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제주를 넘어 세계로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제주를 넘어 세계로
흑룡만리 밭담, 제주 미래 가능성을 말하다
  • 입력 : 2014. 04.22(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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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등재 과정서 밭담의 미래가치 지속적 담론화
농업유산 보존· 활용 위한 인지도 제고 노력 절실


한마디로 '흔한 것의 재발견'이었다. 제주밭담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국가를 넘어 세계적으로 보존·활용 가치를 인정 받았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신성장 동력으로서의 가능성도 주목 받고 있다.

세계농업유산 등재를 계기로 밭담의 보존관리와 활용을 위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이에 발맞춰 한라일보의 제주밭담 기획은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된다. 제주도와 밭담의 브랜드 가치를 한층 더 높이기 위해 한라일보도 함께 걸어간다.

▶살아있는 제주 농업의 역사

제주도 어디를 가나 농경지를 빙 두르는 밭담을 만날 수 있다. 제주 전역을 수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불구불 끝없이 이어지는 모습이 검은 용을 닮았다고 해서 '흑룡만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2008년 제주대학교 고성보 교수팀은 샘플 조사를 통해 밭담의 길이가 2만2000여km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거대한 규모 만큼 주목 받는 건 밭담의 기능이다. 돌무더기가 산재하고 바람이 많아 농사 짓기 척박한 화산섬에서 밭담은 오랜 세월 제주 농업을 지켜왔다. 바람을 막아 농토를 보호하고 농작물을 길러내는 것은 물론 농경지 경계를 구분하고 우마의 침입을 막기도 했다. '제주 농업의 버팀목' '살아있는 역사'라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하지만 제주밭담은 그동안 그 가치를 크게 조명받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각종 개발과 농경지 감소 등으로 훼손이 가속화돼 왔다. 해가 갈수록 원형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일부 지역에선 밭담 자체가 사라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까지

위기 속에 기회를 찾으려는 행보는 이어졌다.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을 기점으로 세계중요농업유산을 향한 도전이 시작됐다. 사라져가는 밭담을 후손에 물려줄 유산 자원으로 재조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삼아 농촌지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이기도 했다.

제주자치도는 제주발전연구원과 TF팀을 구성해 지난해 초부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측에 등재 신청서를 전달하고 현지 실사 등을 거쳐왔다. 일본, 태국 등 국제행사에 참여하며 세계적인 농업유산 전문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보존·활용에 대한 전략을 수차례 보완하기도 했다. 1년여에 걸친 짧지 않은 과정이었다.

한라일보는 등재 과정에서 밭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담론의 장을 마련해 왔다. 지난 창간을 기점으로 '흑룡만리 제주밭담' 시리즈를 연재하며 밭담의 역사와 유형, 길이, 훼손실태 등을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집중 조명했다.

▶새 전기 마련… 공감대 형성 필요

지난 1일 제주밭담의 새 전기가 마련됐다.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보존·활용을 위한 사업 추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러한 후속 조치 없인 허울 좋은 이름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제주자치도는 이미 농업유산의 정비개발과 환경개선, 가치제고 등을 위한 세부 프로그램을 세워놨다. 이에 따라 제주밭담 복원과 정비, 제주밭담 탐방코스와 테마공원 조성, 제주 돌문화 축제 개회, 석공장인 발굴·지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제주자치도 관계자는 "앞으로 세계농업유산 '제주밭담'에 대한 원형 보존과 관리방안을 마련해 브랜드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 나감은 물론 '제주밭담'이 농촌의 다원적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걸음도 분주하다. 농업유산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큰 틀 아래 세계유산과 전통문화, 식품, 휴양시설이 융합된 종합 휴양공간인 에코뮤지엄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업유산의 체계적인 지정 관리를 위해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특별법'도 개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 농업유산 보존·활용을 위한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선 세계농업유산에 대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농업 주체들이 세계농업유산 제도를 활용해 나갈 수 있게끔 도움을 줄 필요성도 제기된다.

밭담을 관광자원화해 농촌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도 주민들의 공감과 이해가 필수다. 세계농업유산 보유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중요성과 가치를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교육 등도 마련돼야 한다.

세계농업유산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도 중요하다. 보존·활용에 대한 실천계획(액션플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2~3년 뒤 세계중요농업유산의 자격을 잃을 수도 있는 까닭이다. 등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밭담의 또 다른 시작을 한라일보가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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