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3만 감귤농가 모두가 CCTV

[월요논단] 3만 감귤농가 모두가 CCTV
  • 입력 : 2015. 10.05(월) 00:00
  • 뉴미디어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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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순경이 도둑 하나 못 막는다는 얘기가 있다. 그러나 CCTV(Closed Circuit, 폐쇄회로)는 잡는다. 영원히 미제사건이 될 것 같았던 범죄도 범인을 잡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범죄율도 줄인다. 비상품 감귤 유통도 마찬가지이다. 감귤농가 모두가 CCTV처럼 눈을 부릅뜨고 비상품 감귤 유통을 감시해야 감귤 가격을 도둑질하는 악덕 유통인을 막을 수 있다. 그래야 감귤 가격이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감귤 가격 하락의 큰 원인 중의 하나가 비상품 감귤 유통이다. 극조생 감귤 강제 착색과와 규격 외 비상품 감귤이 유통되면 가격하락은 불을 보듯이 뻔하다. 소비자를 실망시키고 감귤은 시고 맛없는 싼 과일이라는 인식을 심어놓기 때문이다.

올해는 감귤에 매우 중요한 해이다. 기존의 10단계 상품규격이 5단계로 바뀐다. 선과기 드럼 교체도 쉬운 일이 아닌데 본격적인 출하시기가 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미숙과를 강제 착색시켜서 출하하거나 극조생 감귤을 하우스 감귤로 속여서 유통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감귤에 대한 이미지가 손상을 입을 것이다.

전국에 설치된 CCTV는 어림잡아 400만 대가 넘는다. 교통과 방범용이 약 50만 대이고 나머지가 대형마트나 민간이 설치한 것이다. 곳곳에 감시의 눈이 있는 셈이다.

CCTV 효과는 금방 확인된다. 국민안전처와 경찰청이 CCTV가 설치된 4000여 곳의 범죄발생 건수를 조사했는데, 범죄발생 건수가 많았던 부산, 인천, 대전, 경기는 46%나 감소했다. 얼마 전에는 30대 여성을 끔찍하게 살해한 김일곤도 CCTV 덕분에 잡았다. 인천 부평에서 길거리에 서 있던 20대 커플에게 중상을 입힌 묻지마 폭행도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범인도 모두 잡혔다.

어두운 길에서 힘 약한 여인네가 날치기나 폭행을 당해도 남의 일이라고 못 본 채 하면 비슷한 사건이 꼬리를 문다. 범인이 지나가는 사람이 봐도 신고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갖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나의 가족에게도 손을 뻗힐 것이다.

감귤도 마찬가지이다. 비상품 감귤 유통은 제주감귤에 대한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비상품 감귤을 유통시키는 것은 단순히 악덕 유통인의 배만 불리는 것이 아니라 제주감귤의 이미지를 하락시키고 감귤농가 모두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절도행위와 같기 때문이다.

5년 전에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서귀포 지역의 모 유통인이 비상품 감귤유통으로 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자 헌법소원 심판청구를 낸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내로라하는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헌법재판소에 감귤조례 제정 근거인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202조'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비상품 감귤 유통에 대한 법적인 제재는 감귤 수급조절과 품질향상을 통해 감귤농가의 소득안정과 감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때문에 재판관 9명 전원일치로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선고했다. 도둑질이 왜 죄가 되느냐고 따진 것과 같다.

도-행정시-자치경찰단-소방본부-농·감협이 200명 가까운 합동 단속반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공무원과 유관기관에게만 비상품 감귤 유통 단속을 맡겨서는 이미 지는 게임이다. 자기 집에 도둑이 들지 않게 하려면 주인이 먼저 문단속을 잘 해야 한다. 3만 감귤농가 모두가 3만 개의 CCTV처럼 밤낮으로 눈을 부릅뜨고 비상품 감귤 유통을 감시해야 승산이 있다. 그래야 올해산 감귤이 제 값을 받는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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