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도 예산안을 7조5783억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3600억 넘게 한 해 살림을 늘리는 예산 확장 기조로 '민생경제 회복'에 방점을 찍었다. 다만 지방채 발행을 늘리고 기금을 동원하면서 재정 관리에는 부담이 예상된다.
제주특별자치도는 2025년도 예산안을 7조 5783억원으로 편성해 1일 제주도의회에 제출한다고 이날 밝혔다. 올해 당초 예산(7조2104억원)보다 5.10% 증가한 규모다. 전년 대비 예산 증가율도 올해(2.07%)의 두 배 이상을 웃돈다.
이같은 증가세에는 과감한 예산 투입으로 경기 침체기를 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최명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날 도청 기자실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설명하며 "어려운 재정 여건에도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한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2024~2025년 제주도 새해 예산안 비교. 제주자치도 제공
|환경 예산 큰 폭 증가… 민생경제 집중
투자 분야별로 보면 환경 분야의 예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올해 대비 1067억원이 더 편성됐다. 2순위인 사회복지 분야에는 937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그동안 홀대론이 반복됐던 문화 예산도 2022년부터 4개년 중 가장 많은 1856억원이 잡혔다.
제주도가 민생경제 회복을 강조한 만큼 이를 위한 예산도 대폭 늘었다. 소상공인을 위한 시설 개선, 경영안정 융자지원은 170억원에서 345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소상공인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장기분활상환 보증 신규 사업에도 20억원이 반영됐다. 지역화폐 '탐나는전' 포인트 적립 지원 예산도 90억원에서 140억원으로 크게 올랐다. 이에 '7% 포인트 적립'이 연중 시행될 전망이다.
제주 1차산업을 위한 신규 사업도 잇따라 반영됐다. 올여름 피해가 컸던 고수온 피해에 대비하기 위한 액화산소 구입에 10억2000만원, 저온친환경 위판장 구축에 33억원 등이 새롭게 편성됐다. 양식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 사업 예산은 40억원에서 295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도내 물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주~중국 간 신규 항로 개설에도 예산이 대거 투입된다. 국제화물 유치 지원을 비롯해 하역장비 운영, 초기 운항손실 보전 등에 모두 89억원이 새로 편성됐다.
복지 분야에선 경로당 급식 확대를 위한 실태조사, 시범사업 예산으로 3억5000만원이 반영됐다. 통합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인복지지원센터 건립 예산 94억원도 신규로 포함됐다. 저소득가정의 아동 급식 지원 예산도 올해보다 3억원 늘어난 137억원으로 올랐다. 이에 한 끼당 9000원에서 9500원으로 급식 단가가 올라간다.
민선 8기 제주도정의 핵심 정책에도 적극 투자가 예고됐다. 특히 오영훈 도정의 복지정책인 '제주가치 통합돌봄' 예산은 40억원 이상 늘어난 7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 시범 사업을 거쳐 내년 본격 시행되는 만큼 예산을 집중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신규 사업도 줄줄이 포함됐다. 시범지구 4곳의 기능 활성화를 위한 신규 사업에 51억원, 전농로 사람 중심 도로 조성 사업에 30억원 등이다.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위한 연구비로 7억원, 그린수소 상용화를 위한 생산기지 운영 지원 예산으로 20억원이 반영돼 도정의 핵심 공약에 추진력을 더했다.
이외에 국비 지원에서 제외되는 35~39세 무주택 청년을 위한 월세 지원 9억원, 공유지를 활용한 제주공동체 정원 조성 3억원, 예술인 창작준비금·창작공간 임차료 지원 4억5000만원, 초중고 등 미래신산업 인재 양성 23억원 등이 새롭게 반영됐다.
제주도청 전경. 한라일보 DB
|지방채 발행 늘리고 기금 동원
제주도는 내년 가용 재원을 늘리기 위해 지방채 발행을 확대했다. 한정된 세수를 보완하며 과감히 예산을 투입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그 규모가 전년 대비 200억원 늘어난 2200억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1900억원과 지역개발기금 400억원도 끌어왔다.
지방세, 지방교부세 등의 낙관적인 전망이 '곳간 관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제주도는 주요 세입인 지방세 수입을 올해보다 3.1% 늘어난 1조9311억원으로, 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를 0.8% 증가한 1조8888억원으로 책정하며 소비 개선 기대감과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세수 결손으로 세입이 감소할 경우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정부의 세수 결손액은 역대 최대 규모인 56조4000억원이었으며, 올해는 29조6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제주도의 내년도 예산안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제주도의회 제433회 2차 정례회에서 심의된다. 이번 정례회는 12월 4일까지 23일간의 회기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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