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튀는 논술학교](16)실전 모의고사-인문사회 논술문제 해설

[톡톡튀는 논술학교](16)실전 모의고사-인문사회 논술문제 해설
"인간은 뇌에 갇힌 존재 아닌 머리 바깥 세상에 있어"
  • 입력 : 2013. 10.29(화) 00:0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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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접근으로 인간 심연 이해 가능하다는 기대 있지만
인간성 깊숙한 곳 참된 본성은 과학적 이해 어려워 비판도


*이 글은 지난 10월 22일자 '톡톡튀는 논술학교'에 게재된 실전 모의고사 논술문제에 대한 해설입니다.

1. 문제 배경

출제된 제시문은 인간의 '마음'이라는 관찰할 수 없는 대상에 대하여 오늘날 과학적 연구가 이루어낸 성과들을 대비시킴으로써 인간 내면을 어느 정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가의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인간의 마음과 상호관계는 그동안 근대적인 패러다임 속에서 '이성'과 '합리성'을 중심으로 이해되어 왔으며, 그와 대비되는 '감정' 및 '감각'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뇌과학 등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짓는 감성적 요소의 생물학적 설명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아마도 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의 심연을 포함하는 모든 부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능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성의 깊숙한 곳에 깃들어 있는 참된 본성을 결코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대립적 관점을 염두에 두고 마음과 몸(뇌)이 하나로 존재하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별개의 것인지에 관한 제시문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2. 제시문 해설

제시문 (가)는 '감성혁명'을 강조한 대니얼 골먼(Daniel Goleman)의 저서 'SQ 사회지능'의 일부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그동안 '이성'의 중요성이 강조되었지만, 이 제시문에서는 '감성' 또는 '감정'이라는 또 다른 요인이 강조되고 있다. 이 글에서 '하위 경로'란 바로 감성적 요소가 타인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가리키는데, 본능에 따라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는 이런 측면이 정확하고 합리적인 '상위 경로'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제시문 (나)는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어려운 시절(Hard Times)'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19세기의 산업 사회를 배경으로 공리주의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인하여 인간적 가치가 훼손되는 세태를 고발하고 있다. 이 제시문에서는 '신사'가 합리성을 대변하는 인물로, 그리고 '소녀'가 감성적인 측면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다.

다시 말해 신사의 '사실'이 합리성과 이성을 대변하는 것이라면, 소녀의 '꽃'과 '상상'은 인간생활의 또 다른 측면을 나타내는 감성적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제시문 (다)는 현대의 뇌환원주의적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로돌포 이나스(Rodolfo Llinas)의 '꿈꾸는 기계의 진화(I of the Vortex)'에서 가져왔는데, 이 글에서는 인간의 마음 상태라는 것이 뇌에서 이루어지는 감각운동 이미지의 결과라고 본다. 중추 신경의 핵심으로서 뇌에서 이루어지는 전기작용이 우리의 마음이며, 따라서 마음은 뇌와 동일하다는 것이 이 글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인간성 등 모든 것을 뇌라는 생물학적 대상의 작용으로 바라본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 (라)는 인간의 진심을 동심에서 찾는, 16세기 중국인 이지(李贄)의 '동심에 대하여'에서 발췌하였다. 이 글에서는 갓 태어난 어린 아이가 지니고 있는 동심이 참된 인간성의 근원이라고 보며, 인간이 성장하면서 이러한 동심을 잃어가기 때문에 참된 자아를 상실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인간성의 본질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것이라는 관점이 독특한 글이다.

제시문 (마)는 현대의 뇌과학적 입장을 비판하는 알바 노에(Alva Noe)의 '뇌과학의 함정(Out of Our Heads)'에서 추린 것으로, 인간의 모든 것을 과학적 논리로 풀어내려는 뇌과학의 환원주의적 성향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이 글에서는 인간의 의식과 성격이 지속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해간다고 봄으로써 앞의 두 글과는 대비되는 인간관을 보이고 있다.

제시문 (바)는 한용운의 '조선불교유신론'에서 발췌한 것으로, 과학자나 물리학자들과 같이 마음을 마치 뇌 속에 저장된 물질적인 것으로 이해하려는 자세를 비판하면서 그것이 복잡하고 미묘하기가 자연적인 것과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만물의 근원에 이러한 심리적 요소가 있음을 강조하는 유심론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3. 논제 해설

<논제1> 제시문 (가)의 관점에서 제시문 (나)에 등장하는 '소녀'와 '신사'의 입장을 평가하시오.


제시문 (가)와 (나)는 '이성'과 합리적 판단, 사실을 중시하는 입장과 '감성'을 중시하는 입장을 대비시키고 있는 유사한 성격의 글이다. 논제1은 이러한 각자의 글 안에서 표현되어 있는 서로 다른 입장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찾아내고 정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제시문 (가)에서는 비교적 명확하게 '상위 경로'와 '하위 경로'를 설명하면서 인간의 이성적 통로와 감성적 통로 사이의 차이점을 드러내고 있다. 따라서 디킨스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신사와 소녀의 입장이 각각 이러한 상위 경로와 하위 경로를 대변하는 것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있는지를 측정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서는 제시문 (가)와 제시문 (나)의 공통적인 대비를 각각 찾아내고 이를 연결시키는 답안을 요구한다. 특히 '신사'와 '소녀'가 '상위 경로'와 '하위 경로'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인물로서, 어떤 특징을 보이고 있는가를 기술하는 요령이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문제는 제시문 (가)의 입장에서 '신사'와 '소녀'의 입장을 '평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곧 단순한 요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성과 감성을 대변하는 두 인물의 성격을 '상위 경로'와 '하위 경로'라는 대비되는 개념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제시문 (나)에 표현되어 있는 '사실'과 '상상'의 대비 또한 '신사'와 '소녀'의 입장을 드러내는 핵심어로서 답안을 작성하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논제2>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의 인간관을 요약하고, 그 둘을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비판하시오.

이 문제는 인간의 마음 내지 의식에 관한 세 가지 다른 관점의 지문을 제시하여, 학생들이 그 각각의 지문의 내용을 바르게 이해하였는지, 그리고 그들 지문의 내용을 서로 비교하여 한 관점에서 다른 관점을 비판할 수 있는지를 보고자 하는 문제이다.

제시문들이 약간씩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여 인간의 마음에 관한 과학적, 통합적 입장과 그에 대한 비판적 시각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러한 세 개의 제시문들을 하나의 틀 속에서 비교해가면서 유사점과 차이점을 구분해낼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이 문제의 출제의도이다. 특히 마음에 대한 이해로부터 종합적인 인간관을 유추해냄으로써 인간성에 대한 이해가 각각의 글에서 어떻게 차이를 보이는가를 밝히도록 하는 것이 이 문제의 핵심이다.

제시문 (다)의 경우 인간의 마음이 뇌의 기능이라고 봄으로써 생물학적, 물질적 관점에 머물러 있는 반면, 제시문 (라)의 경우에는 고전답게 '동심'이라는 핵심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이 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한다. 한편 제시문 (마)는 이들 양자의 관점과는 달리 인간의 의식을 역동적으로 변하는 '춤'에 비유하면서 주변 환경과 어울려 변해가는 과정이 인간의 참모습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좀 더 거시적이고 동적인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의 어떤 부분을 비판할 수 있는가를 측정하는 것이 이 문제의 의도이다.

이 논제의 답안은 먼저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를 요약한 후 각각의 특징을 '인간관'이라는 핵심어로 다시 풀어내는 작업을 요구하고 있다. 이렇게 원 저자의 개념이나 메시지를 문제에서 요구하는 핵심어에 맞추어 새롭게 요약함으로써 두 제시문의 비교가 가능하게끔 만드는 일은 이와 같은 유형의 문제에 답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제시문 (마)의 입장 역시 뇌과학에 대한 환원주의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환경'과의 교류라는 독자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특징을 서술함과 동시에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의 약점, 즉 "인간=뇌"라는 한계와 "인간=주어진 것"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좋은 답안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논제3> 제시문 (다), (라), (마), (바)에 공통된 주제어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문 (다), (라), (마), (바)를 비교하고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 (라)를 평가하시오.

제시문 (다), (라), (마), (바)에 공통된 주제어는 인간의 '마음'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으며 인간 내면을 어느 정도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가의 문제를 화두로 던지고 있다. 즉, 마음과 몸(뇌)이 하나로 존재하는 것인지 전혀 별개의 것인지에 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는 글들이다.

제시문 (다)는 인간의 마음을 뇌와 동일시한다. 인간이 자극을 받아 행동할 때는 자신의 신체적 맥락 안에서 특정한 감각 운동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러한 감각 운동 이미지를 일으키는 뇌기능 상태가 곧 마음이다. 베틀에 북이 끊임없이 움직여서 베가 짜지듯이, 마음은 뇌와 중추신경계라는 베틀에 수많은 북이 움직여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그런 베틀의 활동과 다를 바 없다. 마음은 뇌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제시문 (라)는 인간의 마음은 본래 거짓됨이 없는 순수한 마음으로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의 마음, 동심과 같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이 본심을 지키지 못하고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보고 듣는 식견과 그 식견에 따라 얻어진 도리 때문이다. 외부로부터 얻어진 식견과 도리가 마음 본래의 순수함과 진실됨을 상실하게 한다.

제시문 (마)는 인간의 모든 것을 과학적 논리로 풀어내려는 뇌과학의 환원주의적 성향을 비판하고 있다. 동시에 인간의 의식과 성격이 지속적으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면서 역동적으로 발전해간다고 본다. 인간은 머리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 타인들과 관계하면서 그러한 경험을 통해 의식을 형성해 나간다고 말하며 우리의 삶을 세상 속 타인들과의 관계를 통해 역동적으로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끊임없는 변화과정으로 설명한다.

제시문 (바)는 인간이 마음과 몸의 두 요소로 존재하며 마음의 영역은 몸의 영역의 상위에 있다는 확고한 이분법적 사고관에 기초한다. 제시문 (바)는 인간의 지혜를 인간의 뇌에서 나오는 능력으로 보아, 몸의 영역에 관련된 사안은 이 지혜로 파악할 수 있으나, 이보다 훨씬 복잡한 우주의 이치이자 지혜를 명령하는 위치에 있는 마음은 유한한 지혜로는 파악하기 어렵다고 한다. 즉, 제시문 (바)는 몸과 마음 사이의 엄격한 위계를 정하고 마음은 인간의 지혜의 영역에 상위에 위치하며, 오로지 마음 자체의 수련을 통하여서만 그 작용을 깨달을 수 있다는 이분법적이고도 유심론적 사고관을 보여준다.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 (라)를 평가한다면 제시문 (마)는 제시문 (다)처럼 인간의 마음이나 의식을 인간 개인의 두뇌신경세포의 활동과 동일시하는 환원주의적 관점은 옳지 않다고 비판한다. 의식을 개인 내면의 세포 수준에서의 연구를 통해 밝힐 수는 없다. 인간은 뇌 안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이미 머리 바깥 세상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시문 (마)의 관점에서 보면 제시문 (라)처럼 인간을 태어날 때부터 순수하고 참된 마음을 간직한 완성된 존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세상을 보고 들어 식견을 쌓아가고 타인과 관계하면서 도리를 밝혀나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역동적 삶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제주도논술면접교육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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