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글쓰기 열풍이 일고 있다. 많은 문예지가 생겨나면서 시인과 수필가로 등단하는 이도 부쩍 늘어 가히 문학가들의 세상이 도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성인의 30%는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고, 국민의 열 명 중 아홉 명은 하루에 책을 읽는 시간이 채 10분도 되지 않는다는 통계도 발표됐다. 그나마 만화책을 포함해서다.
허상문 영남대학교 영문과 교수는 평론집 '오디세우스의 귀환'에서 이같은 기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면서 다시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한다. 시와 소설, 수필 등의 문학과 함께 심리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사유의 세계가 문학의 가치와 효용을 알려주는 평론집이다.
"심지어 문학하는 사람들조차 책 읽는 사람을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도대체 글 쓰는 사람은 도처에 많은데, 책을 읽지 않으면서 어떻게 글을 쓰는 비범한 재주를 지니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요… 독서행위를 통해서는 뭔가 끊임없이 능동적으로 생각을 하면서 읽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사고한다는 것은 능동적인 인간이 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심리학적으로 볼 때도 지속적인 인격의 형성을 가능하게 하지요."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됐다. 1부는 주로 서구문학에 대한 성찰적 점검을 통해 다시 우리문학의 가능성을 사유하고 전망해보는 시도들이다. '다시,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대로 오늘날 문학담론에서 쟁점이 될 만한 주제를 통해 문학의 의미와 역할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는 의도이다.
2부 '역사의 허구성, 허구의 역사성'에서는 소설을, 3부 '저기, 다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 되어'는 시를 다룬 실제비평의 글들을 모았다. 비교적 최근의 젊은 작가와 시인들로부터 중견 또는 원로작가들의 작품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다.
마지막 4부 '글쓰기 욕망의 존재론적 시각'에서는 최근 저자의 또 다른 문학적 관심의 한 분야인 수필비평에 관한 글들을 실었다. 수필은 지금껏 시나 소설과 달리 문학의 변방으로 밀려나 있었지만 오늘날 수필문학에 비춰 앞으로 더욱 많은 관심과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저자는 문학이 힘들고 어렵다고 생각할 때마다 시인 백석과 정지용의 아름다운 영혼과 열정을 생각해 본다고 토로했다. 눈이 푹푹 나리는 속에서 흰 나귀를 타고 자신에게 다가올 백석과 나타샤를 기다리며, 정지용과 같이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울 우는 곳"에서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문학을 생각하며 오늘도 다시 힘을 낸다는 것이다.
대구 출신의 저자는 거문오름이 자리한 선흘리에 거처를 마련해 방학 때마다 머물고 있다. 열린시선. 2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