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한라칼럼]소통 없는 제2공항

[김병준의 한라칼럼]소통 없는 제2공항
  • 입력 : 2017. 10.31(화) 00:00
  • 김병준 기자 bjki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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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정에 거는 도민의 기대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소통'일 것이다. 민선시대 그 어느 도백보다 젊은데다 3선의 국회의원을 지냈다. 때문에 누구보다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데 제2공항 추진 과정을 보면 참으로 실망스럽다. "소통", "소통" 하면서 정작 무슨 소통이 있었는지 모른다. 제2공항을 둘러싼 의혹들은 아예 풀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저 밀어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소통을 강조하면서 왜 불통으로 치닫는가. 그러니 제2공항 문제가 갈수록 꼬이는 것이다.

다 알다시피 제2공항 건설은 소소한 사업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밝힌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총사업비가 5조원에 육박한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사업기간도 적잖게 걸린다. 2020년부터 착공할 경우 개항시기는 2025년이다. 제2공항 입지 발표 때부터 시작하면 거의 10년이 소요된다. 이런 거대한 프로젝트를 마치 속전속결로 해치우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제2공항 때문에 제주섬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다. 입지 타당성 문제로 갈등이 가라앉기는 커녕 점점 확산되고 있잖은가.

제2공항 건설 예정지 주민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사전 타당성 조사 용역에서 들춰낸 것이다. 그렇다고 주민들의 요구가 부당하거나 무리한 것도 아니다. 우선 용역진이 의도적으로 정석비행장과 성산기상대의 기상자료를 임의로 사용했다고 지적한다. 건설 예정지에 용암동굴이 많이 분포됐는데도 환경영향평가 용역은 현장조사 없이 이뤄졌다고 따진다. 조류가 비행기에 부딪히는 버드 스트라이크도 마찬가지다. 제2공항 예정지와 성산철새도래지와는 1.6㎞, 하도철새도래지와는 7.5㎞ 떨어졌다. 하지만 용역진은 이를 고의적으로 배재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많다. 사전 타당성 용역이 부실·오류 투성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다. 한마디로 사전 타당성 용역이 엉터리로 이뤄져 입지 선정이 원천적으로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그런데 원 도정은 주민들의 부실용역 제기에 제대로운 설명이 없다. 주민들이 갖는 의혹을 왜 속시원히 풀어주지 못하는가. 제주도가 진정 소통 의지가 있다면 주민들이 요구하는 부실용역에 대해 검증하지 못할 이유가 없잖은가. 이런 정당한 요구마저 깔아뭉갠다면 결국 도민 갈등만 증폭시킬 뿐이다. 주민 설득과 갈등 해소에 발벗고 나서야 할 원 도정은 오히려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있으니 큰 일이 아닌가. 이 때문에 정부와 원 도정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한 상태다.

제주공항을 확장하든 제2공항을 건설하든 그 필요성은 공감할 것이다. 문제는 국책사업이라고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거나 주민의견을 외면해선 안된다. 지난해 국회에서 기본계획 예산 수립 때 주민과의 갈등예방 방안을 마련하라는 부대조건까지 달았잖은가. 그럼에도 제2공항 문제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제주도는 최근 여론조사를 근거로 정부에 조기 추진을 건의했다. 아마추어 행정이 따로 없다. 반대주민들을 끌어안아도 모자랄 판에 거꾸로 자극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그러니 반대 주민들이 제주도청 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한 것이다. 제2의 강정사태를 우려하는 얘기가 그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물 좋고 평화롭던 강정마을이 극심한 갈등과 분열에 휩싸일 줄 누가 알았는가.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촉발된 강정마을의 고통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제2공항 문제로 지역주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비극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강정의 교훈'을 잊어선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설위원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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