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에게 어떤 이들은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지만 높은 현실의 벽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좌절감을 준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학업과 낭만이 가득 차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경쟁만이 존재하는 치열한 취업의 문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들이 꿈꿔온 미래는 겨우 안정적인 직장이지만 누군가는 우리들이 88만원 세대 또는 비정규직보다 못한 신세가 될 거라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은 가능성과 불안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렇다, 우리들은 이 시대의 대학생이다.
사회는 우리들을 흔히 성인 전 과도기라 규정짓는다. 과도기, 그 말에 담긴 속뜻처럼 우리는 아직 불안정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어엿한 성인으로서 자신의 신념과 습관을 정착해나가고 나름의 관성을 가지고 있지만, 시기적인 불안은 지우기 힘들다.
다른 성인 세대처럼 안정적인 직장이나 일정한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졸업 전후로 무엇 하나 결정된 것이 없는 불확실성은 우리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당장 졸업하고 잘나가는 대기업의 사원이 될 수도 있지만, 기약 없는 백수가 될 수 있는 것 또한 우리들의 슬픈 현실이다.
불안감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크게 느껴진다. 1학년 때는 학교에 적응하기 바빴고, 2학년 때는 대외활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대학생으로서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한다. 하지만 3학년이 된 우리들 대부분은 마인드부터 달라진다. 코앞으로 다가온 취업전선에 대비하기 위해 대학생으로서 해야 할 것들에 몰두한다.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는 더욱 가중되고, 미처 신경 쓰지 못한 토익은 물론, 남들만큼의 스펙을 쌓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 속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현실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우리들이 느낀 현실은 생각보다 더 가혹했다.
우리들의 하루는 여느 수험생 못지않게 바쁘다. 토익학원에서 시작한 하루는 밤늦게 도서관에서 끝나곤 한다. 방학인 지금도 도서관의 자리는 촘촘히 채워져 있다. 스펙에 관심 있는 어떤 이들은 대외활동이나 공모전에 바쁘고, 또 어떤 이들은 다음 학기 등록금을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아르바이트까지 겸한다. 무거워진 어깨를 이끌고 우리들은 매일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우리는 때때로 깨닫는다. 우리가 진정 힘들어 하는 이유는 우리를 좌절시킨 높은 현실보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 때문인 것을. 원하지 않은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부담감 속에서 언제 이 생존이 끝날지 누구도 가늠 할 수 없다. 생존 끝에 자신이 원하던 것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우리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서 그저 이 힘든 싸움을 묵묵히 해나가고 있다. 끝없는 불안 속에서도 가능성에 도전하는 것, 이것이 우리들의 치열한 현실이다. <오소진 제주대학교 전자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