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칼럼]화학물질, 잘 쓰면 약 못쓰면 독

[한라칼럼]화학물질, 잘 쓰면 약 못쓰면 독
  • 입력 : 2016. 06.07(화) 00:00
  • 편집부 기자 su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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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묻혀 있었던 가습기 첨가제 피해 내용과 진실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18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사망자가 무려 266명에 달한다고 한다. 주요 피해 원인 물질로 알려진 것은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라는 합성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일반 생활화학제품에 살균제 등으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가습제에 첨가되어 미세입자로 수증기를 통해 인체에 반복적으로 흡입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가습기 반복사용으로 인해 PHMG가 폐에 고농도로 축적되면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사망에 이른다고 한다. PHMG의 가습기 첨가제 사용은 우리나라만의 일이다. 이 사실을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도 알지 못하였고, 또한 알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도 않았었다. 안타깝게도 그 사이에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것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의 편의를 위하여 수많은 화학물질을 화학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다. 필자도 학위과정에서 유기합성을 전공하였고, 산업적으로 유용한 화합물을 만들려고 노력한 바 있다. 우리가 합성하는 물질은 의약품 등으로 활용되어 경우에 따라서는 수많은 생명을 구해 내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1940년대 개발된 페니실린 항생제는 2차세계대전 당시 세균 감염 부상병들의 많은 생명을 구하였고 현재까지도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유익한 물질이어도 인체에 적용되면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이다. 화학물질은 인체에 적용되는 순간 약물이 되며, 약물의 사용은 인체 독성 및 안전성에 대한 관리 규정이 엄격히 적용되어야 한다. 이번 가습기 사태는 이러한 관리 규정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모든 화학물질은 잘 쓰면 약이 되고 못쓰면 독이 된다. 노벨상을 설립한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나마이트 폭약을 만들어 부를 축적한 실업가이다. 다이나마이트는 나이트로글리세린이라는 폭발성 화학물질을 규조토에 넣어 안전하게 다룰 수 있게 한 물질이다. 그러나, 나이트로글리세린은 인체에 적용하면 관상동맥 확장 효과가 있으며 협심증 치료 약물이 된다. 같은 물질이 폭약이 되기도 하고 의약품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것이 화학물질이 갖고 있는 이중성을 잘 설명하고 있다. 합성물질은 근본적으로 편리한 생활을 구현하기 위하여 태생된 것이다. 따라서 개발목적에 알맞게 부작용이 최소화되는 조건에서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

이번 가습기 파동을 겪으면서 생활화학 물질의 인체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반면에 천연 유래물질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천연물은 자연에서 추출되어 가공되는 물질이다. 천연물이 모두 인체에 안전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독성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특히 식품으로 사용되는 채소나 과일에서 얻어지는 천연물은 안전성이 검증된 것이다. 오랫동안 음식물로 섭취된 천연물에 대해서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이미 우리의 면역기능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청정하고 다양한 천연 자원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다. 이를 활용하여 천연화장품 산업 등을 육성하고 있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제주가 갖고 있는 청정 천연자원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야 한다. 가습기 파동은 화학물질의 관리 중요성에 대하여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더불어 우리에게는 제주 천연 자원 관리와 활용의 필요성을 새롭게 느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남호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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