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16)서귀포시 대포동

[양기훈의 제주마을 탐방](116)서귀포시 대포동
역경 딛고 마을공동체 개발사업 추진… 자생적 발전 찾아
  • 입력 : 2016. 12.27(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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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옥상에서 한라산 방향으로 바라본 마을 풍경(위) 해송과 갯바위가 절묘하게 어울리는 풍광 사이에 대포항이 눈부시다(아래).

제주섬 지질공원 토대가 된 주상절리대 등 해안 절경 보유
사단고송·송전신지 등 대포십경… 마을 자체 명승지 느낌
해안 경관 지키는 과정에서 오히려 마을공동체 결속 강화



아름다운 해안절경을 보유한 마을이다. 중문동 해안과 이어지는 주상절리대는 천연기념물 제443호이면서 제주섬이 지질공원으로 인정받게 하는 한 부분이다. 육지가 바다를 향해 돌출한 곳을 제주어로 '코지'와 반대로 그 코지에 의해 에워싸인 곳을 '개'라고 한다. 마을 해안을 따라 코지와 개가 오밀조밀한 멜로디를 연주하듯 시각적인 풍요를 선물하고 있다. 해식애(海蝕崖)가 발달한 지형이기에 '선궷내깍' 부근과 '제베낭궤' 등 곳곳에서 주상절리 해안의 면모를 볼 수 있다. '배튼개' '큰여또' 일대에 잘 나타나 있는 파식대(波蝕臺)의 행태는 파도의 침식에 의하여 상대적으로 평탄한 해안 경관이다. 옛 이름 '큰개'포구에서 훈독자 결합표기 형태인 대포(大浦)로 바뀌었다. 지금은 현대식 항만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옛날 '큰개'는 '제비낭개'와 '데시비개' 동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이 있었다. 이들 동산에서 뻗어나간 '자장코지'와 '모살넙개'는 포구의 천연방파제 역할을 했다. 주변 코지 앞에 펼쳐진 수많은 '여'들이 먼 바다에서 밀려오는 거대한 파도의 기세를 잘게 부숴버린다. 한마디로 천혜의 항구다. 마을 원로 김경식(73)어르신은 "옆 마을 법화사지 주춧돌 일부가 큰개 인근에 떨어져 있다는 것은 큰 개를 통해 들어오던 외부 문물의 한 부분입니다. 큰개포구를 통해 제주섬 외부와 교역 및 물자 운반이 활발하게 이뤄졌다고 합니다." 마을 이름 자체가 포구에서 왔기 때문에 큰개포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마을 이름이야 해안가에서 왔지만 마을 영역은 한라산을 향해 해발 950m 지점까지 길게 뻗어 올라가 있다. 주봉이라고 할 수 있는 오름은 해발 743m 거린사슴(대포동 주민들은 붉은오름이라고 함)과 동쪽에서 마주보는 갯거리 오름이다. 특히 거린사슴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산남지역 서쪽 일대가 전부 들어오는 장관이 펼쳐진다.

강정 앞바다에서 대평리 해안까지 경관이 들어오는 대포연대.

하천은 주거지역을 흐르는 대포천과 거린사슴과 갯거리오름 일대에서 발원한 회수천과 동회수천이 주변 마을과 경계를 이루며 건천의 모습으로 내려오다 약천사 인근에서 만나 연중 수량이 풍부한 '선궷내'가 돼 바다로 나간다. 옛날에는 선궷내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하여 쌀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집들과 감귤원, 비닐하우스들이 들어서 있어서 옛 모습이 많이 바뀌었지만 조상 대대로 대포동이 얼마나 아름다운 풍광을 가진 마을이었는지 그 자긍심을 보여주는 대포십경(大浦十景)이 있다. 사단고송(社壇孤松), 송전신지(松田新池), 남산관해(南山觀海), 암지명월(暗旨明月), 하봉목마(下峯牧馬), 남포귀범(南浦歸帆), 보성낙조(堡城落照), 선천관어(先川觀魚) 동회유천(東廻流泉), 사지구허(寺旨舊墟). 마을 자체가 명승지라는 주관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지금은 올레길 8코스가 지나가고 대포연대 위에 올라서 바라보는 풍광은 절경이다.

김장훈 마을회장

김장훈(56) 마을회장으로부터 제주 지역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부영호텔 문제에 대하여 집중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 "반대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결사반대에 나선 것은 부영주택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안경관 사유화에 나설 경우 우리는 후손들에게 이 소중한 자원을 물려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38년 전 중문관광단지 건설 당시에 조상대대로 생존의 터전이던 토지를 빼앗기다시피 헐값에 매각 했던 아픔이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한국관광공사가 2단계 개발사업 승인을 받은 후 개발사업 변경신청을 하면서 건축물 높이를 '5층 이하'에서 '9층 이하'로 변경한 사항을 명시하지 않고, 건축물 높이 변경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의 위법성이 밝혀져서 건축허가 신청이 반려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위법행위가 드러났으면 당연히 개발사업시행 변경 승인을 무효로 해야 함에도 단순하게 변경협의 절차만 이행하라는 것은 사업부지 내에서 건축행위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지역주민과 도민사회의 요구를 똑바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악된 개발사업 규모는 어마어마한 경관 독식 기도입니다.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동쪽 부지 29만3000여㎡에 총 객실수 1380실 규모 호텔 4개가 지하 4층~5층, 지상 9층, 호텔별 객실 수가 300~400실이라고 합니다. 조감도만 봐도 대포동에서는 시야가 막혀 바다를 바라볼 수 없습니다. 다가올 주민 피해는 누가, 어떤 법으로 책임질 것입니까? 공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관광공사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에게 건축물 높이 변경이라는 꼼수를 부리며 땅장사를 하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상 지역주민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제주도정에서는 대포동의 경관자원을 행정적 정당성을 가지고 지켜줘야 할 것입니다." 반대대책위원들의 표현은 험악할 정도로 거칠고 불신이 팽배해 있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사업승인 취소가 아니라 반려를 한 것은 환경영향평가 협의 내용 변경 절차와 그에 따른 건축계획심의를 받고 사업을 재개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지역주민들의 반대 논리는 단순 명쾌했다. 대포 해안 주상절리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것은 행정당국이 아니냐? 이로 인한 주민 불편을 감내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거대 자본은 불편한 것이 없다는 것이냐?

그림처럼 이어지는 해안절경은 가장 중요한 대포마을 주민들의 자산이다.

고상종(61) 대포새마을금고 이사장에게서 마을공동체 차원의 결속력을 가지고 열어나가고 싶은 미래 대포동의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 마을은 예로부터 반농반어촌의 모습이었습니다. 포구를 확장해서 유람선을 비롯한 마리나관광으로 주민소득 모델을 다양화해야 할 것입니다." 어민들이 바다자원을 활용한 소득증대 방안도 발전의 한 축이라는 주장이었다.

먼나무 가로수에 빨갛게 물든 열매가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김동한(70) 전 마을회장에게서 독특한 마을 발전 전략이 제시되었다. "거린사슴오름 인근 지하에서 탄산수가 나왔습니다. 주변에 마을회 소유 부지가 있는데 이를 활용해 마을공동사업을 한다면 부자마을이 될 것입니다." 해안경관 지키기 과정에서 주민결속력이 더욱 강화되고 이를 동력으로 마을공동체 개발 사업을 하겠다는 오기가 발동된 대포동. 지금 닥친 역경은 오히려 자생적 발전 욕구를 자극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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