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배우 서태화

[더 큰 제주, 희망은 사람이다]배우 서태화
“제주는 '집이자 친구'… 다양한 영역서 활약 보여드릴 것”
  • 입력 : 2016. 09.22(목)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다년간 ‘제엔모’ 회장으로 활동한 그는 작은 배역이라도 후배 배우들을 챙기려 노력하며, 도내 청소년들에게 대중문화 관련 노하우 전달에도 열심인 ‘제주 사람’이다. 부미현기자

스크린·TV·뮤지컬 무대에 예능까지 섭렵한 팔방미인
제주출신 대중문화 종사자 모임 ‘제엔모’ 활동의 주축


최근 방송연예계는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이른바 '멀티플레이어'가 대세다. 가수가 드라마 혹은 영화에서 배우로 활동하거나, 배우가 요리프로 진행을 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매체와 프로그램이 다양해지면서 대중문화 종사자들에게 점점 다양한 능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영화 '친구'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제주출신 배우 서태화(49·사진)는 이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들 중 한 명이다. 배우로서 연기 활동을 하면서도 성악 전공을 살려 뮤지컬 무대에 서고, 전문 요리사 못지 않은 솜씨를 뽐내며 TV 요리 프로그램까지 섭렵하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 중인 제주출신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모임인 '제주엔터테인먼트 모임(제엔모)' 회장을 역임하는 등 문화예술계 제주 후배들 챙기기에도 열심이다. 지난 5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그를 만났다.

"출생지는 경상도 지역이지만 다섯살부터 고등학교때 까지 제주에서 살았으니 엄연히 제주 사람입니다. 아버지가 예전에 제주시 광양로터리에서 '영동병원'을 운영하셨구요. 제주는 아주 어릴 때부터 학창시절까지 모든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제주관련 영화나 드라마 섭외가 들어온 적이 없네요. 영화 속 경상도 사나이 이미지가 강해서 그런가 봅니다.(웃음)"



영화 ‘친구’ 통해 주목받기 시작


그는 항상 제주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밝히지만 종종 다른 지역 출신으로 오해받곤 한다. 그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게 된 영화 '친구'의 배경이 경상도였고 주어진 역할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해냈기 때문이다. 그는 잘 알려진 대로 2001년 곽경택 감독이 연출, 82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친구'에서 주인공의 친구인 상택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치며 주목받는 배우가 됐다. 그로인해 영화계에도 든든한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이후 10여년간 영화 '공공의 적'(2002년·최검사 역), '재밌는 영화'(2002년·갑두 역). '무적자'(2010년·조검사 역), '파파'(2012년·서 실장역) 등에 출연했다.

그의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곽경택 감독의 데뷔작 '억수탕(1997)'은 유학생활 중 친구가 된 곽 감독을 돕고자 부조금 내듯 연기에 발을 들이게 한 작품이다. 그 영화로 청룡영화제 조연 후보로 거론됐고 그때부터 그는 전공한 성악 대신 배우를 업으로 삼게 됐다, 이후 다른 영화로 한번의 흥행실패를 겪은 뒤 '친구'를 만난 것이다.

"곽 감독이 '친구'의 초고 시나리오를 만들 때부터 함께 했었습니다. 당시 초고를 읽고 눈물을 흘릴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곽 감독과 저는 이 영화를 깡패영화가 아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한테 전화할 수 있는 괜찮은 영화로 만들어보자고 약속했었습니다. 혹시 이게 깡패영화라는 이미지 때문에 투자가 안되면 우리가 캠코더로라도 찍자 하면서요"

영화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친구'는 그가 진정한 배우로 거듭나기 위해 넘어서야 할 장벽이기도 했다. '친구' 이후 그에게는 '상택'과 비슷한 캐릭터의 시나리오만 들어왔다. 다 뿌리치고 코믹한 캐릭터로 나오는 '재밌는 영화'를 선택했다. 그의 캐릭터 변신에 대해 관객들은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갔다. 꾸준히 영화작업을 하고, 자신의 전공을 살려 뮤지컬 무대에도 서고, 요리라는 새로운 모습도 보여주면서 오롯이 '서태화'라는 브랜드를 완성시켜 가고 있다.

평소 요리 솜씨가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몇년 전부터 TV 프로그램 중 '쿡방'이 대세가 되면서 방송계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장보기를 즐겨했던 그였는데 제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닐때 자취생활에 이어 유학생활을 하면서 직접 요리하는 것을 즐기게 됐다. 요리 관련 자격증만 해도 중식, 양식 국가자격증과 육가공 자격증 등 화려하다.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임한 끝에 2012년에 요리 전문 케이블 TV 프로그램 '키친 파이터'에서 우승,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 '서태화의 누들샵'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는 오로지 '요리'와 관련된 일만 한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방송에 제 이름 옆에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붙더군요.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기도 하는데 연기, 노래, 요리 다 좋아서 하는 것들이라 그 수식어가 잘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웃음). '서태화의 누들샵'은 석달 정도 했는데 당시에는 머리에서 단 1초도 음식이 떠나질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한번에 2회 분량하는데 보통 10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동안 채 30분도 앉아있지 않았지요. 촬영이 끝나면 녹초가 되도 너무 행복했습니다."

뮤지컬은 그가 노래와 연기가 모두 가능했기에 도전할 수 있는 분야였다. 그는 어렸을 때 교회 성가대에서 노래를 불렀고 재능이 있어 대학은 성악과(한양대학교)로 진학했다. 2008년 뮤지컬 '트릿'과 '폭풍의 언덕', 2014년에는 '홀스또메르'에 출연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대중문화 직업세계에서 그는 순수하게 연기 작업으로만으로도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소수에 속해 있다. 그만큼 배우라는 직업이 갖는 환경이 녹록지 만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에서 활동중인 대중문화 종사자들의 모임인 '제엔모'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도 후배들이 단 한번의 기회라도 얻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그는 제엔모에서 3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현재 제엔모에 함께하고 있는 인원이 130여 명인데 이중 대학로에서 수년간 무명 배우로 지내는 회원들도 적지 않다. 작은 기회라도 주어져야 발판을 딛고 나설 수 있는 분야의 특성상 자신도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작은 배역이라도 후배들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제주 관련 일이라면 적극 참여할 것”


대중문화 분야는 수도권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지리적 불리함이 어느 분야보다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제엔모 회원들은 도내 청소년에게 조금이나마 관련 노하우를 전달해주기 위해 2011년부터 '제주청소년 대중문화캠프'를 열고 있기도 하다.

"대중문화캠프는 첫 목표가 이 분야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주자라는 데 있었습니다. 꿈을 키우는 것은 좋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자기의 재능도 생각해야 하지요. 어려운 점들이 너무나 많고 사실 연기만 해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배우가 우리나라 전체 배우 10%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인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는 최근 신수원 감독의 영화 '유리정원' (주연)의 촬영을 마쳤다. 내년 개봉 예정으로 문근영, 김태훈과 함께 출연한 영화다.

그가 앞으로 가장 해보고 싶은 일로 꼽은 것은 모두 제주와 관련된 일이다. 제주관련 드라마 또는 방송일을 하는 것과 제주 토속음식 전문가를 찾아 요리법을 전수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제주관련 영화나 드라마 등에 출연할 기회가 없어서 다른 배우들이 어색한 제주 사투리를 쓰는 것을 지금껏 안타깝게 지켜봐야 했다.

"예전에 제주 관련 드라마가 방영될 때 출연자인 여배우에게 제주 사투리를 직접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여배우에게 '메께라'를 많이 쓰면 된다고 조언한 기억이 납니다(웃음). 제주를 홍보하거나 제주와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 참여하고 싶습니다. 제주도는 저에겐 '집'이나 다름없습니다. 또 '친구'이기도 하구요.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제주도에서 식당을 내고 제주의 식재료만 가지고 만든 제주의 음식도 선보이고 싶습니다." 서울=부미현기자



배우 서태화는…


서귀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니다 제주시 북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제주제일중, 제주제일고(28회)를 졸업했다.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성악과를 나오고, 미국 맨해튼 음악대학원 성악학과(석사)를 졸업했다.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데뷔했다. 2001년 '친구'에서 '상택'역을 맡았다. 영화 공공의 적(2002년), 재밌는 영화(2002년), 무적자(2010년), 파파(2012년), 노리개(2013년) 등에 출연했고, 드라마 '엔젤아이즈', '일리있는 사랑' 등 다수에 출연했다. 키친파이터(2012년), 서태화의 누들샵(2013년), 불타는 청춘 등 교양·예능 프로에서도 활약했다. 연극 '햄릿'(클로디어스 대왕 역), '세종대왕'(안평대군 역), 뮤지컬 '트릿'(2008년), '폭풍의 언덕'(2008년), '홀스또메르'(2014년)에 출연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292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