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6)칼호텔 포인트

[제주해양리포트 6부:제주바당 올레길을 가다](6)칼호텔 포인트
울긋불긋 단풍 든 바닷속 영실기암 멸치떼가 휘감아
  • 입력 : 2013. 09.23(월) 00:00
  • /고대로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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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칼호텔 앞 해상에 위치한 일명 '칼포인트'는 수심이 14m 정도로 깊지 않아 다이빙 초급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칼포인트에서 만난 멸치 무리. 조성익 자문위원

바닥엔 높이 5m 되는 뾰족한 기암괴석들 즐비
바위 한편엔 연산호 다른편엔 거품돌산호 빼곡
별빛처럼 쏟아진 멸치·전갱이떼 군무 환상적

이번에 소개할 장소는 서귀포 칼호텔 앞 해변에서 남쪽으로 3~4km 떨어진 일명 '칼호텔 포인트', '칼포인트' 또는 '꽃동산 포인트'라고 불리는 곳이다. 배에서 바로 입수하는 보트 다이빙을 해야 하며, 수심이 약 14m 정도로 깊지 않아 오픈워터 다이버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서귀포시 보목동 보목포구에서 출발해 서귀포항 방향으로 10여분 정도 가면 해상에 커다란 주황색 부표를 발견할 수 있다. 스쿠버 다이빙 관계자들이 설치한 것으로 포인트 위치와 다이버들의 안전한 입·출수를 도와준다.

탐사 당일 파도가 제법 있었지만 보목 포구 옆으로 길게 나온 '여'(물에 잠겨 있는 바위나 암초)가 파도를 막아줘 포인트 주변은 바다가 잔잔했다. 준비를 마치고 한명씩 입수하고 하강라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날씨가 흐려 햇빛은 없었지만 시야가 제법 나왔다.

4~5m 정도 내려가자 시커먼 바위들이 하나 둘 시야에 들어왔다. 14m 정도 바닥에 도착하고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이 포인트의 특징은 높이가 5m 정도 되는 끝이 뾰족한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는 것이다. 마치 영실기암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기암괴석 사이로 빠져 나가자 놀랍게도 한쪽 벽면을 연산호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노랑 빨강 보라 등 형형색색의 연산호들과 해면, 긴가지 해송들이 기암괴석 한쪽 면을 완전하게 차지하고 있다. 마치 가을철 울긋불긋 물든 한라산 영실 오백장군 바위가 어우러진 듯한 모습이다.

▲암반을 둘러싼 연산호 군락과 주변을 유영하는 다이버와 멸치·자리돔

해면과 연산호가 어우러진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 뭔가에 쫓기는 듯 멸치 무리가 다이버들에게 별빛처럼 쏟아진다. 크지 않은 방어 몇 마리가 멸치 무리를 노리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멸치 무리가 사라지자 이번에는 전갱이 무리가 찾아와 기암괴석 사이를 맴돌며 환상적인 군무를 펼친다. 바위틈 바구니에 숨어 주위를 경계하는 문어와 다금바리, 벵에돔 등 다양한 어류들도 만날 수 있다.

이 곳의 또하나의 특징은 길게 늘어선 수중암반을 동서로 나눠 암반에 부착해 살아가는 생물들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먼저 수중암반의 동쪽 면에는 거품돌산호가 우점하고 있다. 반면 서쪽면으로 넘어가면 앞에서 설명한 각종 연산호와 해송들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아열대성 생물로 제주바다가 온난화의 영향을 받아 아열대화가 상당히 진행됐음을 증명하지만, 두 생물의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조성익 자문위원은 "몇년전 비양도 연안과 한림읍 금능지역 탐사때 거품돌산호가 빠르게 증식해 어장을 황폐화시킨 것을 확인했었다"며 "경산호인 거품돌산호는 연산호와 달리 감태 등 해조류 서식지를 침범하는 해적생물격이라 볼 수 있다. 문섬 주변에도 거품돌산호가 발견되지만, 칼포인트처럼 바위의 방향을 두고 양편으로 판이하게 다른 모습의 생물상을 보이는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사진 위부터 수중 기암괴석과 연산호, 암반 한편을 차지한 거품돌산호, 수중 바위산을 유영중인 강경민기자.

이와 관련 조성환 자문위원(연안생태기술연구소장)은 "거품돌산호와 연산호 모두 제주 바다가 아열대화 됐기 때문에 만날 수 있는 생물상"이라며 "밀집해 서식하게 되면 해당 지역의 해조류 서식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연산호의 경우 '바다의 꽃'이라 불리며 활용면에서 다양한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거품돌산호는 그다지 활용가치가 아직까지는 없어 우리 입장에서 골칫거리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송악산 및 서귀포 해역이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연산호 군락의 자연 상태를 전형적으로 잘 보여주는 특징적인 곳으로 분포상 학술적인 가치가 매우 높다는 판단 아래 2004년 서귀포 해역 9010만5503㎡의 연산호 군락을 천연기념물 제442호로 지정했다.

고대로·최태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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