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7)]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7)좀메꽃을 아십니까?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27)]제1부 아득한 기억, 알타이-(27)좀메꽃을 아십니까?
우리나라 자생종 좀메꽃… 귀화식물·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 입력 : 2017. 09.04(월) 00:00
  • 조흥준 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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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메꽃.

우리나라 ‘좀메꽃’이 ‘서양메꽃’으로 불려
북한 식물지 자료 기록된 자생식물 맞아


알타이를 가다보면 초원, 산림, 강, 사막, 호수 등 다양한 환경을 만나게 된다. 우리는 어제 야영을 하고 아침 일찍부터 초원을 달리고 있다. 스텝초원과 사막의 중간 식생대라고 할 수 있는 사막스텝에 진입했음을 알 수 있다.

초원인지 사막인지 분간이 안 된다. 그냥 모래땅에 식물이 듬성듬성 있는 정도다. 어느 정도 달렸을 때 식생이 좀 높은 덤불을 만났다. 모든 식물은 뻣뻣하고 바싹 마른 상태였다.

그런 사이에도 눈길을 끄는 꽃이 있었다. 작지만 마치 나팔꽃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메꽃과의 식물이라는 건데 이게 웬 말인가. 덩굴이 아니라 나무 아닌가. 더구나 길고 단단하며 날카로운 가시로 온몸을 무장하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메꽃이 있다니….

김찬수 박사.

몽골에는 메꽃 종류가 5종이 있다. 이 식물들과 우리나라, 그리고 제주도의 식물상과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속이 국내에 분포한다는 사실은 1980년 처음 등장한다. '서양메꽃'이라는 이름으로 콘볼불루스 아르벤시스를 한국식물학회지를 통해 보고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1994년 자생식물이라는 잡지에 자세하게 해설을 실었다. 지금 많은 자료에 게재되어 있는 내용은 대부분 이걸 인용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자료는 이 종이 재배 중 일시적으로 야생에 퍼진 것으로 귀화식물이라 할 수 없다며 아예 국내분포를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 사이트,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정보 사이트, 각 종 사전과 도감들은 이 식물을 당초의 미기록 귀화식물 보고의 내용대로 '서양메꽃'으로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 원산의 귀화식물로 세계적으로 아시아와 북아메리카에 귀화했다거나 국내분포가 확대되어 보길도·대구광역시·포항시·백령도·양평군에도 자란다는 자료들도 있다.

문제는 이 식물이 이전부터 우리나라에 분포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점과 원산지는 어디인가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몽골에는 이와 유사한 식물이 5종이나 분포하고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지금 우리나라에서 '서양메꽃'이라고 하는 종은 거의 전국에 분포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자료를 찾다가 아뿔싸! 이미 우리나라에도 이 식물이 살고 있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름도 '서양메꽃'이 아닌 '좀메꽃'이다. 그리고 '밭메꽃'을 병기해 놓았다.

위부터 털좀메꽃, 가시좀메꽃, 털가시좀메꽃.

1975년 평양에서 출판한 '조선식물지'는 이 종이 평안남도에 분포하며, 모양을 자세히 기재하고 그림도 제시했다. 그 이후에 출판된 북한의 문헌에도 역시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자! 그렇다면 이제 계속 '서양메꽃'으로 불러야할까 아니면 '좀메꽃’으로 불러야 할까? 귀화식물이라고 해야 하나 자생식물이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몽골에서 본 종은 우리나라에도 분포해 있는 좀메꽃(콘볼불루스 아르벤시스; Convolvulus arvensis, 이 명칭이 선취권이 있으므로 서양메꽃 대신 이 이름을 채용함), 털좀메꽃(콘볼불루스 아마니; Convolvulus ammanii, 털이 매우 많은 특징을 살려 이렇게 지음), 가시좀메꽃(콘볼불루스 고르차코비; Convolvulus gortschakovii, 가시가 매우 뚜렷한 특징이므로 이렇게 지음), 이와 아주 비슷한 종으로 털가시좀메꽃(콘볼불루스 푸루티코수스; Convolvulus fruticosus, 가시좀메꽃과 유사하나 꽃받침에 털이 있는 특징으로 이렇게 지음) 등을 채집해 있었다.

좀메꽃은 우리나라 자생종이다.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라시아지만 지금은 거의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다. 엄연한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귀화식물이라 하고, 이름마저도 원래의 이름을 모르고 새로 지어 부르는 현실은 남북교류의 한계 때문에 발생한 대형사고의 하나였다고 할 만 하지 않을까? <글·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김찬수·김진·송관필·서연옥>



'서양'이라는 식물이름

동양·서양은 정치·문화적 차원으로 구분

자연·환경 요인 아니라 생물 분포와 달라


서양측백, 서양말냉이, 서양까치밥나무, 서양오엽딸기, 서양톱풀, 서양금혼초, 이들의 공통점은 우리말 이름에 서양이라는 지리적 명칭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식물들의 원산지가 유럽이라서 이렇게 이름 붙였다는 설명도 접하게 된다. 하지만 실은 그런 것만도 아니다. 서양메꽃(사실 폐기돼야 할 이름이지만)도 서양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만 이 식물의 원산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러시아(시베리아), 몽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유라시아다.

이렇듯 외국, 또는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뭉뚱그려서 서양이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건 식물명에서만이 아니라 식물지리에 대해 설명할 때도 이렇게 관용적으로 써버리는 경우가 있다. 유럽이라는 지역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모호하게 표현하고, 또 그걸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오류들 중의 하나다.

문자 그대로 보면 동양은 동쪽바다, 서양은 서쪽바다다. 왜 이렇게 지리 구분을 할까? 동양과 서양이라는 개념은 사실 지역이나 시대에 따라 아주 다르게 변천해 왔다. 지금의 동서양이란 말의 기원은 중국에 들어온 유럽 사람들이 한자로 세계지도를 설명하면서 북부 태평양 이서를 대동양, 이동을 소동양이라 하고, 인도양 이서를 소서양, 유럽 이서를 대서양이라 명명하면서 자신들을 '대서양인'이라고 자칭한데서 출발한다고 한다.

실크로드사전(창비간)에 따르면 근세에 와서 유럽인들은 주로 정치문화적인 차원에서 '동'(東, the East, 동양 혹은 동방)과 '서'(西, the West, 서양 혹은 서방)라는 개념을 정립해 사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분은 대체로 터키 이동에 위치한 아시아 지역을 일괄해 '동'으로 통칭하였다. 즉 우랄산맥·흑해·지중해·홍해를 연결하는 남북선을 기준으로 그 이동은 '동'이고, 그 이서는 '서'로 대별한 것이다.

이처럼 현대의 동과 서, 동양과 서양 같은 구분은 어떤 자연·환경적 요인(바다나 산맥 등)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정치·외교적 고려에 따라 인위적으로 동서를 나눈 것이다. 그러므로 국경이 따로 없는 생물의 분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개념이다. 이와 같은 인위적 구분선을 기준으로 한 동양과 서양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신중해야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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