이 지난 2009년 '한라산 환상숲길'이란 제목으로 공동기획 탐사해 20여차례 연재했던 공간이다. 둘레길의 공식 개통을 앞둬 이 숲길의 가치 등을 집중 소개한다. <편집자주>한라산 둘레길은 절물자연휴양림∼사려니숲길∼수악교∼돈내코 상류∼시오름∼서귀포자연휴양림∼거린사슴∼노루오름∼1100도로∼제1산록도로∼한라생태숲∼절물자연휴양림에 이르는 약 80km 구간이다. 숲길을 이어주는 길까지 포함하면 길이가 약 100km가 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전체 길이 80km의 둘레길 가운데 서귀포시 도순동에 있는 법정사에서 시오름에 이르는 9km 구간에 대한 사업을 마무리해 29일 개통할 예정이다. 나머지 구간은 빠르면 오는 2014년까지 연차별로 추진된다. 총사업비는 30억원으로,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첫 구간 개통식은 오전 10시30분부터 무오법정사 주차장에서 열린다. 한라산 둘레길 첫 구간은 서귀포자연휴양림과 연결돼 있어 이 곳에서도 진입이 가능하다.
한라산 해발 600∼800m의 국유림에 있는 이 숲길은 일제가 한라산의 울창한 산림과 표고버섯을 수탈하려고 만든 병참로(일명 하치마키 도로) 등을 활용해 만들었다. 둘레길은 너비를 최대 2m로 제한하고, 인공자재의 사용을 억제해 자연지형과 생태환경을 최대한 살리도록 설계됐다.
▲한라산 둘레길은 묻혀져 있던 옛길을 복원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치유의 숲'이다. 사진은 둘레길 주변 역사유적지. /사진=한라일보 DB
#생태·역사문화 공간
한라산 둘레길은 다양한 생태환경과 역사문화자원을 아우른다. 없던 길을 새로 내는 것이 아니라 묻혀져 있는 옛길을 회복하는 것이며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치유의 숲'이다. 이미 오래전 다양한 목적으로 개설, 이용돼 왔던 공간을 무대로 한다. 그 공간은 옛 등산로가 될 수 있고, 일제 강점기 임산자원 수송·병참로, 임도, 목장길, 잣성, 화전터를 아우른다.
둘레길 주변에는 동백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숲을 꽉 채우고 있다. 적송의 자태도 장관이다. 특히 둘레길 첫 구간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동백벨트'와 아름드리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압권이다. 숲길 간간이 골짜기가 가로질러 운치를 더해준다.
일제가 임산자원 수송로와 병참로로 구축했던 환상도로의 현장도 생생하다. 현재 난대산림연구소 시험림 구간과 한라산 5·16도로변 수악교 일대 구간 등에 비교적 원형의 흔적이 남아 있다. 이 일대에는 제주4·3사건 당시 군경 토벌대와 무장대가 주둔했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구길본 국립산림과학원장은 지난 3월초 본지와의 대담에서 "제주는 자연환경과 기후여건상 '숲 치유' 하는데 최적의 공간"이라고 평가했다..
한라산 둘레길 조성사업은 올해에도 계속된다. 제주자치도는 1단계로 서귀포자연휴양림~서홍동 시오름 9km에 이어 올해 영실입구~애월읍 천아오름간 5km의 둘레길 조성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상반기 안에 사전답사를 거쳐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한다.
고영복 제주자치도 녹지환경과장은 "둘레길은 산림휴양과 생태체험을 겸한 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이라며 "한라산에 집중된 탐방객을 분산시키고, 생태환경과 역사문화를 체험하고 배우는 학습장으로도 널리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환상숲길' 특별기획]한라산 옛 숲길 수년간 추적 결실
본보·산악연맹, 2009년 전문가 참여 공동탐사
산림청은 지난 2009년초에 오는 2016년까지 제주 한라산권 등 전국 7개 권역 12곳에 산림문화체험 숲길 1500km를 조성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한라일보사는 그해 창간 20돌 특별기획으로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숲길탐사대를 꾸려 약 100km에 이르는 숲길탐사를 실시했다. 탐사결과는 '한라산 환상숲길을 가다'를 제목으로 그 해 3월 22일 한라산 횡단 1100도로변 서귀포자연휴양림에서 첫 장도에 오른 이후 탐사 결과를 20여회에 걸쳐 연재했다.
'환상숲길'은 한라산 허리를 타원형으로 빙둘러 순환하는 숲길이라는 뜻이다. 더불어 그 속에 감춰진 역사·문화·생태·경관자원을 만날 수 있어 매력적이고 환상적(幻想的)인 길이라는 의미까지 녹아 있다. 실제 탐사를 통해 많은 자원이 발굴되는 성과를 거뒀다.
탐사대(대장 오윤호, 제주산악연맹 부회장)는 제주산악연맹 숲길조사팀과 더불어 본지가 위촉한 동·식물, 지질·환경, 역사문화, 인문지리 등 각계 전문가 학술팀, 그리고 취재팀으로 꾸려졌다. 숲길탐사는 제주의 또다른 가치를 찾아 나선 대장정이었다.
한라산에 묻혀져 있는 옛길 추적은 제주의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꾸준하게 전개돼 왔다. 그 중심에 제주특별자치도산악연맹 산하 백록산악회와 거산회가 있다. 산악인들은 지난 2004년 9월부터 한라산 옛길 찾기에 뛰어든다.
한라산 옛길 찾기는 옛 등반로와 '하치마키'도로, 표고재배장길, 폐 표고장, 임도, 목장길까지 포함하면서 시간과 인내, 발품을 들이는 방대한 작업으로 확대됐다. 길은 유실돼 원형이 사라지거나 어떤 곳은 복잡하게 얽혀 분간도 쉽지 않았다. 일제 강점기 수송·병참로는 남북과 동서 방향으로 길찾기가 시도됐으며 상당구간에서 그 원형을 찾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옛길 찾기는 갈수록 치밀하게 전개됐다. 2005년에는 위성으로 위치를 추적하는 GPS가 투입돼 좌표를 찍고 길을 연결시키기 위해 비슷한 지점을 수차례 반복해 추적하는 여정이 계속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