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제주 전체차량 중 전기차 비율 20~30%만 돼도 성공적제주 전기차 보급 이후 일자리 창출 등 애프터 마켓 연구해야정부 보조금·세제 혜택은 미끼… 민간 차원 수익모델 절실해
한국전기자동차협회 김필수 회장은 협회장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전기차를 절대 사지 않겠다고 말한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이기도 한 김필수 회장은 자동차튜닝산업협회장, 전기차리더스협회장, 에코드라이브운동본부 대표, 이륜차관리협회장, 중고차문화포럼 대표, 전기차기술연구조합 회장 등 한국 자동차산업 분야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대림대 김 교수를 만나 한국 전기차 산업의 전망은 물론 제주 전기차 산업의 전망과 과제를 들어봤다.
▶전기차 협회장인데, 전기차를 절대로 사지 않겠다고 이야기 한다=자동차 130년 역사 동안 전기차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바로 교체되는 것이 아니다. 사용자들의 습관이나 인프라를 비롯해 법·제도적인 부분들까지 함께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경쟁이 진행되면서 경쟁력에 따라 점유율이 변하는 것이다. 기존 비친환경적인 이동체가 사라지는 것이기에 몇 십년은 진행돼야 하는 프레임으로 봐야 하는 게 맞다.
그래서 나는 이 전기차라는 것이 틈새 차종, 세컨드카, 그 다음에 단거리형, 도심지용 등 이런 특화된 부분에서 사용되면서 점차 영역을 넓혀나가게 된다고 본다.
서울시를 제일 욕한다. 서울시는 지자체 중 가장 크다. 작은 정부이기에 서울시가 하면 다른 도시로 금방 번지는 효과가 있다. 사실은 환경부나 국토부, 산업부 같은 중앙정부도 결정이 상당히 느리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정책을 추진하게 되면, 거꾸로 중앙정부가 스트레스를 받아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조직이 바뀌고 사람이 바뀌면서 서울시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내가 현재 전기차를 사지 않겠다고, 사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이유다.
▶주행거리와 충전속도만 잡으면 전기차 보급 활성화가 가능할까=전기차는 18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의 130년 역사보다 50년을 앞서 나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관습이나 습관, 인프라, 제도가 어우러지는 것이 바로 자동차 정책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메이커들은 로비하며 현재의 상태를 끌려고 한다. 왜냐하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지금의 전기차는 엔진베이스가 빠지고 배터리와 모터를 달게 된다. 배터리가 갑질을 하게 된다. 축이 수평으로 바뀌고 완전히 패러다임이 변하니 싫어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입장도 있다. 바로 세금문제다. 유류에 세금을 부과하지 못할 경우를 고민해 보라.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엔진변속기의 핵심 노하우가 많은데, 그에 대한 고용창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쉽지 않은 문제인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산업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 먹거리가 더 생기는데, 패러다임의 전환에 대해 늦게 되면 큰일날 것이다. 우리나라는 특히 생산한 자동차 4대 중 3대를 수출한다. 먹거리를 자동차에서 찾고 있는데 한 번 뒤처지면 천길 낭떠러지다.
▶앞으로 전기차 산업의 전망은=전기차는 틈새차종 중 굉장히 유력한 차종이다. 미래의 먹거리는 친환경 차인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 기존 내연기관 차가 중첩되면서 갈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삼총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하이브리드, 전기차, 연료전지가 중첩되고 마지막에는 연료전지로 가게 돼 있다. 중첩기간을 짧게 가느냐 길게 가느냐, 또 누가 중간 중간에 먹거리를 남들보다 선점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최근 독일의 BMW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가겠다고 밝혔다. 전기차의 단점과 내연기관의 단점을 묶어서, 그러니까 장점만 묶는 것이다. 앞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상당기간 갈 것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충전시설이라든지 인프라에 대한 저항, 기존 메이커의 저항이 적다.
내가 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봐야 한다. 전기차의 단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장점이 필요하다. '한국형 모델', 그게 바로 전기차 사용자에 대한 운행상의 강력한 인센티브라는 것이다. 노르웨이와 같이 버스중앙차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도심지 개구리 주차 가능 등 단기간에 인센티브를 확실하게 준다면 전기차 비율을 확 끌어올릴 수 있다.
▶제주도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제주도와 다른 지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전기차 보급이 성공할 수밖에 없다.
올해 말쯤 되면 단일면적당 충전시설과 전기차 보유대수가 세계 1등이 된다. 카쉐어링 같은 사업모델을 비롯해 도심지 빼고 정체가 없는 상황, 전반적으로 친환경을 추구하는 것 등등 전기차로 가게 돼 있다.
2030년 전기차로 모두 대체한다는 그림으로 가면 안된다. 더 큰 그림을 잡고 가야 한다. 아마 그때쯤 제주지역의 전체 차량 중 전기차의 비율이 20~30% 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 정도면 대성공이다. 10만대만 바뀌어도 세상이 뒤집어 지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내연기관 차량이 폐차하고 전기차로 수요가 이동하는 구조가 된다.
하지만 유도정책이 절실하다. 완전 대체라는 개념을 적용하면 안되고, 대체가 아니라 틈새 차종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해야 한다.
자동차는 경제성 논리다. 차 한대를 바꾸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상관이 없지만, 일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차를 구입할 때 중앙정부나 지자체에서 신뢰를 줘야 하는 것이다.
1년 내내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받으면서 구입할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 지금처럼 공모에서 뽑기 같은 것은 하지 말고. 차라는 것이 항상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내 차를 바꿔야 하는 시기가 사람마다 다르다.
▶공동주택 내 충전인프라 설치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 방법은 없을까=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대한 충전시설 설치가 큰 문제다. 제주보다 육지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일본을 방문했었는데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차고지 증명제의 시급성이 다시한번 입증되는 것이다. 자신의 차고지가 있다면 거기다 완속충전기를 설치하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공동주택에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저항감이 우리나라와 달리 적다. 일본은 지진 등 자연재해가 워낙 많다. 공동주택에 설치한 충전기를 비상시 공공용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공급원 개념으로 접근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가 전기차 산업의 테스트베드로서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할까=제주도의 샘플이 왜 중요하냐면 전기차 산업과 관련한 애프터 마켓의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전기차 보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전기차 정비, 검사, 충전기 시설 관리요원, 배터리 리사이클링 관리요원 등 일자리를 비롯해 창출되는 관련 분야가 엄청나다. 현재 미국의 경우 정비인력이 1만5000명이 부족하다고 한다.
제주도에서 미미하지만 정비조합을 만들고 정비사업소도 생겼다. 이제 시작인데, 제주도에 전기차 보급대수가 많아지고 충전인프라가 확대된다는 것은 이런 애프터 마켓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제주의 상황을 참고해 산업화 할 때 문제점들을 미리 다 확인할 수 있다. 굉장히 중요한 데이터들이 나오게 되는데, 지금 제주도가 그것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특히 전기차 산업의 애프터 마켓과 관련한 전문 연구용역이 필요하다. 빨리 시작해야 한다.
언론에서 제주지역의 충전시설에 대한 관리가 안된다는 보도를 봤는데, 일본은 5년을 기본으로 해서 충전기 관리비용까지 중앙정부에서 다 지원해준다. 비교가 안되는 것이다. 정책추진을 하며 멀리 내다봐야 한다.
단순히 테스트베드로 그치는 상황이 아닌, 미래 먹거리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
제주도가 진정한 전기차의 메카가 되기 위해선 공급원도 돼야 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가 지금 공장을 찾고 있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예상 공급 물량을 처리를 못한다. 어디가 제일 좋을까. 우리나라가 최적이라고 생각한다. IT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에다가 차량 관련 기술도 최고다. 배터리부터 시작해 관련 인프라까지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가 테슬라 공장을 유치한다고 생각해 보라. 연간 5만대를 제주에서 생산한다고 상상해보라.
▶마지막으로 한 말씀=지금 사이클상 도민들의 전기차에 대한 반응이 떨어질 때가 됐다. 그럼 다시 올릴 수 있는 그 무엇인가가 필요하다. 보여주기식 행사같은 것 말고, 특별자치도로서 파격적인 정책 인센티브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본다.
그리고 또 하나, 정부 차원의 보조금이나 세제 혜택은 미끼에 불과하다. 국민의 돈을 가져다 해주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럼 이런 것을 누가 해주느냐. 민간차원의 수익모델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민간차원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테스트베드로서 제주도의 데이터들이다. 마이크로 모빌리티 등 친환경 교통시장이 제주에서 들끓게 만들어야 한다.
특별취재팀=최태경·강경태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