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시작하며]다시, 목민심서

[하루를 시작하며]다시, 목민심서
  • 입력 : 2017. 02.22(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금처럼 날 수를 세는 날은 없었다. 하루하루가 초조와 우울의 극치다. 거기 가 있지 못해 여기가 좌불안석이다. 주말이면, 꼼짝할 수 없는 몸이 널뛰는 마음을 붙들어 매느라 어수선하다. 일터 한 편에 초 한 자루 밝히고 나서야 비로소 잦아든다. 설렘과 기대 아닌 이런 기다림도 다시 없을 듯하다. 마음속에 차고 넘치는 치욕이 자꾸 생채기를 낸다. 딱지 앉을 틈이 없다. 이래저래 결국 가보지 못하는 촛불광장은 꽉 찬 자리도, 빈자리도 송구스럽다. 광장에 선 태극기는 생경스럽다. 유불리를 떠나 말해보자. 정말, 그래도, 괜찮은가? 지금 어디에 서 있거나 우리 모두는 낭패감으로 고단하다. 절절이 민(民)을, 고스란히 민(民)만을 위하여 써 내려간 다산의 글은 그래서 눈물겹다.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다산 정약용이 18년 유배생활을 마치면서 내놓은 책이다. '목민할 마음은 있으나 몸소 실행할 수 없었던 안타까움을 담아' 12편72조로 묶었다. 부임(赴任)으로 시작하여 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을 통해 지방통치의 근본목적과 이상을 담고 있으며 목민관의 실천정책을 육전(六典)으로, 진황(賑荒)과 해관(解官)에 이르기까지 두텁고 세밀하고 체계적이다. 오로지 민(民)을 위해서 목(牧)이 존재함을,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는 것임을, '맑음-淸(청)'과 '삼감-愼(신)'과 '부지런함-勤(근)'이 벼슬살이에 우선임을 강조한다. 불법과 탐학에 맞서는 단순한 지침서로 그치지 않고 애민, 위민을 넘어 균민(均民)의 사상이 개혁에 대한 의지와 소망을 담아 200년을 건너와 여기 있다. 그래서 다시, 목민심서다.

어설픈 풀어쓰기가 오독(誤讀)이 될까 해서 가능한 한 다산의 목소리*로 옮겨 놓는다. *송찬섭 저·'목민심서'

'애민의 근본은 절용에 있고, 절용의 근본은 검소함이니 검소함에 청렴하고 청렴함에 자애로울 것이다.-「부임」 수신 후 제가하고 제가 후 치국하는 것은 천하의 공통된 원칙이며, 청탁을 물리치고 씀씀이를 절약하여 은혜 베풀기를 즐거이 하라. 벼슬살이의 요체는 두려워할 외(畏)한 자 뿐이다. 의(義)를 두려워하고 법을 두려워하며, 상관을 두려워하고 백성을 두려워하며 마음에 언제나 두려움을 간직하면, 혹시라도 방자하게 됨이 없을 것이니, 이는 허물을 적게 할 수 있는 것이다. 교훈삼아 몸에 배인 청렴함은 스스로를 편안하게하고 지혜로운 자는 청렴함을 이롭게 여긴다.-「율기」 다소 넘나듦이 있더라도 민을 이롭게 하는 일이라면, 자기의 마음이 천리의 공평함에서 나왔다면 근심 없이 행하라. 엄숙하고 공손하며 겸손하고 온순하여 감히 예를 잃지 않게 하며, 화평하고 통달하여 서로 끼이고 막힘이 없게 하면, 정과 뜻이 서로 공감하게 될 것이다. 마땅히 언제라도 벼슬을 버린다는 의미로 마땅히 한결같은 마음으로 공정하라. 공법(公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마땅히 의연하게, 굴하지 말고 확연히 자신을 지키도록 하라.-「봉공」 청렴하지도 못하고 지혜롭지도 못하면서 사나움으로써 위주하면 그 폐단이 아주 심할 것이다.-「이전」 맑은 선비의 돌아가는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 던진 듯 조촐하여 낡은 수레, 야윈 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해관」'

어릴 때 해보았던 줄반장 정도의 소소한 완장이라도 차고 있거나 차려고 하는 당신께, 내 안의 크고 작은 탐욕에게 다산의 한 구절을 더 드릴까 한다. '이는 본디 나의 덕을 기르기 위한 것이지, 하필 꼭 목민하기 위해서 만이겠는가? <김문정 시인>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52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