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신임 제주시장의 문화정책과 문화인식 시험대

[월요논단]신임 제주시장의 문화정책과 문화인식 시험대
  • 입력 : 2016. 07.11(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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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6월 20일자 진선희 기자의 백록담 기사는 제주사회가 직면해 있는 문화정책과 시민의 건축문화 인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내용이었다. 핵심적인 사항은 크게 2가지, 제주시민회관을 문화재로 등록하겠다는 문화재청에 대해 제주시청은 반대하는 공문을 제출할 것이라는 내용, 그리고 재건축하여 복합상가나 행복주택으로 조성한다는 구상의 내용이다. 또 다른 가능성에 대한 검토는 왜 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먼저, 문화재 지정의 문제이다. 등록문화재는 내부변경을 비롯하여 원형을 크게 변형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개발행위가 허용되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가 크지 않은 편이다. 구 제주도청사였던 현 제주시청사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어 제주의 도시발달사, 행정변천사뿐만 아니라 관련 건축가의 이야기가 덧씌워짐으로써 교육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제주시민회관은 문화시설이라고는 변변찮았던 1960년대 제주시민의 문화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었던 유일한 대규모 문화시설일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1세대 건축가인 김태식에 의해 설계된 제주최초의 철골구조라는 측면에서 건축적 의미도 크다. 요즈음 지자체들은 역사도시, 문화도시, 느림의 도시 등 슬로건을 내세워 유·무형 자원을 활용한 도시마케팅,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업무를 다루는 중앙정부의 문화재청이 선정하려는 움직임에 반대의견의 공문을 보낸다니 중앙정부가 제주시를 어떻게 평가할까 걱정스럽다. 오히려 어떠한 활용방안으로 대응할것인가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인 행정이 아니겠는가! 특히 지역주민에게 물어보니 철거의견이 있어서 단순히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수렴과정의 문제, 그리고 이를 근거로 문화재청에 문화재 등록 반대공문을 보내는 문화정책적 판단의 문제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 문제인 철거 후 복합상가나 행복주택으로의 개발은 좀 더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복합상가와 행복주택 건축으로 주변지역이 활성화 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다양한 주변여건을 시야에 넣고 검토해야 할 부분이다. 제주시민회관의 부지에 건축될 복합상가나 행복주택은 적지 않은 규모여서 주변의 도로여건을 고려할 때 심각한 교통난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지역활성화는 단순한 재건축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수년전에 구 제주대학교 본관, 구 제주시청사 등 공공건축물이 철거되었다. 단순한 건축물의 철거가 아니라 제주교육과 행정의 역사, 이야기가 사라진 셈이다. 좋은 도시는 오랜 기억과 추억, 그리고 흔적을 간직한 도시이다. 여기에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오래되고 낡고 허름한 건축에는 그러한 요소들이 녹아 스며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거에는 신중해야 하는 것이다. 신임 제주시장은 40여년간의 공직생활에서 문화적 인식과 가치에 근거한 정책집행의 중요성을 역설하여 왔고, 문화관련 부서에서 근무를 하셨던 경험으로 볼 때 문화정책에 관한 한 남다른 철학과 애정을 갖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야기가 있는 행복한 제주'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바 있다. 문화시장을 자청해온 신임 제주시장이 제주시민회관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제주시의 문화정책과 인식을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이기 때문에 뜻있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제주근대사 이야기가 담겨진 제주시민회관이 잘 보존되고 활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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