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산촌 이주했다면 나무 베는 법부터 익히라

[책세상]산촌 이주했다면 나무 베는 법부터 익히라
日 산촌살이 경험 담은 오우치의 '산속생활 교과서'
  • 입력 : 2017. 06.3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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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흙·물·불 다루는 생존 필수 기술 상세히 소개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나는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숲으로 갔다"고 했다. 일본에도 세대를 초월해 귀농 귀촌이 인기다. 그저 소비만 하는 도시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자연 속에서 생활을 창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덤빌 수 없다. 산 생활에는 남다른 각오와 준비가 있어야 한다.

2004년부터 산속에서 지내기 시작한 오우치 마사노부씨의 '산속생활 교과서'는 산촌 이주를 꿈꾸는 도시민들에게 길라잡이가 될 책이다. 1960년대 지방 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산촌으로 이주한 그가 산촌에서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땀흘린 경험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그가 사는 곳은 표고 약 600m의 산골짜기다. 국도에서 2㎞ 정도 산을 타고 올라가야 나오는 마을로 버스도 안다니고 분교도 폐교된 상태로 상점 하나 없다. 여름동안 방치해두면 칡, 한삼덩굴, 등나무 같은 덩굴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 집을 뒤덮어버리는 전형적인 산촌이다.

하지만 산촌에도 좋은 점은 있다. 골짜기에서 샘솟는 신선한 물이 상수도이고 장작은 마음껏 베서 쓸 수 있다. 밭도 경사가 있기는 하나 햇볕이 잘 든다. 관리만 잘하면 평생 소중한 양식을 제공해주는 존재들이다. 선조들은 그런 방식으로 수백년을 그곳에서 살아왔다.

산 생활에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중 나무, 흙, 물, 불을 다루는 기술은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이것들을 잘 다루지 못하면 낭만적으로 그렸던 산 생활이 단번에 냉혹한 현실로 바뀐다.

산에 둥지를 틀었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이 나무와 풀을 베서 햇빛과 바람을 되찾는 작업이다. 책에는 산에서 매일같이 사용하는 일상 도구이자 생명줄인 톱, 도끼 다루는 법이 상세히 소개됐다.

식수와 오수 문제 해결법도 풀어썼다. 장마철에 대비해 산길과 집 주변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돌담 만드는 방법도 요긴하다. 난방과 요리에 필요한 불을 다루는 기술에서는 나뭇가지로 불을 피우는 법, 장작 난로 활용법 등을 안내했다.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사진과 그림이 곁들여졌다.

지은이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산에는 무진장한 자원과 광채가 있지만 '자연에 대한 예절'을 잊지 말아달라는 점이다. 그럴 때 사람의 손길을 기다리는 산 생활에서 커다란 은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정환 옮김. 보누스. 1만5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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