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愛 빠지다] 서귀포에 둥지 튼 김희진씨

[제주愛 빠지다] 서귀포에 둥지 튼 김희진씨
"다이빙에 빠져 사랑의 둥지 틀었죠"
10년전 직장 정리 제주 정착
제주산 채소로 만든 '맛가루' 생산 이어 보목리에 게스트하우스 창업 계획
  • 입력 : 2014. 10.17(금) 00:00
  • 이승철 기자 sc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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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다 제주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해 제주에 정착한 김희진씨.

서귀포시에서 한창 신혼을 즐기는 김희진(36)씨. 제주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다 제주남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면서 서울 직장생활을 접고 제주에 둥지를 틀었다.

5년 전쯤 베트남에서 우연한 기회에 스쿠버다이버 자격증을 딴 그녀는 다이빙을 위해 1년에 한두번씩 제주바다를 찾았고, 다이빙이라는 공통 분모를 가진 서귀포 보목동 남자를 만나 서울과 제주를 오가는 2년여의 장거리 연애 끝에 2013년 12월 결혼했다.

부산 출신으로 서울에서 10여년간 문화산업 관련 국제회의·행사 기획자로 일하던 그녀의 삶은 제주를 사랑하면서부터 180도 달라졌다. 결혼 후 제주에 정착하겠다는 그녀에게 "여행지는 여행지일 뿐이다. 얼마 없어 도시가 그리울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도 있었지만 그녀는 직장생활로 맺은 인연들이 소중했던 것처럼 제주생활에도 잘 적응하며 스며들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필리핀 바다가 수족관처럼 잔잔해 여자바다에 비유된다면 거친 제주바다는 남자바다에 비유되는데 매력적이에요. 특히 9~10월엔 수심이 40m까지 확보돼 연산호와 다양한 열대어들이 경이롭기까지 해요." 그런 다이빙은 안전을 위해 늘 2인1조의 '짝 다이빙'을 하는데 그녀의 다이빙 짝이 바로 남편이었다. "다이빙이 우리 부부의 사랑을 이어준 매개체인데, 장가 안간 제주도 총각 한 명 구제한 셈이죠"라며 웃는다.

그녀는 결혼식도 보목마을회관에서 했다. "제주는 결혼식 풍습도 독특하잖아요. 상다리가 부러질듯이 푸짐한 사돈상과 신부상을 받은 부모님과 친구, 친척들이 아주 즐겁고 행복했다고 지금도 얘기하세요"라는 그녀다.

기획 일을 했던 터라 쓸데 없는 생각이 많다는 그녀의 제주생활도 평범함과는 거리가 있다. 제주가 좋아 제주로 이주하지만 초기 적잖은 이들이 문화차이와 외로움을 호소하는데 그녀는 그럴 틈이 없단다. 그녀가 제주생활 후 첫작품으로 선보인 것은 서귀포오일시장에서 제주산 제철 농산물 10여가지를 구입해 집에서 손수 말려볶아서 갈아만든 천연조미료로, 밥 등에 뿌려먹는 '볼몽지엥 후리카케'다.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을 바라는 마음에서 소박하게 홈메이드로 시작한 '제주로컬푸드 프로젝트'"라고 했다. 지금은 제품을 SNS와 구좌읍 세화5일장이 서는 날 세화 해안에서 열리는 프리마켓 '벨롱장'에서 판매 홍보중이다.

그리고 그녀는 남편과 보목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짓는 일을 곧 앞두고 있다. 여행객들이 잠만 자고 가는 곳이 아닌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를 담아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전문가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생각이란다. 서귀포귀농귀촌교육 3기생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심화반교육으로 천연염색, 주방공예를 배우고 있다.

정감있는 제주어가, 그리고 남편이 어릴 적부터 살아온 보목리가 너무 좋아 행복하다는 그녀지만 불편함도 있을법한데 "이상하게 불편한 게 없다"고 한다. 나이 들고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대신해 해녀를 승계할 계획도 갖고 있다는 그녀. "해녀의 고령화가 아쉽고, 나처럼 젊은 해녀가 생겨나는 게 제주해녀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데 조금이라도 힘이 될까 싶어서"라는 그녀가 앞으로 제주생활을 어떻게 펼쳐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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