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영어마을이 아닌 영어교육도시 제주를 바라며

[한라칼럼]영어마을이 아닌 영어교육도시 제주를 바라며
  • 입력 : 2016. 04.19(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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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이세돌 9단의 제주 여행 소식이 그의 인기와 더불어 화제가 됐다. 이 제주 나들이가 가족 휴가뿐 아니라 딸의 국제학교 입학 준비 때문이라고 보도한 뉴스는 '영어교육도시'로서의 제주 존재도 부각시켰다. 사회적 영향력을 지니게 된 이세돌이 자녀 교육을 위해 해외 유학을 중단하고 제주로 전향한 사실은, 한창 추진 중인 제주의 영어교육도시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2008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은 당초 목표대로 해외조기유학과 외화유출을 억제하는데 기여해 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제주에 유입되어 증가한 인구는 제주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학생들 유치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서, 아시아의 국제교육 허브로 도약할 날을 곧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성과들이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옛말을 무색케 하며 제주를 인재육성의 중심지로 뒤바꾸고 있다. 이런 변화는 궁극적으로 제주 이미지 제고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후반기에 접어든 이 정책의 초점을 이제 또 다른 목표 '국제교육 인프라 구축과 확산'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해외조기유학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을 해소하는 데 제주가 앞장선 만큼, 당연히 그 교육혜택의 보상을 누리는 주체가 제주도민이 돼야 하지 않을까. 즉, 국제학교 안착과 그 재학생 및 학부모 만족에만 이 교육 목표를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작 제주사회의 주인인 도민들 사이에서는 이 교육시설이 자신과 거리가 먼 대상일 뿐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원래 '제주영어교육도시' 명칭에 걸맞게 제주 전역에 영어교육 인프라가 확산되어야 함에도, 재력을 갖춘 외지인과 특권층만을 위한 '영어마을'의 담만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사회 기여 차원에서 제주영어교육센터를 중심으로 영어상용화 교육이 도민들에게 제공되고 있기는 하다. 또한 국제학교들도 영어캠프 참가 도민에게 비용을 일부 지원해주고, 공교육 교사들에게 연수 기회를 주거나 수업 참관을 허용하고는 있지만, 이 정도로는 제주 지역 사회와 진정 하나 되는 영어교육도시를 이루기 힘들다고 본다. 이제 도정이 나서서 국제학교가 도민 배려 차원의 장학제도 및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하고, 나아가 영어사교육에서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을 위해 국제학교와 연계된 교육시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한다. 아울러 향후 국제도시로 자리 잡기 위해서도 영어상용화 이슈를 공론화하고 이를 준비해 나가는데 국제학교 기존 시스템과 인적자원을 영민하게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영어교육도시의 수준 높은 교육 콘텐츠가 제주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여, 고비용 영어교육의 정상화를 이 땅 위에서 실현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어교육도시 제주를 완성해 나가는 길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다른 도시들을 제치고 왜 제주가 이 영어교육도시로 선정됐는지 그 이유를 되새기고 해답을 찾는다면, 제주만의 차별화된 영어교육도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제주도정이 내건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가 교육적 가치로도 구현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제주의 강인한 정신, 포근한 자연, 살아 움직이는 문화를 융합한 교과 과정을 통해 인격과 덕망까지 갖춘 글로벌 인재를 키울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야 한다. 영어몰입교육만이 아니라 인성교육까지 가능한 토양으로서 제주도의 힘이 드러나기를 기대해본다. <고찬미 한국학중앙연구원 전문위원·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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