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4)다양한 일자리 창출 기업들

[함께의 가치 '사회적경제'] (4)다양한 일자리 창출 기업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회사 꿈꾼다
  • 입력 : 2018. 03.27(화)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사회적경제 내 조화로운 물류기반 조성에 기여하는 제주희망협동조합의 '쿱-어스'

장애인과 고령자 등 취약계층에서부터
청년층까지 다양한 이들에 좋은 일자리


노동 의지가 있지만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 취업이 최대 고민인 청년층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는 일하는 직원도 행복하고, 더 나아가 사회 구성원이 함께 웃을 수 있는 공동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새정부 출범 직후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을 핵심 국가적 과제로 꼽은 것만 봐도 저성장 추세 속 우리사회가 직면한 실업문제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제주에서 묵묵히 사회적기업을 꾸려가며 좋은 일자리 제공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서귀포시 대정읍에 소재한 사회복지법인 평화의마을(대표 남시영)은 2008년 제주 1호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은 도내 사회적기업의 상징이자 맏형같은 존재다. 일자리제공형으로, 직원 38명 중 26명이 지적장애인이다. 이들 장애인의 자립을 돕기 위해 소시지 제조공장을 짓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제주산 돼지고기와 청정제주에서 가꾼 원재료로 수제 햄과 소시지를 만들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낮았고,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이라고 하니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편견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귀경 원장이 유럽에서 3개월간 기술을 배우고 설비를 갖춰 해썹인증에 소비자 입맛을 겨냥한 신제품 개발까지 쉼없는 도전의 연속이었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제주산 좋은 원료로 만든 제품은 오히려 외국에서 더 인정해 줬다.

2013년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IFFA(독일 육가공박람회)에서 제주산 녹차를 넣은 녹차소시지, 제주 조릿대 소시지 등 6개 품목이 금메달을 수상했다. 3년 주기로 열리는 육가공 분야의 세계 최대규모 박람회에서 제품의 우수성을 당당히 평가받은 것이다. 지금은 국내 여러 특급호텔과 백화점이 주요 거래처다.

이귀경 원장은 사회적기업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겐 "어떤 가치를 갖고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와 지속가능성을 위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것 이상으로 유지가 어려운데다, 이윤만 생각하는 일반기업도 1~2년을 못버티고 폐업하는 게 현실인데 사회적가치까지 함께 창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다.

제주희망협동조합(이사장 김홍수)은 직원 12명 중 상당수가 20~30대 청년층이다. 대학시절부터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김 이사장이 직접 사회적기업에 취직해 쌓은 경험을 토대로 2017년 일자리제공형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도내 경로당 양곡배송에서 도내 전역 한살림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물건 배송, 제주시·서귀포시 보건소 영양플러스 배송을 맡고 있는 조합은 버스로 도 전역을 두루 누빈다.

김 이사장은 물건을 옮기는 일이라 젊을 땐 괜찮지만 직원들이 나이를 먹게 될 훗날에 대비한 고민도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사회적기업이지만 직원들에게 일자리는 곧 생존의 문제이기도 해서다. 그는 대기업에 입사하는 이들이 임원을 꿈꾸긴 어렵지만 협동조합에선 모든 구성원이 함께 조직을 이끌어간다는 점을 일반기업과의 차이점으로 꼽는다. 또 그는 "상당수가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꿈을 꾸는데 조직의 대표가 될 생각을 하기에 앞서 현장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일하는 과정부터 체험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귀포시에 소재한 (사)일하는 사람들(대표 김경환)은 클린하우스나 학교·열린화장실 등 청소와 집수리, 비료(사료)를 제조하는 사회적기업이다. 26명의 직원 중 70%정도가 저소득층과 고령자 등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으로, 이들의 자활자립을 돕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도 있다. 공공기관이 진행하는 청소 민간위탁사업의 경우 입찰제안서 방식에서 몇년 전부터 일반경쟁입찰로 바뀌면서 직원들의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1년 간격으로 입찰이 이뤄지니 당연히 선정 여부가 불투명하고, 탈락할 경우를 감안해 자체 고용안정기금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김 대표는 밝혔다. 문미숙기자



"유통업 열악한 근로조건 바꾸고 싶었어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전국 첫 직원협동조합 마트로 주목
저임금·장시간 탈피 전직원 정규직…제주형 편의점도 진출
"노동 존중하는 일자리 창출·함께 행복한 지역공동체 꿈꿔"


생활 주변에 넘쳐나는 게 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이다. 하지만 과당경쟁 속에서도 몸집을 키우는 상당수 유통매장의 이면엔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란 열악한 근무여건이 자리잡고 있다. 가맹점주와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의 노동으로 24시간 불을 켜고 올린 편의점 매출 이익은 가맹점 본사가 더 챙긴다.

이런 열악한 유통업의 근로조건을 바꿔보고 싶었다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사장 이경수)의 도전과 실험은 그래서 더 특별하다.

사회적기업이면서 국내 첫 직원협동조합 마트인 행복나눔마트 노형점은 2013년 현 매장 자리에서 영업중이던 일반마트를 인수, 직원협동조합으로 이름을 바꿔달았다.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이 운영하는 행복나눔마트 오라점과 로컬푸드 한식뷔페 '섬채' 전경.

마트의 탄생은 2012년 협동·연대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지향하며 뜻맞는 이들이 만든 (사)행복나눔제주공동체가 밑바탕이 됐다. 이경수 이사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행복나눔제주공동체 회원을 중심으로 출자금을 모으고 기존 마트 직원들도 일정액의 출자금을 내 조합원이 됐다.

직원협동조합으로 전환후 가장 많이 달라진 건 근로조건이다. 기존 직원 11명 중 정규직 2명을 제외하곤 일용직이었는데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고, 하루 10시간 이상이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직원도 추가 채용했다. 직원을 더 뽑고 임금도 적잖이 올랐지만 마트 운영은 제법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유통업이나 서비스업에서도 적정임금을 주고 근로시간을 법 테두리에 맞춰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이 이사장은 "이런 사례가 지역사회로 확산돼 근로조건이 개선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직원들에게 나눔과 연대·협력 등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대해 교육을 진행할 때면 "굳이 이런 게 필요하냐"던 직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행복나눔마트 1호점인 노형점에서 시작된 실험은 다음 도전으로 쉼없이 이어졌다. 2016년 제주특산물과 작가들이 만든 생활소품·문화상품을 파는 온·오프라인 쇼핑몰 '베리제주'를 시작으로 행복나눔마트 2호점인 오라점, 로컬푸드 한식뷔페 '섬채', 로컬푸드 레스토랑 '애월바베'(최근 노형동으로 이전)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행복나눔마트 오라점엔 사회적협동조합 제주이어도지역자활센터가 운영하는 '서로좋은 가게'도 입점해 있다.

2017년엔 제주형 독립편의점 '콘쿱' 1호점을 애월읍에 열었다.

제주형 독립편의점 '콘쿱'

콘쿱(concoop)은 편의점(convenience store)와 협동조합(coop)의 합성어다. 저임금과 과중한 노동 등 불합리한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 시스템과 차별화해 노동존중과 지역밀착형 로컬 브랜드 편의점을 지향하고 있다. "가맹점주가 수익을 얻어야 노동 존중도 가능하다. 지역친화적인 편의점으로, 청년회·부녀회 등 마을조직과 연계해 일자리 창출에서부터 수익 일부를 지역에 환원해 마을공동체와의 상생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콘쿱 1호점을 모델점으로 삼아 최근엔 제주시 노형동에 가맹점 1호도 준비중이다.

행복나눔마트 출범 첫해 11명이던 직원은 현재 6개 사업장에서 52명으로 늘었다. 이 중 22명은 조합원이다.

사업 초반이라 대부분 사업장이 적자지만 도내 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 30여곳과 협약해 운영비 후원 등 나눔 실천은 꾸준히 진행중이다. 2015년부터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보따리 행사에 참여해 해마다 1004만원을 보태고, 설과 추석 명절엔 사업장 소재지 취약계층에게 쌀·생필품을 전달하는 '행복나눔꾸러미' 사업도 이어오고 있다. 문미숙기자 ms@ihalla.com



"연대기금 조성, 나눔·협동의 공동체 꿈꿔"


이경수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사장


"현재 운영중인 6개 사업장 중 수익을 내는 곳은 행복나눔마트 노형점 한 곳 뿐이다. 그래서 연대기금 조성은 아직 어렵지만 나눔과 연대를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핵심 가치는 변함이 없다"는 행복나눔마트협동조합 이경수 이사장.

그는 (사)행복나눔제주공동체를 꾸릴 때부터 10년정도를 내다보고 시작한 일이니 앞으로 5년 후쯤 사업이 차츰 안정궤도에 진입하면 수익의 일부로 연대기금을 조성해 다양한 경제공동체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면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어린이집, 청년문화공동체, 협동조합 요양원 등 사람의 생애주기별 욕구를 채워주는 다양한 협동체를 통한 풍요로운 지역공동체 완성이 궁극적 목표다.

제주형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선 "사회적경제 조직 중 몇몇 사회적기업을 제외하면 어려운 곳들이 많다. 신협, 농협 등 선배격인 협동조합을 중심으로 기금을 조성, 후배 협동조합에 낮은 금리로 기금을 지원할 수 있다면 후배 협동조합 입장에선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적경제에 관심과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층 등에게 자금 문제서부터 세무·법률 서비스까지 총망라한 창업지원대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일시적 지원이 아닌 사업계획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문가의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이 구축되면 기업이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가 수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창업이 늘고 일자리도 자연히 확대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생각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39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