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캔버스 속 정물처럼 누워있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 고개만 간신히 움직일 뿐이다. 그는 "예전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괴로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삶의 의지를 찾은 그는 글로써 희망을 말하고 있다. 지체장애 1급 홍성모(33·사진)씨의 이야기다.
10년 전 일이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건설 현장에서 일하다 건물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다. 당시 경추 1·2번과 횡경막을 다쳐 혼자 움직일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그는 "인공호흡기 없인 하루도 살 수 없는 현실이 막막해 우울증에 대인기피증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불운은 거센 파도처럼 몰아쳤다. 2009년 1월, 없는 살림에 새 것 대신 구입한 중고 인공호흡기가 갑자기 작동을 멈췄다. 생명줄이 끊기니 이내 그의 숨도 멎었다. 그는 어머니가 엠브를 쥐어짜며 불어넣은 숨에 의지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간신히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인공호흡기가 고장 난 뒤 언제든지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후회하고 싶진 않더군요."
삶의 끈을 다시금 부여잡은 그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하루일과나 느낌 등을 정리해 나갔다. 특수 제작된 컴퓨터로 글을 쓰는 건 쉽지 않았다. 안경테 중앙에 부착된 특수마우스를 이용해 모니터 상 자판을 눌러야 했기 때문에 한 문장을 완성하는데도 남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그는 글쓰기를 통해 "매 순간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턴 시(詩)쓰기에 도전중이다. 김길웅 전 제주동중 교장의 지도를 받아 지금까지 20여편의 자작시를 완성했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담긴 시부터 다른 이의 그리움을 보듬는 시까지. 곳곳에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다.
그는 글로써 세상과 만나고 있다.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글과 시를 자신의 트위터(@hsm0456)와 홈페이지에 올려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다.
"제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오직 글뿐이에요. 많은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희망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