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도심 가로수... '이식' vs '현장 보전' 맞서

애물단지 도심 가로수... '이식' vs '현장 보전' 맞서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도심 가로수 대거 이사
제주여중·고 사거리 구실잣밤나무 전량 이동
道 "이식해야"… 제주시 녹지부서 "이식 불가"
  • 입력 : 2017. 08.17(목) 00:00
  • 강시영 기자 sy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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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추진중인 대중교통체계 전면 개편과 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해 16일 가로수들이 대거 이식되고 있다. 중앙여고 사거리~제주여중고 사거리 중앙화단에 심어진 가로수 구실잣밤나무도 전량 이식된다. 강경민기자

수십년째 시민과 애환을 함께 해온 도심의 상징적인 고령 가로수들이 애물단지 처지로 몰리면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최근 원희룡 도정이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대중교통개편 정책으로 도심 가로수들이 대거 뽑혀 교외로 이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통-녹지부서 간 의견이 엇갈려 불협화음이 빚어지고 있다. 이식되는 나무 상당수는 고령목이어서 수명 연장을 위한 이식효과에도 회의적인 여론이 비등하다. 공공사업을 위해 가로수 이식 교체가 불가피하다면 이를 확대 대체할 녹지공간 확보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보이지 않는다. 개발사업 뿐만 아니라 가로수가 정전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병원균에 의해 고사하는 등 가로수 수난시대라 할만 하다.

▶도심 가로수 대거 이식=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를 전면 개편과 관련 중앙차로제와 가로변차로제로 구분,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시행한다. 현재 도심 곳곳에서는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행을 앞두고 제주시내 가로수도 대거 이식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시에 따르면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시행을 위해 이식된 가로수는 키 큰 교목성 나무로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왕벚나무, 먼나무 등 4종 186본에 이른다. 키작은 관목성과 다년생 화초류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훨씬 많아진다.

구간별로는 공항로(공항입구~해태동산 사거리) 후박나무 97본, 중앙로(광양사거리~중앙여고사거리) 먼나무 6본, 후박나무 25본, 구실잣밤나무 28본, 왕벚나무 14본 등 73본, 그리고 중앙여고 사거리~제주여중고 사거리 구간 중앙로에 심어진 구실잣밤나무 16본 등이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제주여고 사거리 구실잣밤나무=논란이 특히 많은 현장은 중앙여고 사거리~제주여중고 사거리 중앙화단 가로수 식재구간이다. 이곳에는 이미 구실잣밤나무 16본이 옮겨졌으며, 남아 있는 11그루도 곧 이식될 예정이다. 이설 협의 과정에서 제주도 교통부서와 제주시 녹지부서가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우선차로제의 정상적 시행과 연북로 방향 좌회전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구실잣밤나무 이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대해 제주시는 공사구간에 저촉되는 가로수 구실잣밤나무는 1973년도에 조성한 제주시 최초의 가로수 조성구간으로 가로수의 역사성을 지닌 나무라며 이식 불가 의견을 제주도에 회신했다.

제주시의 입장과는 달리 이 구간 중앙화단 가로수 구실잣밤나무 27본 가운데 16본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져 우선차로제 공사가 진행중이다. 제주도는 이어 나머지 11본에 대해서도 이식키로 하고 제주시에 검토의견을 보냈는데, 이번에도 제주시는 종전과 같은 이식 불가 입장을 제주도에 보냈다.

제주도는 제주시의 이같은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11본의 이식작업을 진행시킬 예정이다. 제주도는 우선차로제 시행에 따른 연북로 방향 좌회전 교통량 증가 대책과 횡단보도 신설을 요구하는 지역주민 등이 의견을 반영하자면 중앙화단 가로수를 모두 제거하는 방안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공공사업-가로수 교체 마찰=가로수 이식·제거·교체 논란은 이곳 만이 아니다. 올해초에는 제주시 하귀1리∼광령3리 도로구간 차량과 보행자의 안전·편의를 위해 노견 확포장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주민들이 심은 벚나무 50본을 모두 제거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제주시는 정전과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8~9월 가령로 구간 야자수 38본을 옮기고 수종을 대체하는 공사를 곧 발주한다.

제주지역 도심지 가로수로 식재된 담팔수 수십그루는 식물 병원균에 감염돼 고사했으며 대체 나무를 심지 못해 행정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 사이 모두 56본을 제거한 상태다.

산림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각종 개발사업과 가로수 유지관리정책이 충돌할 개연성이 매우 높은게 현실"이라며 "공공 개발사업을 위한 명분으로 가로수를 애물단지처럼 다룰게 아니라 가급적 가로수 이식·교체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고, 불가피하다면 대체 녹지공간을 대대적으로 조성하는 대책을 함께 제시해야 도민들도 수긍할게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강시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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