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행복을 위해 황혼 이혼을 결심한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좀 더 참으면 안 되는 것일까.
성장한 자녀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어차피 30년 가까이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결혼에 이른 부부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는 힘들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어느 다른 부부의 일생인들 녹록하겠느냐.
작년엔 황혼 이혼이 3만 건으로 역대 최다를 보여 이혼법정이 달라졌다고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서 황혼 이혼을 신청한 60대에게 판사는 말을 잃었다고 했다. 행복은 본인은 물론이지만 주변의 인간관계와 적절한 직업이 있을 때 찾아오는 것이 아닐까.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함은 오로지 아집일 뿐이다.
작년 10월 서울가정법원의 이혼법정에 선 60대 아내 모씨가 판사에게 말했다. 그는 네 살 위의 남편과 1981년에 선을 봐서 결혼했다. 아들도 둘 낳았고 33년의 결혼 생활 내내 큰 분란이 없었다.
그러나 모씨는 집에만 오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무뚝뚝한 남편 때문에 고통을 받았다고 했다. 자녀들이 분가한 이후 부부만 남은 아파트는 정적 그 자체였다고 했다.
"우리 세대는 한 번 결혼하면 무조건 죽을 때까지 같이 살아야 한다고 배웠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서요. 지금부터라도 행복하게 살면 안 될까요?" 모씨의 말이 법정에 울렸다.
마흔을 갓 넘은 판사는 "젊은 부부들이라면 훈계라도 할 건데, 60대 어른이 30년 넘게 남편과 같이 살면서단 한 번도 웃었던 일이 없었다니 마땅히 드릴 말씀이 없더라"고 멋쩍어했다. "부모뻘 되는 황혼이혼 희망자에게 섣불리 '결혼생활이란…'하며 젊은 판사가 무게를 잡을 수 있겠느냐" 했다. 타이르는 이혼재판은 옛말이 되고 있다.
20년 이상 같이 산 부부의 이혼을 뜻하는 황혼 이혼이 여러 가지 요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무려 20년 이상을 마음이 덧난 채로 결혼생활을 한 것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수십 년 참아내면서 자녀 결혼까지 전부 마친 마당에 이혼이라니, 그 세월의 인내가 아쉽다.
행복은 크게 주관적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늘 행복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사람도 있다.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행복의 끈을 오래 잡아두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매일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행복한 마음을 좀 먹고 있다.
인생 80년을 사는 일이 쉬운 일인가. 10년 이상 결혼생활을 하고 이혼을 하는 사람들은 성격차이니 뭐니 하지만 남모르는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이혼의 위기에 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이혼하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모른다. 이혼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판사들에 따르면 황혼이혼의 부부들은 재산 분할 문제를 중심으로 두 부류로 확연히 갈린다고 했다.
한쪽은 '위자료고 뭐고 다 필요 없으니 이혼만 시켜 달라'고 하는 경우이고, 다른 한쪽은 '행복해지고 싶다'를 이유로 이혼하는 부부들을 생각해 본다.
행복이란 무엇입니까? <오태익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