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거울 속에 비친 제주인의 초상

[월요논단]거울 속에 비친 제주인의 초상
  • 입력 : 2016. 09.26(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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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매일 거울을 본다. 얼굴에 뭐가 묻었는지도 보고 웃는 얼굴인지 찡그리고 있는지도 본다. 거울은 유리 뒤에 은, 구리 등을 바르고 표면을 처리한 단순한 판이지만 '또 다른 나'가 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제주인의 초상도 거울에 비친 모습을 잘 다듬어야 먼 훗날까지 제주인이 제주의 주인이 될 것이다.

올해 관광객도 1400만 명은 훌쩍 넘을 것이다. 제주로 오는 이주민도 매년 1만명이 넘는다. 전에 없던 복잡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전에 없던 풍경들도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생겨난다. 전에 없던 사람들과 마주치며 경쟁하며 살아야 한다. 거울을 보며 제주인이 전처럼 살아야 할지 모습을 바꾸며 살아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되었다.

거울에 비친 제주인은 배타적이다. 왜 배타적이냐고 물으면 "예전에는 배 타고 육지로 가기 때문"에 배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농담으로 대답한다. 그러나 씁쓸하다. 내가 배타적이면 남도 나를 배타적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거울 속의 제주인의 얼굴은 부드러움과 웃음이 적다. 광고에 나오는 모든 사람은 웃는다. 손연재도, 김연아도, 김제동도 웃는다. 그래서 호감을 느끼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언젠가 캐리커처 그리는 화가가 얘기하기를, 앞에 앉기만 해도 제주사람인지 아닌지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했다. 수만 명의 사람 얼굴을 그리는 화가가 본능적으로 제주인이 무뚝뚝하게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거울에 보이는 제주인의 모습은 장사와는 거리가 멀다. 혹자는 제주의 '조냥정신'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아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을 살 필요가 없고 손님의 기분을 맞추면서 팔 필요도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하루 평균 9000명 가까이 방문하는 우도에서 제주인이 운영하는 카페는 거의 없다. 관광객이 늘 붐비는 해안도로의 다양한 카페나 음식점도 제주인이 운영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광객이 많이 와도 제주인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주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제주인의 거울에는 모방하는데 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 모방은 조금의 지혜를 더하면 더없이 좋은 창조가 된다. 남해대교를 건너자마자 보이는 신축하는 건물의 지붕만 보면 충렬사임을 안다. 지붕이 거북선 등판 모양을 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지에서 내려온 지인과 절물을 가다가 오른쪽에 보이는 큰 건물을 보면서 "저기 중국 강시모자처럼 생긴 건물은 뭐예요?"라고 물으면 차마 4·3 평화공원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제주인의 거울에는 자기 얼굴만 있고 인재를 키우는 얼굴이 부족하다. 중국의 거상 호설암(胡雪巖)은 능력 있는 사람을 찾으면서 돈을 아끼지 말라고 했다. 나폴레옹은 인재가 있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갔다. 조선의 거상 임상옥도 장사는 이문보다 사람을 남기는 것이라고 했다. 제주는 어떤 인재를 키웠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제주는 인구가 65만이지만 관광객까지 합치면 매일 80여만 명이 살아가는 곳이다. 이주민들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배타적인 사람은 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다. 남이 좋아하는 미소를 짓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미소를 잃고 만다. 장사를 못하는 사람은 경제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인재를 키우지 못하면 제주를 끌어갈 사람이 없어진다.

섬은 좁기도 하고 넓기도 하다. 발 디딜 수 있는 곳은 제한되어 있지만 가장 멀리 볼 수 있는 바다가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에 비친 제주인의 모습을 보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의 제주는 남의 것이 될 것이다.

<현해남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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