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2)축제서 만난 해녀밥상의 가치

[제주해녀 밥상을 탐하다](2)축제서 만난 해녀밥상의 가치
재료 본연의 맛 살린 소박한 음식… 해녀밥상을 맛보다
  • 입력 : 2017. 10.10(화) 00:00
  • 이현숙 기자 hs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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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녀축제서 선보인 소라구이. 사진=김희동천 기자

지난달 톳 잔치·해녀축제서 해녀밥상 선봬
조미료·감미료 절제… 건강한 맛 입안 가득

제주섬에서 해녀들이 해주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제주섬 곳곳에 있는 '해녀의 집'과 식당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해녀축제장에서 만나는 음식은 특별한 맛을 준다. 해녀축제에서는 해녀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방문객들이 놓치면 안 될 것은 해녀들이 채취한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들이다. 그 맛은 한마디로 '소박해서 더 끌리는 맛'이다. 조미료나 감미료의 화려한 향 대신 해녀들이 그날 돌밭과 바다밭에서 채취한 재료 본연의 맛이 살아있다. 최근 제주지역에서 열린 다양한 축제에서 선보인 해녀밥상에도 그 소박한 맛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옛부터 제주해녀들은 톳을 이용해 다양한 계절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제주향토요리전문가와 함께하는 제주톳해녀밥상

제주섬에서 '톳잔치'가 열렸다. 지난달 23일 제주해녀들이 채취한 자연산 톳(제주어로는 톨)을 주제로 한 전시·공연 프로그램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제주톳웰니스육성사업단과 종달어촌계가 제주시 구좌읍 종달 포구 어판장에서 개최한 '해녀삼춘과 함께하는 와랑와랑 톳 잔치'다. 이날 행사는 자연산 톳을 소개하고 톳으로 만든 음식을 홍보하는 자리로 행사장 한쪽에 제주톳해녀밥상 코너를 마련해 지역주민과 관광객들이 해녀음식을 맛볼 수 있게 했다.

제주의 자연산 톳은 아연은 민물장어의 20배, 칼슘은 우유의 15배, 철분은 우유의 550배가 들어있는 건강식품으로 예로부터 제주해녀들은 톳을 이용해 다양한 계절음식을 만들어 먹곤 했다. 봄에는 톳과 보리쌀을 이용한 톳밥과 불린 톳에 보리쌀이나 쌀을 넣고 끓인 톳죽을 해 먹었고 여름에는 양념된장을 푼 물에 부추와 불린 톳을 넣은 톳냉국과 말린 톳에 젓갈 양념을 한 톳지를 해 먹었다. 겨울에는 불린 톳에 메밀이나 보리가루를 버무려 톳범벅을 먹었으며 살짝 데치거나 불린 톳에 양념된장을 버무린 톳무침은 사계절 내내 즐겨 먹는 음식이었다.

이날 축제에서는 톳, 견과류, 당근 등을 재료로 한 톳 영양톨솥밥, 톳과 각종 야채를 식초에 살짝 무쳐 만든 톳나물 해물초회, 보말(작은 고동의 일종)에 톳을 넣어 푹 끓여낸 톳 보말죽, 제주전통음식인 지름떡에 톳을 넣은 톳 지름떡(기름떡), 된장으로 양념한 톳 제육볶음, 톳 달걀탕, 톳 닭가슴살 조림, 톳 쿠키, 톳 식빵까지 총 9개의 요리가 선보였다. 이날 음식은 제주향토음식 전문가 양용진씨가 담당했다. 또 '제주젬마의집' 고미경 대표가 상품화한 '톳청'도 가래떡과 함께 시식할 수 있게 했다.

'젬마의 집'은 '바다의 천연 칼슘제'로 불리는 톳으로 실제 아픔을 치유한 고미경 대표가 톳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고 대표의 바람을 딸 김하원씨가 잇고 있기도 하다.

'엄마'는 정직한 음식으로 사람들이 치유되기를 원하고, 단 한 사람을 위해서라도 몸에 좋은 천연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톳 조청은 고 대표가 투병 생활 당시 목 넘김이 힘든 칼슘제를 섭취하기 힘들어 개발하게 된 제품이다. "톳에 있는 좋은 성분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란 고민에서 탄생해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서 성분 검사를 마쳤다.

톳과 소라 등의 해산물을 이용해 만든 음식들(왼쪽 상단부터 소라죽·톳지름떡·성게국수·톳나물 해물초회·톳쿠키·톳가슴살·톳영양돌솥밥·톳쿠키(빵))

◆제주해녀축제 '구좌읍해녀회 향토음식점'

제주해녀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제주 대표 해양문화 축제인 제주해녀축제에서도 해녀들이 직접 만든 해녀밥상이 선보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펼쳐진 제10회 제주해녀축제 행사장 한쪽에선 구좌읍해녀회 회원들이 향토음식점을 운영했다.

이날 해녀들은 소라구이, 한치파전, 소라죽, 소라적, 성게국수 등을 선보였다. 구좌읍해녀회 소속의 한 해녀는 "겨울에는 해삼, 지금은 소라가 가장 많이 잡힌다. 해녀가 직접 채취한 자연산 소라는 지금 그 맛이 일품이라 오늘 소라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선보인 모든 음식의 조리법은 간단하다. 양념도 참기름, 소금, 설탕이 아주 조금 들어가는 게 다다. 소라구이의 경우 밑에서 열을 가해 익히며 어느 정도 익으면 돌려가며 굽는 게 조리법이며 한치파전도 부침가루에 청양고추, 부추, 당근만 넣어 한치의 식감과 향을 최대한 살린다.

소라죽도 잘게 썰어둔 소라와 불린 쌀을 끓이며 참기름과 약간의 소금으로 간만 하면 된다. 또 일반적으로 제사상에 올리기 위해 많이 하는 소라적(꼬지에 꿴 음식)의 양념에도 약간의 간장과 깨소금만 들어가며 성게국수도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성게알을 넣고 잘게 썬 파나 참깨, 고춧가루를 뿌리면 완성된다.

축제에서 선보인 음식 외에 해녀들이 즐겨 먹는 음식에는 소라무침, 소라볶음, 소라찜 등이 있는데 여기에도 참기름과 약간의 설탕으로 간을 해 최대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특징이 있다.

◆건강한 자연이 담긴 해녀밥상

축제에서 만난 해녀밥상의 특징은 간단하고 건강한 밥상으로 요약될 수 있을 듯하다. 제철에 나는 수확물을 저염식·저지방식으로 간단하게 조리해 내어놓은 밥상. 해녀밥상은 현대인 식단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3고(고열량, 고지방, 고식염), 3저(저섬유질, 저필수미량영양소, 저생리활성물질)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주는 건강한 밥상이었다. 재료의 맛을 살리는 단순한 조리법, 거기에 요즘 음식소비의 트렌드인 웰빙까지 더해진 완벽한 밥상. 제주해녀밥상이 점점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재=이현숙·손정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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