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문성유 미래창조부 국장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 문성유 미래창조부 국장
330조 정부예산 총괄…"공직생활 큰 보람"
11년간 예산업무 인정…미래창조부 R&D 예산 담당
"제주출신들 각 분야서 활약 불구 독자 생존 느낌 아쉬워"
  • 입력 : 2015. 03.11(수) 00:00
  • 서울=부미현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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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유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조정국장은 "25년 동안 이어온 공직생활을 원만히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이며 내 고향 제주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현 정부 들어 가장 주목받는 부처를 들자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를 꼽을 만 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창조경제'의 주무 부처다.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과학기술과 ICT(정보통신기술)에 접목해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경제계와 과학계를 두루 지원하는 곳이다. 2013년 부총리 부처로 승격된 기획재정부는 국고 및 정부회계 관리, 국가세제에 관한 정책수립과 경제정책의 조정, 국가예산 편성 기능 등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두 부처를 넘나들며 역량을 펼쳐 보이고 있는 제주출신 공직자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문성유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조정국장(52)이다. 지난 6일 정부과천종합청사에서 문 국장을 만났다.

"국가 R&D 투자는 신산업 창출 등 미래성장을 위한 밑거름입니다. 미래부 연구개발조정국은 정부 전체(15년 기준 18조9000억원) R&D 투자방향과 기준을 수립하고 국방 및 인문분야를 제외한 총 13조원의 예산을 투자방향에 기초해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 예산편성기능 중에서 R&D 분야를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문 국장은 기재부에서 오랫동안 예산업무를 해왔다는 점이 고려돼 지난해 미래부로 전격 투입됐다. 최근 언론 등에서 정부 R&D 예산의 성과에 대해 많은 문제가 지적됨에 따라 국가 발전을 위해 전략적으로 예산을 배분하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는 게 그에게 주어진 임무다. 기재부에서는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부처별 배분을 진두지휘하는 예산실 예산총괄과장을 역임하는 등 핵심 인력으로 활약했다. 기재부의 전신인 기획예산처에서 1999년부터 예산 업무를 시작, 25년의 공직생활 중 11년을 예산업무에 헌신했다.

"정부 경제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기재부에서 예산 업무를 10년 넘게 하다보니 전공이 예산이 돼 버렸습니다. 그 역할만큼이나 업무 강도가 셌지만 예산총괄과장 재직 시 330조원이라는 정부 예산의 편성을 총괄한 것은 공직을 그만두고도 평생 기억을 남을 정도로 힘들었지만 영예로운 자리였던 것 같습니다."

예산은 정부의 정책수단 중에 가장 큰 수단이다. 정부는 세제, 예산, 금융이라는 가장 큰 정책 수단 세 가지를 갖고 있는데 수시로 쓸 수 있는 수단이 예산이기 때문이다. 문 국장의 기재부 경력이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 지원을 원하는 어떠한 사업도 기재부 예산실의 송곳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다.

"기재부의 각 부처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기재부 예산실장 아래 국장 4명, 총괄과장, 중요과장 등이 심의위원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해당 사업 담당자에게 이 사업을 진짜 할 필요가 있는지. 왜 꼭 국가가 해야 하는지, 그래야 한다면 그 다음엔 어떻게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등등을 계속 따져 묻습니다. 심의위원이 베테랑들이기 때문에 제대로 논리를 대지 못하면 통과하기가 어렵습니다."

기재부 시절 다른 부처, 또는 국회와 종종 충돌하며 원칙과 기준을 바탕으로 당사자와 조정하는 일은 매우 고됐다고 문 국장은 전했다. 일반 공무원들과 국민들은 힘 있는 부처라 경외하지만 웬만한 사명감 없이는 업무 강도를 이겨낼 수 없는 부처라는 것. 11년 동안 매일 자정이 넘어 퇴근하고 자녀와 여름휴가를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함 마음이 가득하다고 문 국장은 소회를 전했다. 그러나 힘든 업무였던 만큼 문 국장의 발자취는 고향 제주에는 큰 자산이 되고 있다. 제주도 공무원들의 기재부, 미래부 대응의 연결고리가 됐으며 도내 젊은이들에게는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하더라도 업무를 통해 알게 된 타 부처 관계자들에게 제주 사안을 챙겨달라는 얘기도 잊지 않는다는 문 국장이 제주에는 든든한 지원군이 아닐 수 없다. 공직자로서 제주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도 남다른 그다.

"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칙과 기준을 염두에 두고 기재부의 촘촘한 검증 과정을 통과할 수 있는 사업의 타당성과 논리성 확보에 중점을 둬야합니다. 제주도는 최근 물응용, 풍력·전기차 서비스, 화장품 뷰티 등의 분야에서 정부의 R&D 지원을 받고 있는데 앞으로는 단순히 관광만 해서 먹고 살수는 없는 만큼 R&D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문 국장은 제주 출신들이 각 분야에서 활약하면서도 독자 생존하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전했다. 그렇지 않아도 적은 숫자인데 힘을 모을 수 있는 구심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가 젊은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제주 출신 선배들로부터 멘토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제주 출신간 네트워크를 만들 것도 제안했다.

기재부라는 핵심 중앙 부처의 고위 공직자인 그가 생각하는 공직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최선을 다하는 자세와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라고 문 국장은 답했다. 특히 제주출신 후배 공직자들에게는 어떤 자리에서 맺은 인연도 소중하게 이어갈 것을 당부했다.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어려운 만큼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하라는 얘기다.

기재부에 이어 미래부에서 또다시 예산과의 씨름을 하며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문 국장.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소박한 답이 돌아왔다. "25년 동안 이어온 공직생활을 원만히 마무리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 과정에서 내 고향 제주발전을 위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문성유 국장은 누구]고향 제주사랑 남달라

문 국장은 1989년 행시 33회 출신으로 1990년 공직에 입문했다. 과학기술처에서 첫 보직을 맡았고 1994년 7월 경제기획원으로 발령받았다.

경제기획원에서 물가, 정책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했고, 1999년 기획예산처 시절부터 예산업무를 시작해 줄곧 예산파트에 근무해왔다. 2012년에는 고위공무원단(2급)으로 승진했다. 제주시 용담 출신으로 서초등학교와 제일중, 오현고등학교(30회)를 졸업, 연세대와 영국 맨체스터대(석사)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제주출신 사위와 며느리를 원한 부모님 뜻에 따라 5남매 모두 부부가 제주출신일 정도로 고향 사랑이 진한 가풍 속에서 자라왔다. 대학 진학을 위해 제주를 떠나온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제주에서 명절을 챙긴다. 깐깐한 경제관료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문 국장은 제주도 사람들이 이웃 어른을 부르는 '삼촌'이라는 호칭이 어울릴 것 같은 소탈한 면모를 가진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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