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전환기의 제주와 도시건축 패러다임 전환

[월요논단]전환기의 제주와 도시건축 패러다임 전환
  • 입력 : 2016. 09.19(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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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제주도의 급속한 변화에 대해 우려하는 이야기를 주변 많은 분들로부터 자주 듣는다. 고층 아파트들로 가득 채워져 가는 도시풍경을 보면서 마치 싱가포르의 풍경을 연상하게 하고, 도시의 가로풍경은 서울 어느 지역과 다를 바 없다.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지역으로 이어지는 해변도로에는 상업자본이 만들어 내는 카페촌과 음식점들의 풍경이 제주의 푸른 바다와 어색하게 조우하고 있다. 중산간을 지나갈 때는 그 아름답던 자연숲이 사라지고 이름 모를 중국어로 가득 적힌 리조트 시설을 보면서 마카오에 온 듯한 착각을 잠시들게 한다. 이런 낯선 풍경들에 대한 이야기는 제주가 좋아 제주를 자주 방문하는 육지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제주이야기이다. 제주에 사는 사람들 역시 최근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들은 오랫동안 축적되어온 난개발의 결과들이 복합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시 및 건축법제정과 정책들은 1960년대 경제개발5개년계획의 틀 속에서 시작되었다. 도시와 건축이 경제적 관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피폐한 사회상황에서는 물리적 환경조성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되지만 도시와 건축이 추구해야 할 기본적인 가치를 구축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까지 이어져 '개발활성화=경제활성화'라는 공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이다. 제주의 역사와 문화, 환경이 특별하기 때문에 자주적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야 한다. 왜 제주에 사람들이 몰려드는가? 그것은 적어도 제주라는 지역에서의 삶이 조금은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때문일 것이다. 그 믿음과 기대, 확신은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특별함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이제는 우려와 걱정으로 바뀌고 있는 현실에 대해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전환기에 직면해 있다.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원칙적인 방향으로의 제주도 도시건축의 패러다임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첫째, 인구100만을 위한 계획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제주의 환경에 적절한 인구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연적이라 생각된다. 둘째, 급속적이고 과도한 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개발밀도를 낮춰야 한다. 도시와 농촌, 그리고 중산간 지역의 특성이 살아날 수 있도록 지역적 여건을 고려한 개발밀도를 유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제활성화라는 이름으로 완화된 건축물의 고도, 건폐율과 용적률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좀 더 세련된 지구단위계획으로 도시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제주건축의 지역성과 현대성을 유도할 수 있는 건축기준 설정과 확산을 위한 제도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넷째, 주차장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차고지 증명제의 도입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주차 가능한 계획이 되도록 심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규제와 아울러 도심과 주요 거점지역을 연결하는 트램의 도입 등 시민의 편의성 제고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자동자 도로보다는 보행자 중심으로 가로의 보행공간을 더욱 확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여섯째, 도시 내 녹지공간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 특히 기존 공원들을 연결하여 그린 네트워크화 등을 통해 시민들에게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앞서 언급한 보행권을 기반으로 생활권역을 재정비해야 한다. 불필요한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편의성을 갖도록 생활공간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사는 즐거움이 색다른 환경을 만들어가는 개념의 틀이 크게 변해야 하기에 전환기의 이 시기가 조급하게 느껴진다. 행동과 실천이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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